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주'그래도, 선생님'(미다스북스)
《그래도, 선생님》을 읽고 난 뒤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학교가 아닌 사교육 현장에서 30여 년을 아이들과 함께해 온 나의 시간이 책 속에 그대로 비치는 듯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이의 입장, 선생님의 입장, 그리고 부모의 숨겨진 마음까지 알기에, 어느 한쪽만 탓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들이 마음을 짓눌렀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사랑받고, 자신이 가진 장점과 재능을 마음껏 펼쳐 나가야 한다. 그러나 획일화된 교육 환경과 빨라진 시대의 흐름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다행히 이 책의 작가는 교실 속에서 다르게 빛나는 아이들을 사랑과 이해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민훈이의 돌발 행동으로 넘어진 진영이의 눈물 앞에서 섣불리 꾸짖거나 편 가르지 않고, 아이들의 마음을 차분히 돌아보게 하며 화해로 이끌어내는 장면은 교사의 따뜻함이 깊이 전해진다. 또래보다 수학에 서툴러 위축된 준호 곁을 끝까지 지켜내며, 문제 해결보다 아이의 눈물을 이해하고 격려하는 마음은 아이의 가슴속에 희망의 씨앗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아이들을 세심히 돌보고 학습까지 책임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이 조화롭게 어우러져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잘하는 점은 칭찬으로 북돋우고 부족한 점은 훈육으로 다잡아주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교사와 부모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학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학습 지도뿐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과 교우 관계, 학부모 상담까지 맡아야 한다. 오랜 세월 이 일을 하며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과, "계속하다 보면 나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 사이에서 수없이 흔들렸다. 그러나 아이들이 건네는 진심 어린 사랑 덕분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손미주 작가의 《그래도, 선생님》은 교단에 선 모든 교사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무게를 담고 있다. 작가는 왜 교단을 떠나야 했는지, 그리고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솔직하게 전한다. 나 역시 휴직을 고민하던 친구, 교직을 떠난 동료, 기간제 교사의 고충을 털어놓던 지인들을 떠올렸다. 교사는 어린 생명의 성장을 책임지는 자리이기에, 사명감과 진심 없이 버티기란 불가능하다.
나 또한 30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원을 떠났다. 마지막에 함께한 아이들은 삶에 큰 사랑을 남겨주었지만, 코로나 세대의 아이들을 대할 때는 학습 부진과 돌발 행동으로 매일 지쳐갔다.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은 마치 에너지를 다 잃은 속이 비어버린 허수아비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은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눈부신 사랑과 깊은 고민을 담아낸 책이다. 다시금 깨닫는다. 우리 아이들이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결국 작가와 같은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교사들의 노고 덕분이라는 사실을. 그들의 진심 어린 헌신이 있기에, 아이들은 오늘도 교실 속에서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고. 그리고 책에서 아이들이 "치킨 바나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듯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웃음과 소소한 행복 속에서 자신들의 꿈을 키워갈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어주기를 마음 깊이 바란다.
이 책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뿐만 아니라, 모든 부모에게도 함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