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싫어하고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떻해(X) 어떡해(O)
이 글은
'세계일주를 다녀온 한 부부'가 서울시 도봉구 일대에서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일주 강연을 직접 기획해서 진행해보는 과정을 글로 남기는 프로젝트 입니다.
이 글은 시리즈의 세번째 글로서 아래의 <기획편>과 <홍보편>을 함께 읽어보시면 훨씬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기획과 홍보만큼이나 힘들었던 컨텐츠 제작편 시작하겠습니다!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두근두근' 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시간 있으시면 커피나 하자 말할 수가 없네
커피를 싫어하면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해
이제 홍보는 시작됐고 발표할 PT를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평소에 좋아하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가 생각났다. '혹시 오시는 분들이 커피를 싫어하고 쌍화차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우리가 여행했던 경험들을 녹인 컨텐츠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우리는 나름 이게 고급 커피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그들이 원하는게 쌍화차면 어떡하나. 이렇게 만들면 이렇게 싫어하실 것 같고, 저렇게 만들면 저렇게 싫어하실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파워포인트를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이러다가는 하나도 못 만들고 애드립으로 떠들다 오게 생겼군...'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러면 원칙을 정하자. 원칙을 세워 만들면 한 걸음이라도 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세운 나름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오시는 분들께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실용적인 정보를 줄 수 있도록 하자
2. 사람들한테 우리 여행을 자랑하는 식이 아니었음 좋겠다
3. 절대 보시는 분들이 지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최대한 최신 파워포인트 트랜드에 맞춰 감각적인 폰트도 다운 받아 센스 있으면서도 스타일리쉬하고 여유와 유우머가 넘치는 우아한 PPT를 만들려고 노력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배어 있는 05학번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PPT 느낌을 지우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쌍화차보다 커피를 좋아하긴 하는데 우리의 컨텐츠를 보며 지루해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시달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라는 말을 누가 만들었나. '걱정하지 말아야지!' 하면 걱정이 없어지는 것인가. 그러면 '500억이 생겨야지!' 얍! 해서 500억이 생겼으면... 아무튼 아무리 좋은 이야기더라도 내 앞에서 대놓고 하품하는 관객을 나는 어떻게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꼼수. 우리에게는 꼼수가 필요했다. 내용이 조금 후지더라도 사람들이 지루할 틈이 없도록 하는 몇 가지 꼼수를 생각해 보았다.
1. 다양한 정보를 다양하게 주기 : 사진, 동영상, 레시피, 지도(루트) 등등
2. 중간에 이벤트를 넣어서 사람들이 지루할 틈을 안 주는 거야
3. 형식을 파괴하자. 사람들한테 발표하는 중간에 궁금한거 있음 아무때나 치고 들어오라고 하자!
그렇게 다양한 시도된 프리젠테이션 방식들 혹시 신박했나요? ㅠㅠ 신박하소서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신경썼다고 생각하는 포인트는 역시나 실용적인 정보들을 담으려고 노력한 부분이다
되게 사람들을 배려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척 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의 틀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나름 일주일동안 고민하며 완성한 50개의 슬라이드였다. 사람들한테 품질좋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드리고 싶어 PPT에 사진과 동영상을 무리하게 삽입하다 보니 100메가가 훌쩍넘는 PPT에 노트북이 버벅댔다. 발표를 이틀 앞둔 날 폴더에서 PPT 파일을 클릭하기만 해도 컴터가 멈춰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거때문에 새벽 5시까지 검색에 검색을 해가며 컴터를 고쳐보겠다고 전전긍긍했다. 알고보니 윈도우즈 10에서 파일탐색기 버그가 엄청 많다더라. 으 빌게이츠...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시간내에 PT를 완성했다. '자랑하는 방식이 아니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만들었는데 자랑을 다 뺄 수는 없었다. 그냥 최소화할 뿐...에라 모르겠다. 커피를 싫어하고 쌍화차를 좋아하면 2차로 다방가지 뭐.
시리즈의 마지막 '<우리 동네에 세계여행자가 산다>_실행편'으로 이어질겁니다(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