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10
Christchurch
New Zealand
생각해 보면, 우린 그다지 어울리진 않았어.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았지.
(반대가 더 끌리기는 한 걸까?)
난 통통하고 넌 말랐고
난 락을 좋아하고 넌 힙합을 좋아하고
난 오랜 시간 걷는 것을 좋아하고
넌 집 앞 슈퍼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고
난 걷기 이외의 운동을 싫어하고
넌 그 이외의 운동이라면 뭐든 가리지 않고
난 고기를 싫어하고
넌 고기가 아닌 걸 싫어하고.
난 듣는 걸 좋아하고 싶은 수다 쟁이였고
넌 듣는 게 편한 벙어리였지.
(나중에 후회하긴 했지만.)
하지만 다 상관없어.
늦은 밤, 술에 취해 잠들지 못했을 때,
뒤에서 날 안아주던 그 포근함은
그동안 썰렁했던 내 등이
오랫동안 원했던 거였으니까.
이렇게 헤어지더라도, 괜찮으려고 해.
너와 나, 어떻게든 만나서
이렇게 온기를 나눴으니까.
그걸로 따스해졌어.
이제 한동안은 다시 혼자여도
힘을 낼 수 있겠어.
혼자여도 괜찮을 수 있을까.
오지 않는 잠을 청하며 밤새 생각해봤지만,
괜찮을 것 같아. 다시 혼자여도.
너와 함께 했으니까.
나와 함께 한 모든 순간들을
네가 다시는 후회하지 않기를.
그리고 나도 후회 따위 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