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 글을 읽어도 뉴스를 봐도 예능을 봐도 한번쯤은 궁금할만도 있을 법한데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고 하니 눈길 한번 안 주기 때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좀 그렇다.
구내식당에 들어가 주는대로 식판에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꾸역꾸역 밀어넣는 그런 허망함도 든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하는지 시간은 빨리 가고 머리 속에 남는 것은 없고 생각은 백지장처럼 하얘지고 뇌는 더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묻는 것도 귀찮고 짜증나기도 한다.
호기심도 없고 질문도 없으니 이전에 채웠던 지식 나부랭이로 세상사를 판단한다. 대화할 때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저 예전 경험에 기대 옳고 그름을 가리고 받아들일지를 가늠한다.
그러니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굳이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 몇 번의 클릭질을 거치다 지루해지면 다른 일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먹거나 싸러 간다. 그게 일상의 전부다.
가축들보다 더 머저리처럼 사는 일상. 성급하고 조급하게 판단하고 절제하지 못하는 이런 생활, 질문이 빠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자문자답해본다.
생존이 걸린 절벽을 점점 마주하고 있다. 멀리서 달려오는 듯 보였던 위기의 열차는 잠시 한눈 판 사이 지척까지 다다랐다. 늘여놓은 일들, 미루고 미루는 일들. 머리 속에 맴돌다 하찮은 것들에 밀리는 생각들. 이제 쫌......
그래, 이제는 뭔가를 기록하고 또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질문하는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할 듯하다.
내일엔 또 다시 태양이 떠오르겠고 어제와는 다른 내일, 그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