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1
Queesland
New Zealand
햄버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퀸스타운 Queestown.
왜? 퍼그버거 Fergburger 가 거기 있으니까.
태어나서 햄버거, 특히 소고기를 다져서 기름기 줄줄 흐르게 구운 패티를 얹은 버거는 입에 대지 않는 내가, 먹고 나서 하루도 안 돼서 다시 먹고 싶어 입맛을 다시게 만든 거대한 버거가 바로 퍼그버거였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내 평생 그렇게 맛있는 햄버거는 처음이었어.
햄버거를 생각하면 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은 맥주.
맥주, 하면 떠오르는 곳은?
더니든 Dunedin.
스페이츠 브루어리 Speight’s Brewery 가 있거든.
뉴질랜드에서 마시기는 맨날 마셨지만 어디 있는 줄 몰랐던 스페이츠 브루어리가 더니든에 있는 걸 보고 냉큼 투어를 신청했잖아. 투어를 마치고 맥주 공장 옆에 있던 에일하우스에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마신 써머 에일의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생맥주로만 마실 수 있었던 은근한 복숭아 향이 나는 청량한 맥주. 집으로 돌아가려면 돈을 아껴야 하는 처지였지만 다시 갈 수밖에 없는 맛이었잖아. 지금도 다시 돌아가서 그때와 똑같은 자리에 앉아 탭에서 막 따뤄 나온 그 맥주를 마시고 싶다.
이렇게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다 보면 다시 맥주 생각은 스테이크로 이어지고, 침이 잔뜩 고인 뇌는 카티카티 Katikati 와 타우랑가 Tauranga 를 잇는 2번 국도 변에 있던 작은 로컬 레스토랑인 포르타 레자 Forta Leza 로 찾아가지. 그 집에서 먹었던 돼지고기 케밥과 스테이크도 좋았지만 언제나 사이드에 푸짐하게 나오던 샐러드와 감자튀김도 메인 못지않게 좋았어. 뭔가 어둡고 음침하긴 했지만 그래서 이상하게 더 훈훈한 느낌이 들었던 레스토랑 특유의 분위기도.
맛있었던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함께 보냈던 좋은 시간들이 생각나고, 그 속에서 내가 정말 행복했음을 깨닫게 돼. 함께 웃고 마시고 떠들고, 때로는 약간 취해서, 때로는 완전 취해서 — 웃고, 마시고, 먹고, 또 낄낄거렸던 우리를, 다시 떠올리고 기억해.
그 햄버거를 먹으면서, 난 무척 행복했다. 너와 함께였으니까. 우리가 함께 먹고 마신 그 모든 것들이 최고로 맛있었고, 우리가 함께한 그 모든 식사가 매번 최고의 만찬이었어.
이제 너는 누구와 그런 만찬을 즐기게 될까.
나는 아직도 그 햄버거가 그리워.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한 입 베어 물면,
그때와 같은 맛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