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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 Aug 16. 2021

무조건 글쓰기 #2

어느날 아침에 문득 서늘한 바람 냄새를 맡았다.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의 전조가 시작되었다. 덩달아 내 마음도 서늘해졌다. 가을 타는 거라고 진부하게 넘겨도 될 일이지만, 그러기엔 서늘함의 깊이가 좀 깊었다.


가을은 나를 조급하게 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나의 한 해를 비웃는 듯하다. 단지 내가 성과주의자라서가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일터에서, 관계에서 늘 불안을 느꼈다. 불안이 가장 고조했던 시기는 늘 공교롭게도 가을이었다. 아직은 견딜만한 서늘함이 금방 어찌할 수 없는 추위로 변모할 것이라는 예감은 내가 처했던 상황을 예표하는 것이었다. 아직은 살만하지만 언제 더 불행해질지 모르는 미래.


다행히 2년 전쯤 새롭게 시작한 일에서는 그리 불안을 느끼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걱정할만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개월 전 같은 직장 안에서 새로운 업무를 해야 했고, 나는 다시금 가을의 서늘한 바람을 들이키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럴때면 나는 언제나 도망치는 데 성공했다. 


이제 슬슬 도망치고 다시 자리잡는 일을 반복하는 게 두렵다. 그래서 꿈꾼다. 도망치면서 돈 벌 수 있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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