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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Apr 28. 2020

점심반주, 그립습니다.

 Drinking 술밥 Rutin 스팸감자짜글이  


회사 근처에 돼지고기 짜글이로 유명한 집이 있다. 들어가는 것이라곤, 김치와 양파, 돼지고기와 육수가 다 인데,,, 이게 묘한 매력이 있어, 안 먹어주면 가끔 먹고 싶은, 그런 맛이 난다는 것이다. 물론, 떡사리, 라면, 우동, 돼지고기 추가까지 가능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으면 메뉴 주문할 것도 없이, 그냥 짜글이가 인원 수 대로 지급(?)된다. 물론 반주로 한 잔 곁들일 소주 한 병은 덤. 그런데, 이 집 주인 아주머니의 부심이 큰 지라, 자글자글 끓을 때까지 절대 뚜껑은 열지 못하게 하시고, 간이 좀 세다 싶어 물을 좀 부을라치면, 어느새 달려와, “물 더 부으믄 마시 읍서져요.” 라시며, 물병을 제자리로 돌려놓으신다. 물론, 아주머니 몰래 물을 붓지만, 마지막으로 점검하시기 전, 귀신 같이 알아채신다. “물 더 벗써예? 에이~ 그라믄 안 된다니까네...” 약간의 미간을 찌푸리시며, 못마땅함을 감추지 않으신다. 사실, 맘 같아서는, 뭐, 좀 간이 세더라고, 왠지 이 집에 가면 주인아주머니 뜻대로 해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음식 만드는 이들의 그 뭐랄까? 나름의 부심을 깨뜨리지 싶지 않고,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고나할까? ^^;;;    


어찌됐든 주인아주머니의 짜글이가 맛있어지는 절대시간을 지나, 적당히 자글자글 짜글어진 찌개의 뚜껑을 열면, 돼지고기엔 어느새 간이 배어들어가 있고, 달짝지근한 양파와 함께 밥에 쓱쓱 비비면, 그 맛이 일품이다. 물론, 돼지고기 짜글이 넣고 비빈 밥 한 숟가락 먹고, 반주 한 잔 걸치면, 카하~ 참,, 그 뭐랄까? 열심히 일한 노고를 보상 받는 기분이랄까? 밥 한 숟가락, 소주 한 잔, 밥 한 숟가락, 소주 한 잔,,, 가장 포만감 넘치는 점심반주이자, 나의 최애 드링킹 루틴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퇴근길 대리운전 각이라, 지갑 열릴 땐 맴이 아프지만, 그래도 이 점심반주의 묘미를 아는 이라면, 그 대리비가 무에 아까울쏘냐!!!     



사실 짜글이란 음식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음이다. 익히, 알고 있는 짜글이는 양념한 돼지고기에 감자와 양파 같은 채소를 넣어 자작하게 끓인 찌개로 충청도의 향토 음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실상, 사람들이 짜글이와 조우하게 됐을 때, 처음 느낌은 돼지고기 많이 넣은 김치찌개랑 뭐가 다른 거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물론,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돼지고기 많이 넣은 김치찌개,,, 그런데 이 짜글이는 재료가 국물을 머금고, 자작해지면서 우러나는 그 묘한 깊은 맛에 감동이 있는 것이다. 국물이 자작하다 못해, 좀 짜글어져, 찌개류 중에서도 국물이 적은 축에 속한음식인데, 얼큰하면서 칼칼한 맛이 나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술안주로 그만이다. 음,,, 어찌보면 그 묘미가 나에게 가장 큰 감동일 수도 있겠다. 술안주로 그만이라는 것, ^^;;;    


때문에 저녁 대신 술 한 잔 생각날 때, 배달음식도 지겹고, 뭐 해 먹자니 귀찮을 때,

정말 간편하지만 술을 부르는 안주가 있다. 스팸감자짜글이!!! 만들기도 쉽고, 매콤하면서 달짝지근한 맛이 묘하게 중독되는 맛이 있다. 물론, 그 맛의 중심엔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 그 맛, 알고 있는 MSG 폭발의 대가, <스팸>이 존재한다. 어릴 적 미제깡통 햄 스팸 하나면 정말 세상 모든 게 부럽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냥 통째 뜯어 숟가락으로 퍼 먹을 때, 스팸 묘미는 그 살짝 기름지면서 짠내 가득한 생햄 맛에 있다. 바싹(전 살짝 굽는 것보다 바싹 굽는 게 더 좋아요.) 구워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와우~, 계란물 입혀 지져먹어도 그만그만,,,, 뭘 어떻게 해 먹은들 맛있지 않으랴!    




이런 스팸으로 만드는 짜글이,,, 사실 된장찌개든, 김치찌개든, 찌개의 깊은 맛이 나지 않을 때, 스팸 한 캔 넣어 끓이면, ㅋㅋㅋ, 그냥 완성이다. 이러니, 스팸짜글이가 어찌 맛이 있지 않을쏘냐! 일단 한 번 20분-30분만 투자해 만들어 보면, 아마 1일1병 소주각!    


# 스팸감자짜글이    


재료: 스팸 1개, 감자 큰 거 1개(작은 알이면 3-4개 정도), 양파 1개, 대파 1대, 청양고추, 홍고추 각각 1개씩, 다시물 500ml    


양념장: 고추장 1큰 술, 된장 1/2큰 술, 고춧가루 2큰 술, 설탕 1큰 술, 간장 2큰 술, 참치액 1/2큰 술(맛술 1큰 술로 대체 가능), 다진 마늘 1큰 술, 후추 약간  



1. 양념장 먼저 다 섞어서 만들어 놓으세요.

2. 감자와 양파는 깍뚝 썰기로 썰어주시고, 대파와 고추는 어슷썰기로 썰어주세요.

3. 스팸은 비닐에 넣어 으깨주세요.




4. 우려낸 다시물에 재료와 양념장을 몽땅 넣고 끓여주면 완성! 정말 쉽죠.    





Tip

- 맹물보다는 다시물이나 쌀뜨물 넣으심 더 감칠맛이 나요.

- 맛술 레시피와 참치액 넣은 레시피 둘 다 해 봤는데,  

  참치액 넣은 레시피가 훨씬 더 맛있어요.

  뭔가,, 자꾸 끌어당기는 맛이랄까요?    





중독성 강한 스팸감자짜글이에 소주 반 병 정도 드셨다면, 이제 뜨끈한 밥 위에 올려 쓱쓱 비벼주세요. 된장술밥과는 또 다른 묘미가,, 와웅~ 아시죠? 삼겹살 먹고 난 후 된장찌개 시켜서 밥 한 공기 투하해 폭폭 끓여먹음, 다시 소주 1병 각이라는 거? 이게 바로 술밥루틴이죠. 스팸감자짜글이도 마찬가지! 점심반주에서, 술밥까지,,, 음,,, 급 소주 1병 땡기는 밤이네요. 요즘 꽃샘추위로 으슬으슬한데요. 요런 저녁에 짜글짜글 끓인 짜글이에, 소주 한 잔, 어떠신지요? 물론, 점심반주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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