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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Nov 13. 2024

예순 여섯

작은 빵집에서 만난 훈훈함

운동 끝나자마자 곧바로 빵을 사러 갔습니다. 낮에 산책하며 봐둔 빵집이 있었고, 체육관에서 누군가 한 귀퉁이 뜯어먹고 남겨둔 빵을 보았고, 운동하고 나니 배가 많이 고고, 모든 정보를 취합한 뇌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빵을 사라'


"어머나! 안녕하세요." 빵집에서 좀 전까지 같이 운동을 한 팀원만났습니다. 그분도 체육관을 오가며 봐둔 빵집이었는데 빵을 사는 건 처음이라 하더라고요. 뇌에서 같은 지령을 받았구나 하며 신기해하고 있는데 손님 한 분이 더 빵집으로 들어오셨어요.


"무화과가 정말 먹음직스럽게 올라가 있네요.", "맞아요. 저도 그래서 무화과로 골랐어요.",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저는 단호박 깜빠뉴, 팀원은 무화과 깜빠뉴를 고르고 포장을 기다리며 다른 손님까지 셋이 대화를 나누게 됐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나중에 온 손님도 무화과 깜빠뉴를 사고 싶으셨는데 마지막 남아있던 걸 팀원이 먼저 선택해서 살 수 없게 된 상황이더라고요. 안타깝지만 어째요.


"다른 걸 사셔서 저랑 반반 나누실래요? 그럼 저도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어 좋을 것 같은데" 팀원이 경쾌한 목소리로 제안했어요. "어머나, 그래도 될까요? 저도 이 빵집은 처음 오는데 무화과 깜빠뉴가 먹고 싶었거든요. 감사해요. " 손님은 토마토 깜빠뉴를 선택했고, 빵집 사장님두 개의 빵을 절반씩 나눠 담아 주어요.


"사장님, 그리고 시나몬롤 하나랑 크로와상도 하나 같이 주세요. 여기 계산이요." 하며 팀원이 카드를 내미는데 옆에 계시던 손님이 "아니오. 이분 거까지 제가 다 계산할게요." 하시며 카드를 사장님께 건네셨어요. 팀원은 손사래 치며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손님은 단호하게 오늘은 내가 쏜다며, 언니니까 사는 거라며 끝내 계산하셨어요. 빵집 사장님은 그사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잠시 갈팡질팡 난처해하셨지요. 저는 그 옆에 서서 모든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답니다. 빵집 안에 모두가 해피해피해졌어요.


'세상은 아직 따수워'


팀원이 건넨 작은 선의가 불러온 나비효과 덕분에 옆에 있던 저도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저도 작은 선의를 선뜻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 좋겠습니다. 오늘을 잘 기억해 둬야겠습니다.


참참, 팀원이 무화과, 토마토 깜빠뉴를 몇 조각씩 나눠준 덕분에 저도 단호박 맛까지 세 종류의 깜빠뉴를 맛볼 수 있게 됐니다. 끝까지 해피엔딩. 팀원 옆에서 마음 쓰는 법을 잘 보고 배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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