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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la Oct 26. 2015

특별할 것 없는 가을날 오후의 행복, [함박 스테이크]

함박 스테이크, 어린 시절 추억 돋는 메뉴죠.

돈까스와 함박 스테이크, 졸업식이나 입학식에나 먹을 법한 메뉴였지만,

저희는 아빠가 칼질(?)을 좋아하셨던 관계로, 종종 양식의 날이 있었어요.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법한 스테이크와 각 없이 동그스름하게 깎아낸 당근과

감자퓌레가 나올 때도 있었고요. 마구마구 치댄 함박스테이크를

조금 도톰하게 구워 살아있는 육즙을 느낄 때도 있었죠.

물론 엄마표 돈까스의 바삭함은 지금

그 어떤 맛있는 돈까스집이라도 해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일요일 냉동실을 뒤적이다가 저희 집 최강의 요신(요리의 신)이 만들어주신 함박스테이크가

냉동실에 있다는 사실을 깜박한 거 있죠. 일요일, 엄마표 함박 스테이크에 소스와

치즈, 써니 사이드업까지 올려서 레스토랑 못지않은 점심을 챙겨봤습니다.





함박 스테이크, 햄버그 스테이크죠.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함께 갈아 뭉쳐 만든

스테이크인데요. 프리카델레르, 그러니까 덴마크 미트볼의 일종입니다.

사실 함박 스테이크를 작고 동글동글하게 만들면 미트볼이 되는 거잖아요.

원래는 몽골이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해 안장에 넣어 다녔다가

그 후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고기를 갈던 것이 유라시아 전역에 퍼지게 됐다는 설도 있어요.

갈아놓은 고기를 뭉쳐 한 덩어리로 익혀 먹는 요리법은 흑해, 지중해 지역을 비롯해,

무역 상단을 통해 북해와 발트 해로도 퍼지게 됐고,

여기에 다진 채소나 전분, 계란, 소금과 후추 등 양념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발전하면서

독일의 함부르크 지역에서 현재와 비슷한 함부르크 스테이크,

햄버그 스테이크가 됐다고 합니다. 이 햄버거 스테이크가 미국으로 건너가

부드러운 빵 사이에 끼워서 먹게 된 것이 지금의 햄버거죠.

두툼한 패티에서 쏟아지는 육즙,, 하,,, 한 입 넣으면 정말 풍족해지는 느낌, 아시죠?  

일단 패티부터 구워볼까요?

올리브 오일 좀 두르고 센 불에서 굽다가 뒤집고 적당히 익었다 싶으면

중간불로 줄여 속까지 익혀주면 일단 반은 완성! 함박 스테이크는 소스가 중요한데요.

음,,, 뭐,, 데미글라스 소스가 있다면 좋겠지만,

없는 관계로 집에 있는 잡다한 소스를 섞어섞어 맛을 내 봅니다.





#. 함박스테이크 소스 재료(1인분)

재료: 양파 1/4개, 버터 약간, 돈까스 소스 2큰술, 케찹 1큰술,

굴소스 반큰술, 설탕 1큰술, 물 3큰술

1. 함박 스테이크 구웠던 팬에 버터 넣고 양파를 일단 볶아주세요.

2. 그리고 돈까스 소스, 케찹, 굴소스, 설탕, 물을 넣고

한 번 바글 끓여낸 뒤 불을 꺼주면 완성!

3. 소스 맛을 본 뒤 좋아하는 소스는 더 첨가하셔도 됩니다.

치즈를 얹는다면 간을 좀 약하게 하는 것도 좋겠죠?  





이제 구워놓은 함박스테이크 위에 소스 올리고 치즈 한 장 척,

그리고 계란은 꼭!!! 써니 사이드 업으로,

계란 노른자가 좀 흘러주셔야 그 맛이 더 진해지니까요.

(써니 사이드 업은 뒤집지 말고 달궈진 기름을 위에 끼얹거나

흰 자가 익은 후 팬 뚜껑을 덮어 좀 더 익혀주셔도 됩니다.)

써니 사이드 업 올리고,

사이드 메뉴로 대추토마토, 그리고 그린 빈 좀 볶아서 올려주세요.

사이드 메뉴는 좋아하는 걸로 놓으심 됩니다.





가을 오후 느긋하게 즐기는 일요일 점심,

적당히 들어오는 햇살에 몸을 맡기고, 창문을 열어봅니다.

(고기 냄새는 좀 빼야죠? ㅋㅋㅋ)

커피 한 잔 내리고, 계란 노른자부터 반으로 갈라 패티에 노른자가 흘러넘치게 만들죠.

두툼하게 썰어 한 입 가득 넣고

부드러운 고기 본연의 맛과 노른자의 고소함을 함께 느껴봅니다.

이쯤 되면 뭔가 부족하다 싶으시죠? 맥주!!! 함맥이 또 진리잖아요.

사진 속에 보이진 않지만 맥주 한 캔 콸콸콸 쏟아 부었답니다.





별일 없이, 특별할 것 없는 가을날 일요일 오후가 두툼한 패티 한 장으로 풍성해졌네요.

요리는 그런 것 같아요.

재료를 준비하고, 가지런히 썰어 놓은 후 순서에 따라

볶고, 삶고, 찌고, 끓이면서 바글바글, 보글보글, 다글다글,,,

그러다 보면 무지하게 행복해지죠.

물론 먹을 땐 더 행복하구요.

스밀라의 키치한 레시피, 오늘부터 행복한 요리에세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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