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운 색감

by 이영선

주변 지인들에게 작품을 일부 공개를 했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요즘 좋은 일이 있어? 그림이 편안하고 행복해 보여"라고 말해주어서 그것도 놀라웠다. 내 안무작품들은 그에 비해 아무리 즐겁게 만든 작품도 "너는 평소에는 명랑하고 밝은데 무대 위 작품은 왠지 슬퍼 보여"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약간 의아해했는데, 그래도 내 그림은 행복해 보인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춤을 출 때만큼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고 기분이 좋은 건 맞는데, 왜 유독 그림이 그렇게 느껴졌을까 싶긴 하다. 한 그림에 대해서는 두 명의 다른 사람이 "유토피아"와 "파라다이스"라는 각각의 다른 이름으로 제목을 표현해 주었는데, 나는 특별히 그렇게 무언가를 의도한 바는 없었으나 사람들이 뭔가 비슷하게 느끼는 게 있긴 한가 보다란 생각을 했다.


친구는 특히 "색감"이 독특하다고 했다. 그건 배울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런 게 있나 싶었는데 스튜디오에 들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색감"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을 보면 그런 것도 같다. 나는 그런데 이 색감을 학교 수업이나 오래전 문화센터 유화반 선생님한테 배운 것이 아니다. 내게 왜 어떤 색감이 생겨났는지 생각해 보니, 그건 24년이 넘게 사진을 찍으며 자연과 주변의 색을 끊임없이 관찰하며 내 눈을 훈련시켰기 때문이었다. 특히 미국에서 있을 때 양탄자의 색이나 미국인들의 생활 속 인테리어에 스며든 독특한 감각이 인상적이어서 계속 눈에 익혀두었는데, 그건 아마도 대자연의 풍요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갖고 있는 어떤 감각과도 같았다. 각기 다른 모양의 집에 있는 패브릭이나 패턴들의 모티브를, 계절이 바뀌면서 변하는 일상의 자연에서 찾을 수 있었고 나는 그 색채를 눈으로, 그리고 사진 속 이미지로 익혀두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시각예술적 트레이닝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던 것이다. 그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에는 매우 다양한 색의 조합이 있다. '자연스럽다'는 색에는 꼭 개량한복에서나 볼 수 있는 우중충한 빛바랜 초록이나 감색 같은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은 모든 색을 다 가지고 있다. 완전한 원색부터 조야한 초록, 빛바랜 낙엽의 색까지 모든 색을 담고 있다. 색채를 공부하려면 나날의 빛이 다르게 비치는 가운데 존재하는 일상의 환경을 거닐며 관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자연에는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이 다 있다. 물론 그것을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것은 자신에게로 전이되지 않는다. 주변 자연, 혹은 환경을 잘 살펴보면 그냥 주어지는 것들이 널려있다. 나는 그렇게 색을 익혔다. 그냥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표현했을 뿐인데, "색감"이라는 뭔가 학구적인 용어로 표현해 주니 왠지 쑥스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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