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책 이야기

허태연 '중고나라 선녀님'(놀출판사)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명품에는 관심이 없고, 실용적인 제품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소위 브랜드라는 것에 그리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고가의 제품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라, 처음부터 공감이 쉽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오직 문화생활을 누리며, 어떻게 하면 지적 지식을 채워 그것을 삶에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뿐이다. 그런 내게 상류층 아줌마의 자선 같은 거래는 마치 배부른 자의 작은 적선처럼 느껴졌다. 어려움 없이 살아온 사람의 뜻 없는 배려가, 오히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냉혹한 현실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 부유한 사람은 그 나름대로, 부족한 사람은 또 그 속에서 나름대로 살아간다. 결국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이 잘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세상은 험하고 무서울 때도 많지만, 눈물 나도록 따뜻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양면의 삶을 경험해 보았기에,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 선여휘 여사의 변화가 마음에 와닿았다. 그녀는 꾸밈없이 사람을 대했고, 아들의 사고로 인한 결핍에서 시작된 중고거래를 통해 다양한 사건과 사람을 겪으며 세상을 배워간다.

그 과정을 보며, 예전 엄마가 하시던 말씀이 떠올랐다. “세상 사람 열에 하나쯤은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이 있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괜찮고 따뜻한 사람들이라서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 그 말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되새긴다.

특히, 아들의 죽음을 예견한 순간에도 고통을 잊고자 자신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간호사 실습생이 되어주는 장면에서 자식을 잃는 고통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것인지를 엄마가 아닌 나로서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본인이 짊어질 수 없는 큰 고통을 정작 가까운 사람들하고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히려 낯 선이와 공유하고 그로부터 위로받는 것이 더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여휘여사 또한 그런 마음이었으리라.

세상에 완벽한 삶은 없다. 누구도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과거나 미래에 자신을 묶지 말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작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누군가를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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