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성향이 같았던 사람과 달랐던 사람이 준 선물은 달랐다
데이터를 좋아하고 근거 자료를 좋아하며
준비해서 실현하는 것을 좋아해서 제인과 일하는 게 힘들었을 나의 동료들에게
우리가 살면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가치관이 생길수록 더 많아진다. 초등학교 때보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그리고 직장에서. 갈수록 세상엔 나와 다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고 고향에서 벗어날수록 느낀다.
회사는 회사만의 미션과 가치관, 그리고 인재상이 있다. 그래서 비슷한 사람들이 모일 거란 착각을 했던 모지리가 바로 나였다.
#너무도 잘 맞는 팀원
어쩌면 모지리가 될 수 있었던 건 생각이 쌍둥이 같다고 느낄 만큼 좋은 파트너 팀원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팀원과 나는 첫 면접 자리 때부터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눌 만큼 잘 맞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회사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신기했고 무엇보다 도전하는 사람이라서 끌렸던 팀원이었다.
감사하게도 해당 팀원이 입사하고 나서 서로 업무 시너지가 더욱 커졌다. 회사에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에게 연락해야 하는지, 어떤 일부터 수습해야 하는지 등등 사고방식이 비슷해서 서로 급한 일이 생기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경력이 더 많은 팀원과 회사에 오래 있었던 팀원이 같이 일하면 서로 나눠줄 수 있는 정보도 많기 때문에 나는 그 팀원 덕분에 우리 회사만 이런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많이 떨쳐낼 수 있었다.
일의 쿵작이 잘 맞았던 우리는 그때의 술자리들을 뒤로하고 아직도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너무나 달랐던 팀원
이렇듯 우리는 흔히 쿵작이 잘 맞는 사람을 편안해한다. 말이 통해서 좋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먼저 해줘서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내가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과 부딪혀가며 내가 깨지는 경험이 필요하다.
나는 근거를 기반으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다. 자료 조사를 해서 동향 파악을 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이 될 때 추진력을 가지고 움직였다. 그렇게 대부분 생각하면서 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팀원을 만났을 때, 그리고 전체적인 리스크를 고려하기 전에 빠른 결정을 우선시하는 팀원을 만났을 때 많이 난감해했다.
한 팀원은 누구보다 업계 트렌드를 잘 알고 직관적으로 좋은 서비스에 눈이 밝았다. 그리고 파트에 대한 자부심도 강한 멋진 팀원이었다. 그런데 직관과 시장조사를 두고 우린 꽤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 말하는 화법도 직설적인 화법 vs 우회적인 화법 때문에 어려움도 있었다. 같이 일해야 할 때가 많았으니 아마 그 팀원도 당시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회사에 있으면서 다른 성향의 사람과 일할 때 배울 수 있는 게 많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계기들이 있었다. 빠른 의사결정은 불안하다고 생각했지만 기회를 더 빨리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했고, 때로는 이유보다 쓰기 좋은 서비스가 더 좋다는 사실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덜 갖춰진 상태에서 진행해도 일을 진행하면서 개선해나가면 된다는 것도 나와 다른 팀원들 덕분에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날 세우는 에고를 버려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회사를 나오고 보니
회사를 나오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얼마나 견고한 틀 안에 갇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견고함을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묻는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서 의심조차 못할 때 견고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내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유추하기 때문에 편향된 생각을 가지는 일반적인 사람 중 한 명인데, 왠지 나는 내 원칙대로 했기 때문에 맞다고 생각했다.
원칙대로 하는 건 정답일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아닌 것 같다.
원칙은 원칙이라는 이유로 상황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위성을 제공할 때가 있다.
그래서 원칙보다 직관을 우선시한 팀원이 있어서, 시장조사보다 우리의 생각을 우선시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팀원이 있어서 우리는 밤새워 싸우고 조율하며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졌을 때 시너지를 낸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그래서 내가 회사에서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확신에 찰 때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돌아보니 회사에서 만났던 모든 팀원은 나를 성장시켜 준 선생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