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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주 Jul 12. 2023

세계 한인입양인 대회를 아시나요?

생각하는 우체통

  7월 11일부터 16일까지 서울에서는 세계 한인입양인 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3년에 한 번 열리는 이번 대회는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입양인들이 한국에 모여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행사가 열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을 겁니다. 전쟁은 많은 것을 앗아가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부모를 빼앗아가는 게 가장 큰 불행 같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이 성장할 때 세상의 지붕 역할을 하니까요. 그러나 우리에겐 전쟁이 멈춘 때에도 여전히 아이를 해외에 입양보냈습니다. 아이를 수출하듯이. 


  아이들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으로 그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해서 인간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아기에게도 뼈와 살과 뇌가 있으며 움직임이 있고 생각이란 게 있습니다. 그는 세상에 나와 자신이 처음 본 존재와 유대관계를 맺고 세상의 살아가는 모든 것을 배워갑니다. 인간으로서 존재해야 할 일들요. 그러나 입양되는 아이들은 인위적으로 그 순간을 놓치고 자신의 피부색과 다른, 언어도 삶의 배경도 다른 이들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평생 삶의 공허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뿌리없는 삶은 쉽게 흔들립니다. 


  좋은 부모를 만나도 이방인으로 살 수밖에 없고 나쁜 부모를 만나면 버림받거나 누군가에 의해서 납치되거나 한 순간보다 더 나쁜 경험을 갖게 됩니다. 입양인들에게는 어떠한 경우에도 행복하기가 남들보다 어렵습니다. 삶 자체가 특별해져버렸으니까요. 한국인 입양인은 신체적 학대를 받은 경험이 33%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입양되지 않은 아이들보다 성적 학대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9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낳고 키운 아이들을 학대하는 부모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율은 입양된 아이들보다는 낮을 거라고 믿습니다. 물론 가정 안에서 자란 아이들도 가정 밖에서 자란 아이처럼 방임의 학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공부에만 매달리게 하고 사육당하듯 자라는 아이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를 생물학적 부모로부터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다행히도 그런 아이의 숫자가 많지 않다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지 모릅니다.


  해외 한인 입양이 그저 전쟁 후 남겨진 아이들과  혼혈 아이들뿐 아니라 경제적 곤란 때문에 버려지는 것 이외에도 조직적으로 아이를 상업적으로 입양시키기 위해 서류를 조작하는 일이 있었음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의 새끼가 귀엽고 사랑스러운 건 세상의 모든 위협으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아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기들의 권리는 그 아이를 낳은 부모와 사회가 보호해야 건강한 사회일 겁니다.


  디스토피아를 다룬 영화에서 '출생'이 정부의 감시하에 철저히 통제당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어쩌면 쾌적한 지구, AI의 보편화, 노화의 종말 등으로 해서 자본을 가진 소수의 특권층은 아이의 출생을 더이상 바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건 먼 미래의 일이고 닥친 일이 아니어서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를 돌아보면 늘 아이들과 여자로 대변되는 약자는 전쟁의 가장 큰 희생자였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은 권력이 없는 사람들을 착취했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된다면 인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 중에서 가장 추악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신의 실수가 되겠지요. 소수는 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소수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 일의 배경과 반복을 막을수도 다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출산 때문에 여기저기서 대책을 말하고 소멸할지 모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합니다. 저출산은 문제가 아닙니다. 태어난 아이에게도 인권이 있고 그들 모두에게 관심과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와 행복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게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적 쾌락 때문에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는 남성들에 대해서 요구합니다. 여성은 성적 대상화이기 전에 당신을 세상에 내보낸 가장 숭고한 엄마의 성이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아이를 낳고 버리는, 혹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엄마들에게 말합니다. 그 아이가 당신의 과거이고 당신의 미래일 수 있습니다. 아름답게 자라 당신에게 영광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고 반짝반짝하는 소중한 선물입니다. 아이들에게 슬픔을 주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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