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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축제 기획이 향하는 곳

by 이영선

처음 전시를 계획할 때에는 수많은 작품들과 인파 속에서 겨우 나의 작품 하나가 눈에 띄기나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제로 나도, 관람자들도, 한 작품을 여러 번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각각의 작품이 그만의 개성 있는 세계를 담고 있어, 모두 기억이 날 정도로 그냥 지나쳐지지가 않았다. 여러 개의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해서 더 눈에 띌 것처럼 보이지도 않은 분위기였고, 대개는 한 작가 당 한 작품으로만 출품을 했다. 작품들은 조화로운 공존 속에 나름의 깊이를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페스티벌 기획팀으로부터 사전에 큐알코드가 담긴 작품 안내문 서식이 제공되었다. 모든 작품은 작가 소개와 작품소개가 담긴 두 장의 전시 안내문을 부착하도록 되어 있었다. 대개는 전시장에서 작품에 대해 그리 궁금해하는 관람객을 만나는 일이 드물다. 그리고 작품 설명서가 있더라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간다. 나도 그런 편이었다. 시각적인 것에 먼저 끌리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작품의 맥락이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사람들은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고 싶어 하고, 작가와 관람객 대부분 직접적인 소통을 중시 여겼다. 작품 옆에 붙은 전시 안내문에 진지하게 시선을 박고 있는 관람객을 보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었다. SNS 세상을 위한 잠깐의 반짝거림에 작품이 소모되는 그런 유행을 따르는 전시가 아니었다. 충분히 여행하고, 느끼고, 걷고, 느림과, 깊음과, 순전함과, 진정성이 중요시 여겨지는 전시였다.


나는 한 번 본 작품이라도 가급적 여러 번 가서 보게 되었고, 모든 전시 안내문과 작가노트가 흥미로워서 나중에 이를 웹페이지에서 따로 모아서 읽어보거나, 주최 측에 책자로 엮어달라는 제안을 해보고도 싶었다. 이토록 다양한 삶을 작품을 통해 읽고 발견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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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쓰고 그리고 만드는 통합창작예술가. 장르와 경계를 녹여내어 없던 세상을 만들고 확장하는 자. 그 세상의 이름은 이영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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