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노경 May 20. 2024

동료가 있다는 것

공부의 끝(15)

C1과 C2는 동료 박사생들이다.

요즘 학교수업에서 자주 본다. C1은 나랑 같은 재즈를 전공했지만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고 한국에서 미학으로 석사를 전공한 후,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친구고, C2는 사회복지사로 노인관련 콘텐츠에 관심이 있어, 관련전공으로 석사후 박사과정 3학차에 있다. 둘 다 나랑 지도교수가 같다.

C1과는 주로 철학관련 정보와 향후 거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재즈 전공으로 공통분모가 있어, 뭔가 음악과 철학을 접목한 학회나 예술 활동을 함께 추진해 보자는 쪽으로 대화를 나눈다.

C2는 동일 지도교수 제자라는 거 외엔 공통분모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수업 마치고 지하철 타려고 내려오다가 사는 동네와 내리는 역이 동일하다는 것을 알고, 이 후, 지하철 하교 메이트가 되었다.

둘 다, 처음에는 거리감이 들었다.

C1는 너무 첫만남부터 적극적으로 다가왔다. 이 후, 같이 음악활동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의도는 좋은데, 솔직히 나는 누가 먼저 다가오면 겁부터 난다. 어릴적 부모의 맞벌이로 인해, 양육하는 사람들이 자주 바뀐 탓으로 ‘불안정 애착’을 지녔기 때문일까? 성인이 된 후에도 타인과 갑자기 너무 가까워지는 것이 두렵고, 쉽사리 상대방을 믿거나 의지 하지 못하겠다. 일정기간 생각하고 준비할, 발효시간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C2는 사회복지사라서 상담을 전공한 나와 처음부터 이야기가 잘 통했다. 생각 틀의 결이 같다고 해야할까?

문제는 수업이 너무 늦게 마친다는 것이다. 목요일, 나는 오후3시부터 ‘사진 이론및 비평‘수업이 있다. 이 후, 문화연구방법론 수업을 C2랑 같이 듣는데, 지도 교수님이 너무 열정적이시라, 언제나 예정된 3시간보다 30-40분은 훌쩍 넘어 수업이 끝난다. 마치면 9시가 넘는다. 그리고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같은역에서 내리는 것이다. 너무 피곤한 상황이라, 대화는 하고 싶은데 몸과 체력이 안따라준다. 아마 C2도 직장마치고 바로 수업 듣는 상태라 나와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래도 동료가 있다는 것은 힘이 된다.

혼자 외로이 책가방 들고 왔다갔다하며 수업만 듣고 오는 것 보단 훨씬 나은것 같다. 논문 관련해서 함께 고민하고, 생각과 아이디어를 같이 공유하고, 그때그때 모르는 것 있으면 물어보고,밥도 커피도 같이 마시며, 막연하지만 미래를 그려보는 모습이 흡사 중고등학생들 같다.

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다시 사는 느낌이랄까?

만학이 이래서 좋구나!



매거진의 이전글 발표의 자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