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나라의 어른이 Sep 19. 2021

온라인, 오프라인플랫폼이 약속해야 할 예의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는 일방을 위한 것이 아닌 참여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아들이 두세 살이 되면서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놓고 촛불을 켜면 어서 노래를 하라고 채근했다. 자신은 그 노래가 들리면 곧 이어서 촛불을 끄고 박수를 치는  과정이 너무 좋았던 모양이다.  서둘러 촛불을 끄면 그는 아쉬워하면서 다시 촛불을 켜 달라고 졸랐다. 다시 타다남은 초에 불을 올리고 가족은 어색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연이어 부르면 냉큼 입술을 오므려 불을 끄곤 했다.  언젠가부터 일상적으로 생일을 맞이하면 서양식 케이크와 나이만큼의 개수의 여러 색으로 만든 초를 꽂고는 그 유명한 노래를 어설픈 박수를 곁들여행사를 이어간다.   생일을 축하하는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대중은 오랜 세월 이 형식지를 저항없이 활용하고 있다.  독창적으로 꾸밀 수 있는 다른 방식도 있겠지만 반사적으로 이 노래와 촛불 켜기/끄기로 연상되는 이 과정은 ‘생일 축하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간혹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준비할 때마다 이 형식지를 벗어나는 일탈을 꿈꾸지만 신통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서 약간 글쓰기 재주가 있어 보이는 딸에게 혹시 유명 작가가 되면 훌륭한 영화나 드라마 시나리오를 써서 새로운 생일 축하 플랫폼을 만들어보라고 부추긴 적 있다.  최근에는 결혼식도 장례식도 지역과 개인 선호와 관계없이 일정한 형식지로 진행되어 버렸다.  때론 이런 형식지가 더 편리하고 예측 가하기에 더 편안하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 같이 플랫폼의 개념을 확장하면서 우리는 일상의 자잘한 영역을 포함하여 거대한 온라인, 오프라인 플랫폼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오프라인 플랫폼, 일관제철소

오늘날 널리 알려진 플랫폼 기업이 인터넷 기반의 사업으로 널리 인식된 것은 2000년대 초 무렵이었다.  하지만 이 개념은 그보다 100여 년 앞서 이미 오프라인에서 거대 금융기업이 자본을 기반으로 독점적인 시스템을 구성하면서 창안되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 플랫폼은 2차 산업혁명 시기에 주요 산업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여 규모의 경쟁력을 통해 전후방 산업을 연결시켜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피츠버그는 디트로이트와 함께 현재 미국 제조업 몰락의 대명사로 알려진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상징적인 도시였다.  오대호 주변의 다른 도시들도 물류수송의 이점을 살려 마침 급성장하는 철강산업에 필요한 석탄과 철광석을 실어 날라 1880년대까지 철강생산 붐이 일어나 중소 철강업체가 난립하였다. 이무렵 JP모건은 유럽보다 철강생산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카네기 스틸을 포함한 12개의 철강 관련사를 통합한 US Steel을 1901년에 설립하였다. 이후 시카고 인근에 게리(Gary) 제철소를 건설하면서 규모의 경쟁력과 함께 물류 방식을 보강하고 제품 라인을 확장한 일관제철소를 세웠다.  이 제철소 방식은 혁신적이었는데 철강생산에 사용된 석탄의 부생 가스를 이용하여 전기와 가열 가스를 생산하고, 이 전기와 가스를 제철소 자체에서 활용하며 쇳물 제조부터 열연제품(최종 제품)까지 에너지 자립형 일관라인을 구성하였다. 이것이 첫 번째 고로 기반의 일관제철소(Integrated Steelworks) 모델이 되었다. 일본은 1970년 이후에 태평양 전쟁 이후 파손된 설비 복원과 산소 전로(LD Converter)와 같은 신기술을 수용하여 일본제철 오히타에 대형 제철소를 해안가에 건설하였다. 동시에 대형 항만 설비를 마련하고 대형 선박에 의한 석탄, 철광석을 호주, 브라질과 장기 수입계약을 통해 확립하였다.  20세기 산업자본주의 다양한 폐해를 동시에 생산한 이 플랫폼을 미리 경험하고 혜택을 누린 미국, 일본의 사례를 포착하여 대한민국은 1960년대 근대화를 이루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의 건립 시 바로 적용되어 20여 년 만에 포항, 광양지역에 그리고 다시 10여 년 뒤에 당진지역에 세계적인 규모의 제철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중국은 철광석과 석탄을 비록 많이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국산은 품질이 낮고 내륙 물류의 어려움으로 인해 대형화를 이룰 수 없었다.  일본, 한국의 철강업 혁신을 파악한 중국은 대규모로 해안지역에 임해일관제철소(seaside integrated steelworks)를 전략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역시 호주와 브라질로부터 대규모의 철광석과 석탄을 수입하여 최신예 대형 설비에서 철강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지난 20여 년 동안 급속히 생산규모를 높여 자국의 인프라 수요 및 해외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임해일관제철소모델은 대규모 투자와 장치를 집약적으로 투자하여 원료이송-항만작업-공정운영-부생가스 활용-대규모 물류수송의 거대 플랫폼의 작동을 가능케 하였다.

