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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얼디베이트 Nov 12. 2020

인간에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해도 되나

토론에서 어려운 단어 쉽게 설명하기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선 매년 노벨상의 주인공이 발표된다. 2020년 올해의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미국의 ‘제니퍼 두드나’였다. 노벨 화학상을 공동수상한 이 두 명의 여성 연구원은 일명 유전자 가위를 발견하고 연구한 과학자들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특정 DNA를 골라서 제거하거나 첨가 및 수정할 수 있는 기술로, DNA 염기서열 내에서 특정한 위치를 골라내는 ‘크리스퍼(CRISPR)’와 이 위치의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카스9(Cas-9)’로 구성되어 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견되고 확산되면서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상당히 쉬워지고 시간도 훨씬 적게 걸리게 되었다. 그래서 유전자 조작이 연구실에서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접근하기 쉬운 영역이 되었다. 농업계에서는 이 기술을 사용하여 해충이나 가뭄을 잘 견디는 농작물을 만들어 내는 등 식량 생산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이 기술을 질병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인간에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유전자 조작 기술의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살펴보자. 이들은 우선 유전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배아 단계에서부터 에이즈 등 선천적인 유전적 변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유전병이 후대에 전해지는 고리를 쉽게 끊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나 암 등 난치성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 기술은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에 대비하여 얻는 효과가 크다. 낫기 힘든 질병을 평생 앓는 사람들은 얼마나 큰 신체적,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가? 상대적으로 쉽고 저렴한 유전자 조작기술이 질병 치료 분야에서 가져올 인간 삶의 향상은 간과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유전자 조작 기술의 상용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떤 주장을 펼칠까? 첫 번째 주장은 위험성이 크다는 것이다. 만일 의도치 않게 다른 DNA를 절단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때 발생할 수 있을 부작용은 예측하기 어려우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DNA를 재교정하는 것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만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유전자 편집을 성공시켰는데 예상치 못하게 다른 질병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한 불확실성은 이 기술을 인체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또한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한 맞춤형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된다면 우생학적, 사회적 차별의 가능성도 생겨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 편집이 실패한 배아를 폐기하는 것에 대하여 윤리적 관점에서 비판하기도 한다.     


* 참고기사: "AI로 날개 단 '유전자가위' 기술 ... 영화 '가타카' 현실될까"



이처럼 새롭게 등장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그 가능성을 생각하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킬 신기술로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위험성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명암이 엇갈리는 기술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처럼 과학기술을 소재로 토론을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전문 용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토론 중에 사용하는 것이다. 청중은 토론의 내용에 대해 토론자들만큼 빠삭하게 알고 있지 않다. 토론자가 정말 설득력 있는 근거를 들고 온다고 해도 청중이 그 내용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면 설득 자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팁은 어려운 단어는 쉽게 설명하는 것이다. 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어려운 단어는 쉽게 풀어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청중이 토론자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게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는 논제로 벌어지는 토론에서 부정 측이 한 가지 근거를 들고 왔다고 가정해보자. 

     

"2018년 중국에서는 HIV 저항성이 있도록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볼 때 지금 상황에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배아 단계에서부터 맞춤형 아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루어진 실험이라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제재를 통해 이 기술이 치료 목적 이외에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인간에게 허용하는 순간 맞춤형 아기는 폭발적인 수요를 낳을 것이고, 이것이 불러올 사회적 혼란 및 윤리적 문제는 눈덩이처럼 커질 것입니다."    



여기서 ‘HIV 저항성’이라는 단어는 청중이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전문 용어들이다. 이러한 용어를 쉽게 풀어 설명하면 “청중이 토론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하도록” 도울 수 있다.    (  『토론, 설득의 기술』, 242쪽)


앞서 예로 든 발언에서 어려운 단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해 보자. 


“에이즈라는 무서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인 HIV에 잘 감염되지 않는 유전자가 존재하는데, 2018년 중국에서는 이처럼 HIV에 저항성을 가지는 유전자를 편집하여 인간 배아의 DNA를 조작하는 실험이 벌어졌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단어를 풀어서 설명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청중이 우리의 주장과 근거를 이해하게 만들면, 우리 측이 청중을 설득하는 데 훨씬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게 된다. 또한 어려운 단어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특징을 부각하면 좀 더 우리 측의 주장을 강화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토론, 설득의 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 토론 준비 노하우 및 실전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실제 토론에 도움이 되는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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