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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mi Dec 18. 2024

The Empire State Building

일상 속 뉴욕여행


The Empire State Building, 350 Fifth Avenue, NYC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곳, The Empire State Building 입니다. The World Trade Center 보다도, The Rockefeller Center 보다도 인지도가 높고, 뉴욕 어디에서도 건물을 있을 정도로 뉴욕의 icon 이지만, 여행객들은 예전과는 달리 이 곳을 선호하지 않지요. Observatory tower 외엔 그다지 거리가 없기 떄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영화들의 배경장소로도 이 빌딩이 선택되었지요 (아래). 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었고, 어떤 약속의 상징으로 이 건물이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 곳에서 OO날 OO 시에 우리 만납시다" - 라는 영화 속 대사는  보는 사람들로부터 두 연인의 슬픈 운명을 쉽게 예견하게 하지요. 물론 한두번의 mishap 이후 두 연인은 다시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도 예측이 쉽습니다. 저는 1994년작 Love Affair 에서의 The Empire State Building 이 좋더군요.


Love Affair (1939), An Affair to Remember (1957) and Mann (1999)
Love Affair (1939), Sleepless in Seattle (1993), Love Affair (1994) and An Affair to Remember (1957)
Love Affair (1939), An Affair to Remember (1957), Love Affair (1994) and Sleepless in Seattle (1993)


90년대 중반 이 빌딩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던 회사에서 1년간 일을 했기에 제겐 아주 익숙한 곳이지요. 47층에 위치했던 그 사무실은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고, 오전, 오후 그리고 저녁 그 어느 시간대였던간에 사무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던 Manhattan south 는 언제나 majestic 했었지요. 언제 봐도 식상이 나지 않는, 그런 풍경이었습니다. 특히 The Twin Towers 가 있었을 당시 오후가 지나 저녁이 되어 어둠이 내릴 쯤 모든 빌딩들이 불을 밝히기 시작하고, 온전히 어두워진 대서양 하늘을 배경으로 반짝이던 맨해튼 skyline 을 보고 있으면 자본주의의 힘, 미국의 아름다움, 그리고 동시에 이 거대한 도시 속에서 살고 있지만 너무나도 미약한 한 인간의 외로움이 느껴지더군요. 마음 속으로는 "Oh industry, whatever will become of me?" 라는 어느 노래가사를 떠올리며, 그 아름다웠던 도시의 밤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The Empire State Building 주변으로는 평범한 회사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고, 이 건물 내에서도 법률회사, 섬유회사, 무역회사 등 일반적인 업종의 회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곳에 또는 이 곳 근처에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아주 평범하지요. 1층에는 식당가도 있고, 5th Avenue 을 타고 가끔 지나가다 빌딩 앞에 멈추어 서 있는  Apple Tour 2층 버스만 이 건물이 유명한 곳이라는 사실을 간간히 인식하게 할 뿐, 평범한 뉴욕을 느끼기엔 이 곳과 주변은 아주 적격입니다.



2031년이 되면 100살이 되는 이 위대한 건축물을 너무 많이 그리고 자주 접했기에 익숙할지는 모르지만, 건물 lobby 에 들어서면 이 곳이 중후하게 아름답고 뉴욕의 핵심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빌딩이라는 것을 바로 인식하게 되는데, 그 첫 경험이 바로 저 벽의 mural 입니다. 이 곳에 서 있으면 복도 어딘가에서 Humphrey Bogart 나 Warren Beatty 같은 배우들이 걸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이 곳이 주는 고전적인 분위기는 굉장합니다. 배경은 뉴욕이 아니었지만 The Untouchables 의 Kevin Costner 도 이 곳에 어울리겠군요.



이 건물 lobby 의 mural 과 복도 등의 디자인, 그리고 외관의 상당부분의 미적 부분을 담당했던 건축가 사무소의 이름이 Architects Shreve, Lamb, and Harmon 라고 합니다. 1931년에 마무리했다는데, 이 디자인의 novelty 나 authenticity 는 비슷한 것도 존재하지 않을 듯 합니다. 첫 눈에는 어찌보면 촌스러울 듯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미국적인"것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물론 20세기의 미국을 의미합니다).



이 빌딩은 443m (미국 기준으로 1,454피트)에 달하는 꽤 큰 건물입니다. 1931년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며, 이 기록은 40년 동안 유지되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뻔했습니다. 고층 빌딩은 이미 20년 전부터 뉴욕 도시 경관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었고, 1909년 The Metropolitan Life Tower 가 처음 등장했고, 이후 더 높은 건물들이 속속 등장했습니다. 1929년에는 283m의 The Bank of Manhattan Building이 스카이라인을 지배하기 시작했지요.


이 기록은 1970년 The World Trade Center 가 완공될 때까지 다시 깨지지 않았습니다. 2001년 The Twin Towers 가 붕괴된 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다시 한 번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었고, 지금은 뉴욕에서 7번째, 세계에서 48번째로 높은 건물이 되었지요.


저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을 좋아해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이 정말 좋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얼마나 멀리 볼 수 있느냐가 아니라 바로 아래를 내려다봤을 때 보이는 풍경이었지요. 저는 그 자체로 높은 건물들의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 건물 위에서 보면 이들도 매우 작아 보이지요. 이렇게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으면 Michael Andrews 그림 하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마이클 앤드류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꼭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https://artscouncilcollection.org.uk/artwork/lights-ii-ship-engulfed).



1층에 가면 식당가가 있는데, 예전 (90년대) 에도 그랬듯이 아주 평범합니다. 어느 식당에 가시더라도 34가 또는 5th Avenue 가 보이는 자리, 그러니까 창가에 앉아 보시길 추천합니다. Soho 나 midtown 의 멋지고 비싼 식당에서 하는 식사만큼이나 왠지 부유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연초까지는 Au Bon Pais 라는 cafe restaurant 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문을 닫았지요.


The Empire State Building 의, 또는 이곳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로 마무리하겠습니다. 



- December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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