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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리 Nov 10. 2024

Letter for You

너도 떠나 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47


Letter for You

Brisbane, Queensland

Australia



나도 이사를 했어요. 한 달 전에.

동생과 투닥거리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여행을 마치고,

전혀 새롭지 않은 새 도시를 찾아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통장잔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요.

설상가상으로 일마저도 구해지지 않네요.

작아진 통장 잔고 때문인지, 아니면 한국에 가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인지.

요즘 들어 떠나온 지 처음으로

한국으로 돌아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매일 밤 잠을 못 이루고, 인터뷰를 보러 가기 전에

겨우 넘긴 시리얼을 토할 정도로 많이 긴장해 있어요.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고작 카페에서 일하는데

이렇게까지 난리인가, 싶을 정도로요.



단순히 그 일 때문만은 아니지만,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가슴속을 파고들어요.


마음을 좀 먹는 벌레가 내가 해온 모든 선택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아작아작 먹어 들어오며 속삭여요.

한국에 가면 내가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믿어왔던 모든 것들이 흔들거리고,

굳게 딛고 서있던 땅이 요동쳐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여기서도, 한국에서도.

어느 곳에서도 나를 원하는 곳이 없을 것 같아요.



당신에게 물어도 별 수는 없겠지만.

그저 당신의 따뜻한 목소리가,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대답이 그립네요.


보고 싶어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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