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자정이라고 해야 맞겠네요. 넷플릭스 드라마 <트렁크>를 보다가 끊지 못하고 전편(8화)을 내리 봤습니다. 밤을 꼴딱 새웠지요. 서현진, 공유 씨가 주인공인데요. 서현진 씨는 계약결혼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회사직원으로 고객과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일을 해요. 고객 중에는 시한부 환자, 성소수자가 있었고, 신규 고객으로 공유 씨를 만나게 돼요. 공유 씨는 대기업 2세로 돈이 아주아주 많아요. 그런데 수면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전처는 결혼유지를 조건으로 1년간 다른 사람과 계약결혼을 할 것을 제안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영 떠나겠다는 협박에 공유 씨는 마지못해 서현진 씨와 계약결혼을 하게 되고,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지요.
드라마는 공유와 서현진 씨의 관계, 주변 주요 인물 몇몇에 집중해요. 주인공의 가족들은 등장하지 않거나 식물인간으로 등장했다가 돌아가시지요. 주요 인물들은 모두 점잖게 마음이 망가진 사람들이에요. 드라마 초반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극적인 사건보다는 관계의 미묘한 변화, 인물 내면에서 출렁이는 감정을 살피며 따라가게 돼요. 후반부에는 등장인물이 추가되고, 다채로운 사건과 상황이 펼쳐지면서 감정의 진폭도 커져요.
내면이 텅 비어 껍데기만 남은 사람처럼 존재하는 서현진 씨의 연기도, 어딘가 위태롭고 안쓰러움을 자아내는 공유 씨의 연기도, 고요하게 애틋하고 귀엽게 설레는 둘의 캐미도 정말 훌륭해요.
마음이 섬처럼 외롭게 부유할 때, 한번 보셔도 좋겠어요. 드라마 <트렁크>
미스터리 살인사건과 함께 가는 전개는 <동백꽃 필 무렵>을, 감정을 제거한 듯한 서현진 씨의 캐릭터는 <더 글로리>의 송혜교 씨를,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공유 씨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장기용 씨를 떠올리게 했어요.요즘 드라마에 마음이아픈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가 봐요. 현실이 반영된 거겠지요? 그래도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은 혼자가 아니라서 주저앉아 있더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일어서게 되잖아요. 드라마 속 구원의 서사가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나면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