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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Oct 22. 2015

뜀틀 넘기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11


뜀틀 넘기

Auckland  

New Zealand



별 준비 없이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걸 준비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정말 적응을 빨리했던가. 어느 쪽이든, 뉴질랜드에 도착한 이후 우왕좌왕하는 일없이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되었다.


일을 하려면 필수인 IRD 번호(일종의 세금 신고 번호)를 신청하고, 노란색이 마음에 들어 들어간 ASB 은행에 계좌를 열어 한국에서 들고 온 얼마 안 되는 돈도 안전하게 넣어 두었다.



필수적인 일들을 마무리하고선, 커피를 시키면 30분짜리 무료 인터넷 바우처를 제공하는 에스콰이어스 커피 하우스에서 밍밍한 캬라멜 마키아또를 시켜놓고 커피 하우스의 시들시들한 와이파이로 일자리 정보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를 떠돌았다.


그러다 약속한 30분이 지나고 나면 미련 없이 손을 털고 일어나, 호스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스카이 타워도 가고 타카푸나 해변으로 나들이도 갔다.


햇살은 따스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이미 가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이름도 어색한 4월의 가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낙엽처럼 떠나가고, 나도 내일이면 카티카티라는 정겨우면서도 우스운 이름의 작은 마을로 일을 찾아 떠난다. 떠나기 위해 그동안 입은 옷들을 빨아 말리고 다시 짐을 꾸린다. 늘 해온 것처럼 능숙하게. 이것저것 놓치지 않고 챙길게 많은데도 꼬박꼬박 비타민까지 챙겨 먹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스스로도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세상은 같아도, 나는 정말 변하긴 하는 모양이다. 단지, 언제 변했는지도 모르게 아주 조금씩 변하는가 보다. 달팽이가 뜀틀을 한 단 한 단 넘듯 점진적인 변화. 언제가 되면 완전히 달라지게 될까.


어느 시점에라야 우유부단하고 겁 많고 미치도록 소심한 내가, 완전히 변해 이 모험에 어울리는 사람이 될까.



만약 사람의 삶에도 완성형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면, 나의 완성형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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