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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ul 06. 2023

홀로 태어나 혼자이지 않은 삶도 살아 봐야죠

심리 상담사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5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니 선생님의 편지가 선물처럼 와 있네요.ㅎㅎㅎㅎ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요즘은 날씨가 안 좋아서 산책을 안 하고 있어요.  그래도 일상에서 소소하게 만족과 감사의 기도는 꾸준히 계속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바뀌어서 바라보는 세상이 무척이나 새롭고 즐겁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닿는 대로 수영을 다니고 있어요.  유튜브로 배운 자유형 영법이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수영하는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수영장으로 이끄는 것 같아요.  그렇게나 운동이라면 질색하던 제가 이런 긍정적인 습관이 붙었다는 게 또한 감사하네요. ㅎㅎㅎㅎ


며 칠 전에 수영하다가 안전요원이 어떤 젊은 아가씨한테 말을 걸더라고요.  수영장 물속과  높이 차이가  있는 곳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수영하면서 그 두 사람을 흘낏흘낏 훔쳐봤는데 두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끄러우면서도 짧은 대화를 이어 나가더군요.  젊은 남녀가 할 이야기가 뭐 있겠어요?


"내일도 나오냐, 여자친구는 있냐, 내일 시간이 되냐.."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 같더라고요.  대화가 끝났는지 남자와 여자의 얼굴에는 달뜬 감정을 감출 수가 없는지 억지로 입꼬리를 내리는 표정에 저 또한 덩달아 웃음이 나서 얼른 다시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데 여자가 자리로 돌아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눈으로 좇더군요.  남자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여자가 다시 보고 싶어 졌는지 등을 돌리려는 순간 여자가 얼른 물속으로 뛰어들더군요.  참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어요.

선생님...

남녀 간의 사랑이란 것이 직접 사랑에 빠져드는 당사자들에나 주변인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사랑에 대해 자주 실망하고, 성에 차지 않는 관계에 짜증이 나고, 심지어는 반복되는 사랑과 이별에 지쳐 사랑은 이제 그만하자 스스로 포기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6년째 이어오는 뭉근하면서도 뜨거운 지금의 사랑이 너무 감사하고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이상적인 지금의 사랑이 무척이나 귀하게 느껴져요.  사랑이 없었다면 이런 변화도, 지금의 이런 평화도 없었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는 사람들에게 그냥 혼자 살라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지금은 이 짧은 찰나 같은 세상에 꼭 귀한 인연 만나서 좋은 사랑 하다 가자고 축복의 말을 들려주곤 합니다.  제가 해 보니 안 해본 사람들의 외로운 삶이 조금 안타까워지더군요.


사람들과의 관계에 많은 변화와 안정과 평화가 오고 있는 것 같아요. 더 이상 사람들이 불편하거나, 두렵거나 짜증스럽지가 않아요.  많이 좋아졌다는 증거겠죠?

요즘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과거에는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가 현생은 과거와 전혀 다른 캐릭터로 태어난 느낌이랄까요?


비가 자주 오고 더우니 밭에 작물과 풀들도 정글의 식물들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어요. 먹는 것보다 지인들에게 나눔 하기 바쁘지만 나누는 기쁨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도 너무 기쁘고 좋고요.  

남자친구는 경제상황이 안 좋다 보니 일자리가 없어서 잠시 쉬고 있어요.  밭에 자주 가 있는 것도 다행이고, 그 작물로 우리 가영이 반찬 해다 줄 생각에 부지런 떠는 모습도 감사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세상에 홀로 태어나 홀로이지 않은 것이 어찌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가만히 좀 있자...이쁘게 잘 찍어 줄께

선생님...

여유로워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직업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텐데 늘 진심을 다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사랑스럽습니다.  사람들을 귀하게 존중해 주셨던 모습을 오랫동안 봐 오면서  존경스럽고, 감사했어요.  나도 건강이 좋아지면 저렇게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봐 주고, 존중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결심을 자주 하곤 했습니다.


더운 날 바쁜 와중에도 순간순간 소박한 평화와 여유로움으로 만족스러운 하루하루 감사하는 날들 되시길 바랄게요.

선생님과 이렇게 깊이 소통하고, 나눌 수 있어서 무척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지극한 기쁨이 있네요.

선생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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