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의 책이야기

윤현희 '다시, 빛으로'(미다스북스)

by 안현희 마리스텔라

윤현희 작가의 『다시, 빛으로』는 첫 장부터 독자 앞에 쉽지 않은 주제를 놓아둔다. 시작과 동시에 ‘죽음’이라는 무거운 화두가 등장하면서 몸과 마음이 동시에 눌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불편함이 스며들었고, 심지어 머리까지 저릿할 만큼 답답함이 찾아왔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고 무겁게 끌려 들어간 적은 처음이었다.

감정의 결이 다른 사람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나로서는 더욱 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은 단순하지도,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페이지를 잠시 멈추었다가 조금의 시간 차를 두고 다시 읽어야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오히려 와닿는 문장들이 늘어나고, 차츰 편안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서두에서 동생의 죽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조금은 간접적이고 가볍게 시작했더라면, 독자가 이 책에 더 수월하게 들어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초반에 밀려드는 감정의 무게가 너무 커서 책장을 덮고 싶은 충동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지나자, 후반부에서는 한결 가볍고 따뜻한 감정이 찾아왔다. 초반의 무게가 컸던 만큼,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삶과 죽음 사이의 온기와 울림이 더욱 선명해졌다. 『다시, 빛으로』에서 윤현희 작가는 상담사로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자신의 상실 경험을 하나의 맥락 속에 풀어낸다. 죽음을 앞둔 이들과 눈을 마주하고, 상실을 견뎌내는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얻은 사유는 결코 추상적이지 않다. 기록된 장면들은 누군가의 마지막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체험의 언어이며, 그 안에는 깊이 체득된 통찰이 깃들어 있다. 작가에게 죽음은 단순히 끝을 알리는 경계가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또 다른 기회의 순간이다.

​나 역시 40대 무렵, 장례 체험을 한 적이 있다. 사후 세계에 대한 영상을 보고 영정 사진을 찍고, 유서를 쓰며 수의를 입고 입관 체험까지 했다. 그 자리에서 많은 이들의 눈물을 보았고, 나 또한 그중 한 사람이었다. 힘겹지만 귀한 경험이었고,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을 향한 전환점이 되었으며,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게 하고 앞으로 어떤 길을 살아야 할지를 성찰하게 해 주었다.

작가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슬픔 속에서도 빛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놓지 않는다. 후반부에 이르면 독자는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은 자리에 곧 빛이 찾아온다는 것, 상실의 경험이 언젠가 새로운 의미로 환원된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무겁고 차갑게만 여겨지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작가는 상담 장면과 개인적 체험을 교차시키며 따뜻하게 풀어낸다. 그 속에서 절망을 마주한 이들에게 여전히 남는 것은 결국 ‘다시, 빛을 향한 희망’ 임을 잔잔히 일러준다.

​그렇기에 『다시, 빛으로』는 단순히 죽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언젠가 마주해야 할 보편적 순간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어떻게 더 단단히 살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 성찰의 기록이다. 처음에는 숨이 막히고 무겁게 느껴졌지만, 책장을 덮은 순간 내 안에는 작게나마 빛이 스며들었다. 이 책은 무거움을 피하지 않고 끝내 읽어낼 때, 삶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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