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어차피 우리는 삶 속에서 계속해서 주니어다
'스타트업이 내게 준 선물'
6개월 동안 써내려 온 브런치 북을 마감하며.
2년 3개월은 10년, 20년 업계에 계신 분들에 비해 참 짧은 기간이다.
기획 일을 했다고 하기엔 온라인 상에서 너무나 멋진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 고수님들이 많이 계신다. 일 하면서 그분들이 잘 정리해주신 포스팅 덕분에 일 하면서 오픈소스 교과서를 많이 참고할 수 있었다. (발견할 때마다 빛과 소금처럼 감사한 분들!)
그런데 가끔은 사는 게 나랑 별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나만 모지리 같고 잘못 선택한 것 같아서 불안하고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자책할 때 누군가의 서툰 시절 이야기를 보며 ‘사는 거 다 똑같네.’라는 생각을 하게 해 줬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고, 누구나 그 모지리 시절을 겪기 마련인데 주니어라 문제였다기 보다 스스로를 주니어라 구석으로 몰아붙이며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나왔을 때 나의 부족했던 모습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처음이라 실수했던 이야기, 집게가 없을 땐 이쑤시개로 집게 흉내 냈던 이야기, 당시에는 아팠지만 지나고 생각이 달라졌던 이야기 등
어렸을 때부터 나는 항상 성숙하고 잘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갖춰진 환경에 대한 로망도 컸고 매사에 완벽했으면 했다. 그래서 빨리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부족한 모습을 볼 때마다 싫었다.
그래서 몰라도 잘하고 싶었다. 비록 나는 처음으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멤버로서 잘 이끌고 싶었고 좋은 팀원들과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다. 가끔은 그 욕심이 과해서 어리석은 결정도 했고 아집을 부리기도 했지만 나에게 '잘하는 것'은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의 다른 의미이자 원동력이었다.
잘 못하니까 우선은 중간은 하려고 아등바등했고 ‘잘하게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이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퇴근하고 많은 시간과 열정을 쏟았다.
주니어였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오너십으로 가득해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무조건 잘 보이고 싶었던 서툰 예쁜 마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노련했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더 매끄럽게 기획하고 운영했을까?
서툴러서 다칠 때도 있었고 실수하기도 했지만 첫 회사의 순수한 열정이었기에 그 모든 것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랬기 때문에 얻은 것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도전은 무섭다. 어쩌면 알고 도전할 땐 모를 때보다 더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우리는 삶 속에서 계속해서 주니어다
‘회사를 다니고 옮긴 경력직은 경험이 있으니까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면 전학 갔을 때를 떠올려봤으면 한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상황에 직면한다. 엄마도 처음이고, 둘째가 태어난 것도 처음이고, 나의 엄마가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처음일 것이다.
주니어라 불안했던 지난 나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경력이 쌓이면 괜찮아지겠지?
아니? 앞으로 계속해서 주니어일 텐데?
그러니까 언젠간 능숙해지겠지라는 마음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라고. 그러면 못한 것도 훗날 선물로 나에게 돌아올 거라고.
안녕하세요 제인입니다.
멋 모르고 브런치 매거진이 아닌 브런치 북으로 시작해서 마지막 편을 작성하는 데까지 인내의 시간이었는데요. 다 쓰고 보니 원래부터 글을 쓰는데 의의를 두고 시작한 건데 또 빨리 결과물을 내려고 조바심 냈다는 걸 깨닫게 되네요.
회사를 다닐 땐 많이들 그러시겠지만 불만도 있었고 작은 스타트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게 불안했고 후회되는 부분도 있었는데, 막상 책 제목을 정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제가 누릴 수 있었던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타트업, 첫 직장, 주니어.
놓고 보니 셋다 참 설레는 단어더라고요. 그 때여서 찬란했던 2년 3개월을 이 브런치를 끝으로 당분간은 보석함에 넣어두려고 합니다. 회고도 자꾸 하다 보면 앞으로 못 나가더라고요.
저의 다음 행보는 여전히 복수 진행형, 문어발식이지만 이 또한 지금은 불안하지만 지나고 보면 또 좋은 선물이겠죠?
지금까지 브런치 북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스타트업 주니어 분들, 그리고 인생의 주니어분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어설픈 불완전함도 시간이 지나면 선물로 남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