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마치며

고마운 발리

by 수바나

우리는 하루 만에 혼란스러운 우붓을 벗어났다.

북쪽으로 30분을 더 올라와 조용한 작은 마을 세바투라는 지역에 마지막 숙소를 잡았다. 주변에 푸르른 논이 있는 곳, 진짜 우리의 마지막 장소


두 개의 방에는 티비가 있었고 아이들은 오랜만에 마음껏 유튜브를 보았다. 침대에 올라가 리모컨을 쥐고 신나게 티비를 본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아이들이 티비를 보는 게 썩 좋진 않았지만 그 덕에- 우리도 잠시 숨을 돌리며 쉰다.


우붓을 떠나면서 요가를 더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게 되었지만 푸르르고 조용한 이곳이 나쁘지 않다.

이곳도 주변에 뭐가 없고 한적해서 다시 슬렁슬렁_ 잘란잘란 움직일 수 있었다.

근처에 있는 유일하다 시피한 식당은 끝내주는 맛집이었다. 주변의 숨어있던 사람들도 식사 때가 되면 전부 이곳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어떤 사원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정화의식을 하는 물의 사원이었다. 남편은 힌두교식 주황색 천을 두르고 들어가 정화 의식에 참여했다. 작은 물줄기들이 차례대로 돌틈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곳에 정수리를 대고 물을 맞으며 기도를 하고 옆으로 움직였다. 왼쪽은 부정적인 기운을 정화하는 물줄기고, 오른쪽은 긍정의 기운을 불러오는 물줄기라고 했다. 그걸보던 둘째도 갑자기 따라 들어가겠다고 해서 아이도 주황천을 허리춤에 두르고 의식을 하러 들어갔다. 참 이색적이기도 했지만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되는 이 상황이 더 재미있었다. 숙소에서 쉬다가 간단한 선물들을 사기 위해 마지막으로 우붓 시내로 향했다. 이곳에서 마지막 나시짬뿌르를 먹었다. 코코넛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나니 현금이 딱 떨어졌다. 추가 출금을 하려고 atm에 갔는데 아뿔싸 카드를 숙소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 이상은 수중에 돈이 없는 상황. 이것도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하늘의 뜻이겠거니 하고서 폰에 카드가 연동된 그랩을 불러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발리에 푹- 잔뜩 파묻혀 있었기에 여행이 끝난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어느새 마지막 밤이다.

순조롭게 흘러간 이번 여행의 모든 순간에 감사했다. 이제 덤덤한 마음을 가지고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서는 다시 그곳에서 새롭게, 우리 가정의 행보를 이어나가 보겠다. 어떤 일이 오더라도 반얀트리 나무처럼 단단하고 부드럽고 든든하게 아이들과, 소중한 것들을 지켜가면서..







발리의 마지막 아침

많은 에너지를 받고 간다


발리의 자연에서 마음을 풀고

여행 내내 힐링하였다.


인프라가 적은 곳들을 다니다 보니

가야 할 곳도 해야 할 것도 없어 늘 여유가 있었다.


일단 평화로운 숙소를 정하고

그 주변을 거닐며 머무는 식이었다.


작은 구멍가게 하나에

아이들은 기뻐했고

그마저 문이 닫히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낯선 남반구의 별들,

플래시를 켜고 찾아간 외진 식당엔

끝내주는 요리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느껴지는 나라의 긴장감에

경직되어 있던 나의 어깨는 느슨해졌고

두려움은 씻겨 나갔다.


아메드에서 본 일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 어쩔 줄을 몰라했던 순간


가장 좋아하던 발리의 아침

나는 오늘도 아침에, 아침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고 돌아간다.


고마운 이 순간들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이 좋은 순간들 속에

있게 되기를 바라며



안녕, 발리

또 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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