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달리기 수업 마지막 날이었어요. 두 달 동안 금요일마다 두 시간씩 마음 챙김에 목적을 두는 마인드풀러닝을 배웠어요. 달리기라면 질색하던, 그 누구보다 못 달린다고 자부하던 제가 마라톤 대회를 나가는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배경이지요.
왜 달릴 결심을 했느냐면요. 저는 제 안과 밖의 평화를 너무나 추구하는 나머지 문제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싫은 걸 피하려고만 하니 제 주변 세계가 점점 좁아지더라고요. 사회적 성취, 내면의 성장도 어렵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제가 추구하는 평안한 삶이 흔들릴 위기에 처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것과 마주해서 그걸 넘어서 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게 달리기였어요.
어린이 시절에 저의 100미터 달리기 기록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여러 번 되묻곤 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느릴 수 있느냐며, 앞자리를 잘못 말한 게 아니냐는 순수한 질문은 저를 더 쪼그라들게 했죠. 저 딴에는 최선을 다해보겠다며 신발까지 벗고 양말투혼으로 목에서 피맛나게 뛴 결과였거든요. 뛰는 폼도 볼품없었지만 그보다도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로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안간힘 쓰며 달리는 제 모습을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이는 게 싫었어요. 창피하고 부끄러웠거든요. 체력장, 운동회 날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시무룩한 마음이 들곤 했어요.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일평생 달리기를 싫어하던 제가 마침내, 달릴 결심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두 달 동안 무얼 배웠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그리하여 싫어하던 달리기는 극복했는지 그건 제가 내일 이어서 말씀드릴게요.
평안한 내일을 위해 이만 잠자리에 들어야 겠습니다. 절대 회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깊은 잠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