  대규모 플랫폼이 확정되면 그 플랫폼 고유의 특성에 맞추어 시스템 내부로 유입되어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한다.   여기에 관련된 인력과 주거지 그리고 연동되는 상권과 편의시설 등 다양한 상업이 관련되어 확장된다.  이 생태계의 특징은 오프라인의 형태로 많은 형태의 고용이 이루어지고, 특히 양질의 정규 고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하청업체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분할 수행하는 부작용도 있지만, 개념적으로는 단순, 반복성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전제로 일을 나눈다면 가능할 수 있다.  물리적인 장치와 설비로 이루어진 생태계의 특성상 연속적이며 반복적인 운영 특성 때문에 인력과 참여 산업의 유출입이 크지 않은 특성도 있다.

온라인 플랫폼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 급속히 확장되고 있다.  배민, 카카오, 에어비앤비 등의 IT와 통신기술의 혁신적인 발달과 함께 오프라인보다 더 크고 넓은 시공간을 점유하는 산업이 오프라인을 넘어선 규모로 성장했다.  이미  Window, Apple을 '창문'이나 '사과'로 인식하기보다는 컴퓨터 운영체계나 특정 글로벌 회사명으로 알아들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컴퓨터 운영시스템이야 말로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성하여 개별 개발자의 유망한 기능을 내부로 유입시켜 지속적으로 확장 운영 중이다.  과거와는 달리 업무의 대부분은 책상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를 마주하고 보이지 않는 공간에 무언가를 열심히 채우는 일로 하루를 보낸다. 그곳은 가상공간이면서 온라인으로 연결된 업무용 플랫폼이다.  특별히 현장업무 확인이나 직접 대화를 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 가상공간에 머무르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비대면 업무로 전환해야만 했던 최근 몇 년간 가정 컴퓨터로 연결한 재택근무가 어색하지 않다.

 온라인 플랫폼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가상공간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세상은 유형적인 것에서 무형의 형태로 점진적으로 전환되면서 어느새 모든 이에게 익숙해진 온라인 플랫폼 속에 갇혀버렸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IT기반이라지만, 실제의 결과물은 오프라인에서 완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역시 다양한 정보가 양방향 교환되는 오프라인 플랫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람직한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

 몇몇 온라인 플랫폼 사업체는 기존의 작은 사업까지도 흡수해 버리는 문어발식? 사업운영 때문에 대중이 분노하고 있다.  이는 점잖게 바닷속을 헤엄치는 문어를 모욕하는 발언이다. 문어는 발이 여덟 개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 사람이 이를 모방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비난할 것이 아니라 그 생명체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생각했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긍정과 부정적인 면이 있기 마련이어서 대개 가치중립적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더 할 수 없이 편리하고 경제적인 장점으로 출발하여 많은 이들의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점차 플랫폼에 속한 공급자 혹은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일의 자유도가 제한되거나 새로운 진입자 간의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방치하여 여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플랫폼 설계와 주도하는 사업자는 창의적으로 시스템을 구성하여 이 생태계에 포함된 참여자가 공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플랫폼은 확장되어 안정화되면 스스로 통제하지 않는 한 지배력이 급속히 확대된다.   그런 의미에서 플랫폼의 진정한 가치는 일방을 위한 것이 아닌 참여자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 참여하는 개인이 참여하는 긱(Gig) 노동자가 활성화된 최근의 사례에서 보면, 인간이 ‘기계를 위한 노동 도구’로 전락한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기계가 인간에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시하고 오히려 인간은 그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야 했다.  제시된 목표와 명령에 따라 검은 헬멧과 전동차를 타고 최단경로를 달려가야 하는 상황을 만든 온라인 플랫폼은 인간에 대한 배려보다는 사업의 효율만을 고려하고 있다.   공정과 정의는 자신이 정의하는 영역 내에서는 옳지만 영역 밖의 존재에게는 오히려 불이익이 발생할 때 본래의 뜻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아쉽게도 정보통신의 발전과 함께 확장된 온라인 플랫폼의 형태에서 불거진 폐해로 인해 오프라인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조금은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과거에 기계의 생산성과 효율성만을 위해 인간이 감내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아 간 어두운 흔적이 있지만, 온전히 운영한다면 장점이 많아 보인다.  가상공간 영역이 확장될 때 반대적으로 물리적인 공간에서 경험하는 기본적인 관계와 경험의 가치는 여전히 보편적인 인간의 DNA에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전 17화 용광로와 사람의 몸은 이렇게 닮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