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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원 3시간전

쉰 다섯

나는 왜 달리기를 한다고 해가지고

처음 달리기를 했던 날 저의 기록은 1.02km 가는데 10분 4초, 평균 페이스 9분 47초였습니다. 나를 넘어서 보겠다는 다부진 결심 무색하게 뛰는 동안 폭풍 같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강사님의 지도에 따라 코로만 숨을 쉬려니 몰아쉬는 숨에 콧물이 자꾸만 딸려 나와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전에 없이 뜨거운 9월 늦더위에 땀은 폭발하고, 훌쩍이랴 땀 닦으랴 앞서 가는 사람 쫓아가랴 후회하랴 하기 싫은 마음이 혀끝에서 꿈틀거렸습니다. 아 몰라 주저앉아 울어버리는 상상도 했지만 어린이 때도 하지 못했던 걸 할 수 있을 리 만무했고 소심하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따라가다 보니 수업은 끝이 났습니다.


달리기에 대한 몸과 마음의 저항은 예상보다 습니다. 럴듯한 그만두기를 위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뭘 하려는 거지? 왜 이런 고생을 하는 걸까? 나를 넘어서는 방법이 달리기 밖에 없을까? 달리기는 못하지만 도망치기는 선수급이지요. 또 같은 패턴으로 행동하려는 마음의 방향을 바꿔야 했습니다. 질문을 바꿨습니다.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싫은 걸까? 덜 힘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만 생각해 보니 아무도 시킨 적 없고, 멈추면 안 된다고 한 사람도 없는데 용기내기까지는 잘해놓고는 벌 받는 사람처럼 억지로 하고 있더라고요. 힘들면 멈춰서 걸어도 되고 콧물 나는 게 싫으면 입으로 숨을 쉬어도 되는 건데 [달리기=힘들고 싫은 거]는 생각에 갇혀서   힘든 방식으로 달렸던 거였어요. 분명 강사님이 빠르게 달리는데 목표를 두기보다 내 숨과 몸, 발바닥과 발가락이 지면에 닿는  감각을 느끼며 몸에 힘을 빼고 편안하게 자신의 속도에 맞춰 달리라 했거늘. 저는 '힘들다', '하기 싫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몸도 마음도 불편했던 거예요. 달리기를 지우고 '코로 숨을 쉬며 뛰어 본다'라는 생각만 남겼어요.


수업 다음날 수업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숨쉬기와 몸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훈련 목표까지 챙겨서 동네 산책로로 나갔어요. 강사님께서 하루에 5분이라도, 걸어도 좋으니 나가서 뛰기를 시도해 보고 짧게라도 경험을 기록해 보라고 숙제를 내주셨거든요. 달리다가 힘들면 잠시 걷고 또 뛰기를 반복하며 2km를 갔어요. 목 뒤 머리카락, 티셔츠 뒷면이 전부 땀에 젖었어요. 얼굴이 화끈거리고 온몸에 피가 도는 거 같더라고요. 힘들다로 귀결되던 달리기에 새로운 감각들이 연결되기 시작한 첫 번째 날이었어요.




혼자 달리기 첫날 남겼던 감상이에요.

숨이 차는 가슴의 꽉 막힘은 익숙해져야 하는 것인가? 훈련하면 사라지는 것인가? 달리며 생각했습니다. 첫술에 욕심내지 않고 찬찬히 가보겠습니다!

저의 의지가 느껴지시나요? 과연 저는 끝까지 욕심 없이 천천히 차근차근 훈련을 해나갔을까요? 그 이야기는 내일 들려 드릴게요.


가을밤이 깊었습니다. 평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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