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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괴왕 Aug 01. 2022

10. 관료제가 우습냐?

글을 시작하기 전에 관료제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관료제란?




이미지 출처 :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optimumss&logNo=22038100741


대규모화된 조직의 업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데 탁월한 효율을 발휘하는 산업 사회의 피라미드식 조직 형태를 관료제라 한다.


관료제의 특성

(1) 작업의 분화와 전문화이다. 관료제는 복잡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성원들 간에 업무를 체계적으로 구분하고, 각 분야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분담된 일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게 한다.

(2) 조직 내의 모든 지위가 권한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서열화되어 있다.(상명하복)

(3) 조직의 구성원들은 문서로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업무를 파악하고 과업을 수행하게 된다.

(4) 관료제에서의 지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능력을 기준으로 공개경쟁을 통하여 획득된다.

(5) 구성원의 업무 수행 경험과 훈련을 중시하고 신분을 보장해 준다.  


[네이버 지식백과] 관료제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2007. 12. 15., 한림학사)




사원만 있는 팀


가끔 내가 입사하기 전에 팀에서 완료한 업무들을 재검토해야 할 때가 있다. 검토를 하다 보면 '이걸 왜 그냥 넘어갔지?' 싶은 문제들이 몇 개씩 있다. 사원들끼리 머리를 쓴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선임의 도움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다른 팀원에게 물었더니, 당시에 해당 이슈를 팀장에게 보고를 했는데 당장 큰 문제가 없다고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그렇게 미뤄진 이슈들이 지금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팀은 5명 미만의 사원과 직급이 부장인 팀장 1명으로 구성돼있다. 사원들은 경력이 모두 2년 미만이다. 부장과 사원들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실무 대부분을 사원들이 소화해낸다. 회사 내부 업무도 처리하고 고객사를 응대하는 일도 처리한다. 회사는 밖에서 우리를 '주임'이라고 소개한다. 사원이고 경력이 짧으면 얕잡혀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다시 말해 우리 팀엔 중간 실무자가 없다. 그렇다고 업무가 쉬운 것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분명 실력자들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우리에게 맡겨진다. 나야 신입이라 큰 업무를 맡고 있지 않지만, 가끔 다른 팀원들을 보면 '저걸 저 사람 혼자서 다 한다고?' 싶은 업무가 주어질 때가 많다.


사실, 저연차에 중요한 업무를 맡는다는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있다. 그래서 처음엔 괜찮겠다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어지는 업무는 성장의 기회보다는 책임 떠넘기기에 가까웠다. 사원은 일단 회사가 시키니 멘땅에 헤딩하듯이 업무를 한다. 그럼  결과물을 누군가 검토하고 다시 한번 체크하고 피드백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그냥 겉보기에 괜찮다 싶으면 그대로  업무가 종료가 된다. 대신, 추후에 문제가 생기면  업무를 담당했던 사원이 혼자서 수습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직급 체계


본인이 한 일을 본인이 책임진다는 것에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불만은, 왜 우리는 관료제 인력구조의 회사를 다니고 있음에도 관료제의 적절한 업무 절차를 밟고 있지 않느냐는데 있다.


관료제의 직급은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를 내리고, 아래에서 처리된 업 업무는 하나하나 검토를 거쳐서 상위 관리자의 '결재'를 받고 최종 결과물이 된다. 비효율적이지만 각자의 역할이 있고 절차대로 행해지는 것이 관료제의 업무 방식이다.


그런데, 업무 지시만 내리되 모든 선택과 검토를 사원 하나에게만 오롯이 맡긴다면 이 업무 체계가 과연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이것이 가능한 업계도 있다. 바로 스타트업이다. 직원들 사이의 관계가 수평적이고, 각자의 업무를 스스로 업무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탈관료적인 업무 방식이다. 물론 여기에도 '협업'은 존재한다. 모두가 주체적으로 일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협력하고,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관료제의 비효율성과 수직적인 체계를 벗어나 개인의 독창적인 업무 능력을 최대치로 발현시킬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꼰대들이 득실하고 '까라면 까'는 것이 당연한 줄 아는 아주 평범하고 옛스런 중소기업이다. 직급이 분명히 존재하는 회사에서, 힘이 없는 사원들에게 업무를 스타트업처럼 쥐어주려고 한다. 잘한다고 해서 돌아오는 것이 없고 못하면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면서 말이다.


이곳에서의 직급은 아랫사람을 감시하고 제어하는 용도에 불과하다. 업무 퀄리티를 높이기보다, 업무를 잘 지시하고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고작 관리자 한 명에 저 연차 사원만 있어도 팀이 굴러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정말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실력 있는 중간 실무자와 실무를 잘 아는 관리자를 영입했을 것이다. 다른 회사에는 다 있는 주임, 대리, 과장급들이 여기 속한다. 물론 이 직급들이 존재만 해서는 안되고, 업무를 제대로 공유하고 검토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건 필수다.



가성비 관료제의 결말은 과연


회사는 어쩌면 지금 남아있는 저연차들을 키워서 '중간 실무자'로 만들려는 계획을 하는지도 모른다.  하이고~ 의미 없다. '중간 없는 회사'들은 영원히 중간이 없다. 어리숙했던 사원들은 연차가 쌓이면 '내가 등신 같이 이딴 회사를 다녔구나'하고 회사를 다 떠나기 때문이다.


몇 달 전 우리 팀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가장 일을 잘했던 팀원이 퇴사했다. 그 팀원이 인수인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다. 고작 2년 반을 일한 사원에게 '담당자'라는 꼬리표가 너무나도 많이 붙어있었다. 다른 팀에서 업무 관련 요청이 들어오면 팀장은 그 일을 너무도 쉽게 '담당자'에게 넘겨 버렸는데, 나는 그게 정말 기형적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어쩌다 알게 된 그 팀원의 연봉이나 처우는 그만큼 무언가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것이었다.


우리 팀 사원들은 지속적으로 회사에 중간 실무자를 채용해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우리의 업무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 실력자가 필요하고, 앞으로 해나갈 팀의 과제는 우리 역량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 회사는 '노력 중이다'라고 얼버무렸다. 구직 사이트에 올라오는 우리 회사의 채용 공고와, 거기 적힌 경력자 연봉을 봤을 때는 노력을 한다고 결코 말할 수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연차가 쌓인 실무자들을 비싼 돈에 모셔오는 것보다, 저렴하게 산 사원들을 지지고 볶고 굴리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모양이다. 뭐 내가 경영진이 아니니 그 판단을 바꿀 순 없다. 우리 회사 상품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던가, 우리 회사와 협업했는데 실력 없는 애들만 있었다던가 하는 업계의 소문은 내 알 바가 아니다. 팀원들은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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