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다시 찾은 우붓의 중심지는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이미 근처에서부터 꽉 막힌 교통 체증이 시작된다.
우붓의 첫째 날은 남편이 잡은 숙소에서 묶기로 했다. 중심부 근처에 자리 잡은 호텔이었는데 꽤 욕심내서 고른 호텔이었다. 하지만 내부 시설은 쾌적했으나 가성비가 다소 떨어졌다. 베란다 너머에는 초록한 사진과는 달리 나무들을 죄다 뽑아놓고 대규모 공사 중이어서 커튼을 계속 쳐놓고 있어야 했다. 짐을 내려놓고 식사를 하러 거리로 나갔는데 거리의 혼잡함과 열기에 정신이 혼미해져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여태껏 한적한 곳만 다니다 왔더니 우붓의 혼란스러움은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차와 열기, 많은 사람들, 좁은 도로가 힘들었다.
숙소는 왜인지 소리가 다 울리는 구조여서 작은 소음에도 취약했다. 아이들이 깔깔대며 수영장에서 노는 것도 다 울렸고 객실에서도 크게 들렸다. 다른 투숙객에게 혹시 누가 될까 봐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도 마음 졸였다. 아이들과 여행할 때는 시설을 떠나서 정말 마음이 편한 곳이 최고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으면 그 어떤 곳도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게 된다. 게다가 저녁부터는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에어컨도 안 켜지고 모든 것이 멈춰졌다. 직원들은 돌아다니며 방마다 초를 두세 개 전달했고 나는 방 한켠에 초를 놓으면서도 혹시나 불이 날까 염려했다. 놀랍게도 딱 우리 숙소 일대만 정전이었다.
이것은 바로 숙소를 옮기라는 신호이지. 오늘 하루만 묶고 내일은 이사를 가자.
불 꺼진 방에 어둡게 있느니 차라리 아이들과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불이 나간 거리와 불이 켜진 거리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었다. 불이 들어온 지역은 활기를 띠고 있었고 그 자체로 천국 같았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전기만 사라져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아무리 값비싼 곳이더라도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 그곳은 지옥이 되고 다 부질 없어짐을 경험하였다.
그 순간 문득 우리의 미래 세대 아이들은 괜찮은 걸까 생각했다. 이렇게 전기 없이 조금도 살 수 없는 우리들에게 에너지는 언제까지 계속 제공되는 것일까. 지구 에너지는 유한한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하는 걱정이 스쳤다. 돌아가서 땅을 찾고 우리만의 집을 지을 때 꼭 태양열 에너지 시스템을 갖추어야겠다고 느꼈다. 자본 에너지로부터 자유로운 우리만의 방법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느꼈다.
불이 들어오는 근처의 카페에서 음료와 와플을 먹고 숙소에 돌아와 보니 불이 켜져 있었다. 참으로 감사한 전기다.
다음날 아침에는 우붓에 온 김에 오랜만에 요가를 하러 갔다. 나는 내 인생의 첫 요가 수업을 2년 전 이곳 우붓에서 받았다. 요가를 하는 지인 언니의 추천으로 아침 일찍 요가를 하러 간 곳이 intutit flow라는 요가원이다. 육아로 내내 다른 사람만 살펴오다가 요가를 하는 동안에는 오롯이 나의 몸과 나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 자체 만으로도 감격스러워서 왈칵 울음이 쏟아져 나왔던 기억이 있다. 다시 발리에 왔으니 그곳에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었고 반갑게도 2년 전 선생님이 그대로 계셨다.
수업은 나에게 매우 유익했다. 발리의 이곳저곳에 요가를 하러 돌아다녀 보아도 이곳이 가장 편안하고 나에게 잘 맞는다. 다음에도 우붓에 오게 되면 다시 이곳을 찾아오겠지. 나의 요가가 시작된 요가의 고향 같은 곳_바로 우붓이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을 한적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하루 만에 다시 우붓의 북쪽으로 이사를 가기로 했다. 이제 딱 두 밤 남았다. 두밤이 지나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