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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라의 어른이 Sep 02. 2021

조금 더 필요한 경계횡단 능력과 다양성에 관해

우리사회가 유연성을 가져야 할 이유

"송나라에 손이 트지 않게 하는 약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약을 손에 바르고 무명을 빨아서 탈색하는 일을 대대로 하였다. 어떤 이방인이 그 말을 듣고, 금 백 냥을 줄 터이니 약 만드는 비법을 팔라고 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가족을 다 모아 놓고 의논하면서 '우리가 대대로 무명을 빨아 탈색시키는 일을 했지만 기껏해야 금 몇 냥 밖에 만져 보지 못했는데, 이제 이 약을 만드는 비법을 금 백 냥에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팝시다'라고 말하였다. 그 이방인은 오나라 임금에게 가서 그 비법을 가지고 유세를 했다. 마침 월나라 임금이 싸움을 걸어오자 오나라 임금은 그 이방인을 수군의 대장으로 삼았다.(왜냐하면 그 이방인에게는 물에서도 손이 트지 않게 하는 비법이 있었기 때문이지) 결국 겨울에 수전(戰)을 벌여 그 이방인은 월나라 군대를 대패시켰다. 오나라 임금은 그 사람에게 땅을 떼어 주고 영주를 삼았다.  손 트는 것을 막는 약은 마찬가지였는데, 한쪽은 그것으로 영주가 되었고 다른 쪽은 그것으로 무명 빠는 일밖에 못했다. 사용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이다. [소요유]”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강신주, 그린비(2007)


 위의 우화를 통해 강신주는 장자의 주장에 대해 여러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융합, 창의, 혁신 등의 구호가 가득 찬 사회에서 용어만을 가지고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는 것은 별개의 사항임을 수 없이 경험해왔다.   이 우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점을 통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정리해 본다. 


산업을 관통하는 융합능력(혁신)

 이방인은 겨울 빨래 작업에서 손트지 않는 비약(祕藥) 제조법을 겨울에 물에서 싸우는 전쟁이라는 전혀 달라 보이는 체계에 적용하여 더 큰 이익과 결과를 얻었다.  단지 그는 비약을 직접 건네받지 않고 개발 방법만을 요구했다. 또한 그는 개발자는 아니었지만 잠재된 기술가치를 알아보는 능력이 있었다.  확신을 가진 그는 타국의 체계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 산업 간-국가 간 횡단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다. 그래서 비법 활용처를 타국의 권력자가 가장 원하는 영역으로 용도 확장할 수 있음을 아는 정도로 시야가 넓었다.  그런데 그의 국적을 장자는 굳이 언급하진 않았다. 

설득과 동시에 실행하는 능력

  자기 확신이 가득해도 상대에게 최선의 설득을 통해 허락을 얻어낼 수 있는 소통이 가능했다는 것도 주의 깊게 관찰할 대목이다.  단순 거래자인 것 같지만 자신의 신념을 직접 구현하는 실행력도 있어, 자신의 주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타국의 수군 지휘자로 갑자기 임명된 상황은 작동되지 않았을 때의 신변 위협이라는 중대한 RISK가 있는 제안이었지만, 그는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지휘하여 성과를 증명했다.  따라서, 이 이방인의 능력을 현대식으로 해석해 보면, 산업 혹은 분야를 넘나드는 융합의 아이디어맨 인 동시에 최선의 소통가로서 자신이 확신한 내용을 실행해 낼 수 있으며, 다른 시스템에서도 구성원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도 보유한 대담한 인물로 정의할 수 있다

인물과 아이디어를 판단할 수 있는 의사결정자

  오나라 임금으로 표현된 의사결정자의 역할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 있다.   설득하는 상대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자신의 문제의 해결책이라 판단하여 국가와 인명의 존망이 달린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허용하는 그는 담대한 의사결정을 하였다.  물론 그는 이방인을 수군의 대장으로 삼는 묘수?를 통해 제안자가 감당해야 할 RISK를 조건으로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악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방인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 이상 왕 자신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결정이었다.    


같은 배경을 가진 구성원의 진지한? 의사결정

비법을 판 빨래꾼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작가는 새로운 관점을 알려주고 있다.  즉, 동일한 체계와 규칙 하에 있는 빨래꾼과 그 가족은 애초에 비법을 판매하기 위한 가족회의 자체가 의미 없었다.  오랜 세월 같은 가치관과 시스템에 존재하는 구성원의 배경과 내부 수직체계(아마도 동양의 가부장적 사회에 속해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봄)에서 가장이 이미 염두에 둔 결정사항에 특별한 의견이 제시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더욱이 비법만 알려주고 자신들은 계속해서 업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라 잃을 것이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의사결정은 단순히 큰돈을 벌게 되는 상황을 공유하는 정도의 통보 과정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방인, 오나라 임금, 빨래꾼의 행적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할 것을 얻게 되었다.  우화의 성공사례는 세 사람으로 상징되는 인물들이 함께 취한 행동의 결과이다.   누군가가 가진 작은 아이디어가 전혀 다른 영역에서는 빛나는 혁신으로 재 해석되어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산업과 산업 사이를, 국가와 국가 사이를 횡단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 기회를 가졌을 때 효과적인 소통과 설득, 실행하는 능력이 연결되어야 한다.    제안자나 판단자 모두 리스크 수용에 대한 대범함을 포함하여 자기 확신에 대한 결과를 위해 긴밀한 협력이 예상을 넘는 성과로 나타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과정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 사회가 익숙해져 있는 내부적 시각의 견고함이다.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 국내의 많은 기업과 조직체에서는 내부 구성원들이 대부분 유사한 배경과 의식 공동체에서 성장하였다.  그래서 새로운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될 때 외형적으로는 의견수렴 시스템과 절차가 규정화되어 있다.   하지만 상세히 들여다보면, 수직적 체계가 강하여 최고 결정자의 의도에 대부분 수렴하는 경향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의사결정 참여자들 대부분 리더와 동질성이 강한 인물들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흔치 않은 경우, 순간적으로 이단아가 된 인물에게 던져지는 암묵적인 눈길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하나마나 한 결정을 투명성과 절차로 포장되거나 오너 시스템인 경우는 ‘경영자의 감각’로 귀결되곤 한다.  우리 사회가 좀 더 융합적, 혁신적이기 위해서는 작은 조직에서부터 이른바 다양성을 가진 구성원이 존재하게 하고, 다른 생각과 관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어떤 조직에서나 흔히 관찰되는 것이기에  ‘악마의 변론(Devil’s Advocate)’이라는 용어와 제도를 도입하여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이슈가 되는 기업의 ESG경영의 지배구조(Governances)가 새삼 강조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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