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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Jan 04. 2016

오롯이 낭만적인 조합
​굴튀김, 맥주, 그리고 하루키

-겨울한정판 메뉴 [굴튀김]



으슬으슬한 겨울, 따뜻한 무언가가 그리워지는 시기, 

머리 위로 말머리 풍선이 그려진다. 

그리고 떠오르는 탱글탱글한 굴, 

사실 난 생굴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비릿한 바다내음도 그렇고, 물컹한 식감 역시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바삭한 굴튀김과 뜨끈할 때 먹으면 그만인 굴전, 

그리고 굴을 기본 베이스로 한 국물은 내 식욕을 자극케 만든다. 

게다가 겨울철 굴이 영양의 보고임은 두 말 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굴튀김하면 떠오르는 무라카미 하루키,

굴튀김을 좋아하지만 아내가 싫어한다며 이런 글을 남기기도 했다. 


"혼자서 먹는 굴튀김은 맛있지만 쓸쓸하다. 
 쓸쓸하지만 맛있다. 
 고독과 자유의 관계처럼 영원히 순환한다.
 내 안에 있는 말 하나하나를 퍼내는 작업은 고독한 작업이어서 
 (소설을 쓰는 것은) 혼자서 굴을 튀겨먹는 것과 닮았다.
 소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무거워지지만 
 굴튀김을 튀기고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굴튀김과 맥주, 그리고 고독하게 소설을 쓰고 있는 하루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합이다.

뭔가 오롯이 낭만적이다.

그래서 난 겨울철 이맘때가 되면 

내가 만드는 겨울한정판 메뉴 [굴튀김]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 겨울한정판 메뉴 [굴튀김]
재료: 굴 한 봉지, 밀가루, 계란, 빵가루, 기름, 파슬리 가루, 맛 간장
그리고,,, 튀김과 함께 마실 시원한 맥주
    


예상 외로 굴튀김에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다. 

튀김재료와 찍어먹을 소스(타르타르 소스도 좋겠지만, 

엄마가 만들어준 맛간장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튀김과 함께 마실 시원한 맥주면 충분하니 말이다.

일단 마트에서 굴 한 봉지를 사고, 나머지 재료는 집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럴수럴수 이럴 수가~ 빵가루가 없다는 사실,

추위에 마트까지 갔다 오는 수고로움을 견뎌볼까 했지만,

냉동실에 있는 베이글을 글레이터에 가는 노동력에 기대기로 결심하고


쓱쓱싹싹
이것이 바로 진정한 빵가루!!! 되시겠다.    





자, 이제 밀계빵(밀가루+계란+빵가루) 작업에 돌입하자.

깨끗이 씻어놓은 물기 뺀 굴을 밀가루를 넣어놓은 비닐에 넣고 

골고루 밀가루를 묻혀준 후 가루를 탈탈 털어 계란에 퐁당, 






그리고 눈 온 듯 곱게 내려앉은 빵가루에 꼭꼭!

(아! 이 때 허브가루가 있으면 파슬리나 바질 등등 약간 넣어주세요. 풍미 업!!!!)





조르르르니~ 펼쳐놓으니, 


튀김옷 입은 굴,,, 너 참 곱구나!      


튀기기 전 기름 뺄 키친타올을 접시에 깔아놓고

불 위에 기름 올리고 튀김가루 살짝 떨어뜨려 바글바글 올라오면


기름에 굴 투하! 좌와와와와악~~~~~~~
굴 튀겨지는 이 명랑한 소리라니!    






세팅세팅! 뭐, 세팅이랄 것도 없이

굴튀김 바구니에 한 가득 담고,

엄마표 맛 간장 종지에 따르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 콸콸콸 따르면!

성안살롱(우리집의 애칭) 겨울한정판 메뉴 <굴튀김>되시겠다.    




“바삭, 바샤샥
         꿀꺽꿀꺽꿀꺽, 카하~”    


겨울한정판 메뉴답게 의성어 대방출!    

곱게 빵가루 옷 입은 남은 굴은 요렇게 담아서 냉동실로 직행!




1월 중 한 두 번은 밀계빵 입히기 위한 수고로움은 없겠지?    




+


겨울에 먹는 굴은 생굴이든 튀긴 굴이든, 지진 굴이든, 탕 속의 굴이든,,,
왠지 바닷 내가 더 진해진다.
그건 바로 시리디시린 겨울바다의 냄새를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시린 바다의 살아있는, 그 꿈틀거리는 비릿함이
더, 우리의 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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