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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Mar 30. 2016

프리마베라 다쿠아즈 케이크

언제부터인가 ‘내가 올해 몇 살이더라?’ 퍼뜩 떠오르지 않음과 동시에(떠올리고 싶지 않은 게죠.)

생일날짜도 가물가물,,, (한 살 더 먹기 싫은 게죠.)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네요.

나이라는 숫자가 바뀔 때가요.

가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계절 중 제가 제일 좋아하는 봄에 나이를 한 살 더 먹게 된다는 거예요.

더운 여름이라면 짜증 지수 폭발, 선선한 가을엔 마음 한구석이 스산해지고,

겨울엔 누구나 한 살 더 먹는다는 공포감에 제대로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옹골참이 더해지겠죠.   


생각해보니 제가 봄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네요.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에 뭐 그리 할 말이 많나 싶겠지만,

어찌됐든 상념이 많을 땐, 베이킹 놀이가 최고라고 감히 우겨봅니다.

레시피대로 재료를 계량하고, 오븐을 예열하고, 재료를 섞어 오븐에 넣고 구워내기까지의 과정,

한 눈 팔 새가 없고, 딴 생각할 틈이 없으니까요.

오븐에 넣고 커피 한 잔 내리면서 오븐 속 솔솔 풍기는

그 달짝지근한 냄새는 휑해진 마음을 ‘쓰담쓰담’ 다독여주는 최고의 처방약, 명약이라니까요.


 

청포도와 딸기, 그리고 크림치즈 필링 듬뿍 올라간 다쿠아즈 케이크


봄 베이킹=프리마베라 다쿠아즈 케이크!


프리마베라(Primavera), 이탈리아어로 ‘봄’이란 뜻이죠.

프리마베라 파스타, 프리마베라 피자, 프리마베라 웨딩드레스,

보통 프리마베라와 어우러지만 뭔가 화사한 느낌이 들죠?

청포도와 딸기가 어우러진 이 케이크 역시 비쥬얼 자체가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으세요?

맛 역시 풍부한 우아함을 자랑하고 있어, 살포시 프리마베라를 붙여 봅니다. 


# 프리마베라 다쿠아즈 케이크


# 다쿠아즈 재료: 흰자 180g, 설탕 44g, 슈거파우더 180g, 아몬드 가루 180g

(밑판은 제누아즈(케이크 시트) 대신 다쿠아즈로 굽고 크림치즈 필링 만들어 적당히 짜 넣고

 과일로 장식할 거예요. 물론, 말은 쉽지만, 완성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 잊지 마세요. 


1. 다쿠아즈부터 만들어 볼까요?

   슈거 파우더와 아몬드 가루부터 채 쳐 내려놓으세요.

2. 차가운 흰자와 설탕을 넣고 핸드 블랜더를 고속으로 4-5분 정도 돌려 머랭을 만들어 주세요. 




3. 채 쳐 놓은 가루를 넣고 스패츌러로 섞은 후 짤 주머니에 넣고 

유산지 깔아 놓은 판 위에 나선형으로 짠 후 슈거 파우더 뿌리고

180도에서 15분, 그리고 170도에서 10분 구운 후 식힘망에 놓고 식혀주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 아몬드의 고소한 맛이 더해진 다쿠아즈 케이크 시트 완성입니다.



# 크림치즈 필링 재료: 크림치즈 250g, 설탕 110g, 샤워크림 120g(없으면 요거트로 대체), 

                         생크림 70g, 럼 약간 


4. 자, 이제 크림치즈 필링을 만들어 볼까요?
   분량의 크림치즈를 핸드 블랜더로 풀고, 설탕 넣어 섞고,  

   샤워크림, 생크림, 럼 넣고 잘 섞어준 후 짤 주머니에 넣어주세요.
5. 다 식은 다쿠아즈 위 가장자리부터 딸기로 장식하고,,,
   중간 부분 크림치즈 필링 채운 후 청포도를 그냥 꽉 차게 넣어주면
   프리마베라 다쿠아즈 케이크가 완성됩니다.



청포도&딸기 듬뿍 다쿠아즈 케이크



너무 예쁘죠?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다쿠아즈 케이크 시트와 크림치즈의 부드러움,

청포도와 딸기의 상큼함이 더해져 정말 ‘프리마베라’, 봄 느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실 거예요.  


잘라 볼까요?

단면 보시면,, ㅋㅋㅋ 츄릅~



흘러내릴 듯한 청포도 붙잡고 싶으시죠~~~



“아니, 아무리 내가 욕심쟁이라지만 거기까진 바라지 않아. 내가 바라는 건 그저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이에요. 완벽하게 내 마음대로 하는 것. 가령 지금 내가 선배에게 딸기 쇼트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면 말예요, 그러면 선배는 모든 걸 집어치우고 그걸 사러 달려가는 거예요. 그리고 헐레벌떡 돌아와서 ‘자, 미도리, 딸기쇼트케이크야’ 하고 내밀겠죠. 그러면 나는 ‘흥, 이따위 것 이제 먹고 싶지 않아’ 그러면서 그걸 창문으로 휙 내던지는 것예요. 내가 바라는 건 그런 거란 말예요......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거기서 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
-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중에서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완벽한 사랑을 원하고 있냐는 와타나베의 물음에 

미도리는 이렇게 답을 하죠.

미도리의 답을 이해할 수 있는 남자라면,

이 봄, 프리마베라 다쿠아즈 케이크처럼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하면서도 상큼한,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죠? 하하하,

케이크를 만들 때는 오롯이 선물 받을 이만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케이크를 받고 놀라워하고, 웃음 짓고, 맛있게 먹어주는 그 모습에 더 힘을 얻어 거품기를 돌리게 되죠.

꽤 오랜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지만, 아마 케이크 맛에 고스란히 배어들 거예요.

부드럽고 달콤한 내 마음이요.



딸기만 얹어도,, 프리마베라, 봄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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