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간이 저를 두고 달아나버린 것 같아요. 글쓰기 창을 켜두고 한참 멍- 했어요. 하루를 느리게 되감아보려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기억이 연결되지 않고 듬성듬성 점프하듯 시간이랑 같이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기억의 마디를 짚어보면 오늘은 학원에서 진도를 나가지 않고 모의시험 풀기를 했어요. 문제 푸는 데 집중하니까 5시간이 훌쩍 가더라고요. 그리고는 수업 끝나고 카페에 가서 문서작업을 했는데요. 개요만 짜려고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내용까지 다 넣게 됐어요. 그사이 3시간이 훌쩍 흘렀더라고요. 허겁지겁 짐 챙겨 운동하러 가서 2시간. 집에 와서 후다닥 늦은 저녁을 먹고 수영 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10시 반. 화분에 물 주고 수영 가방 정리하고, 방 안을 몇 번 왔다 갔다 했을 뿐인데 11시 반.
책 모모에 나오는 회색신사가 제 시간을 가져가시는 건지. 어찌 된 영문인지, 시간을 알차게 쓴 것인지, 허투루 쓴 건지. 그저 피곤하고 혼미합니다. 집중한 시간이 많아 체감상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느꼈던 것 같은데, 방향이 맞는지는 살펴봐야겠습니다.
시간이 달려간 자리에 노곤한 육체만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숨 가쁘지 않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는 일상의 틈, 쉼, 여유를 챙겨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