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서]
우리는 서로의 장점과 단점, 바라는 점을 편지로 적어서 서로에게 주었다.
혼자 조용히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나는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그때 인석이와 용찬이는 형이 바뀌어서
자신들과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진심 어린 마음으로 조언을 해준 것이었다.
지금보다 마음의 그릇이 더 작았던 그때의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깊이 있게 받은 조언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때 나는 원망과 분노로 두 눈이 가려졌다.
‘내가 이 회사를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서,
너네들이 잘 못하는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했는데 너희들이 내게 이럴 수 있어.
나라고 너희들이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것 같아.’
라고 생각했다.
한번 엇나간 마음은 다시 수습하기가 어려웠다.
멘탈은 바닥을 칠대로 바닥을 쳤다.
일주일 동안 매일 술로 하루를 보냈다.
그때 처음으로 혼자 술집에서 술도 마셔보고,
고깃집에서 술도 마셔봤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한심하지만,
직장에서 상사와 동료에게 상처받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 먹으며 세상을 탓하는 것처럼 하루하루를 보냈다.
인석이와 용찬이는 나와 그만 일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서로 장점은 더 키우고, 단점을 보완해서 성장해 보자는 것이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주변 사업가 지인들을 만나서 하소연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으려고만 했다.
그때 그 지인들은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하다.
나는 인석이, 용찬이와 함께 더 뭐를 하기보다
나 혼자서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버렸다.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그런 결정을 해버렸다.
어떤 대안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뭐라도 해낼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마지막 자존심만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인석이와 용찬이에게 미팅을 요청했다.
“그동안 많이 생각해 봤는데,
내가 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서로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내가 이번에 마음이 많이 다쳐서 회복이 잘 안 되네.”
둘은 당황한 듯 이야기했다.
“형, 우리는 이제 그만 일하자고 말씀드린 것이 아니에요.
우리 서로 보완하고 성장해 보자는 거예요.
형이 우리 회사에 많은 부분을 기여해 주셨고,
셋이서 함께 잘 만들어온 회사잖아요.
우리 조금 더 노력해 보시죠.”
둘은 정말 차분하게 나를 설득하려고 했고,
나와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그 끈을 놓아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서로 욕을 하고 화를 내더라도
속 시원하게 얘기하고 풀려는 노력을 했다면 좋았겠다 싶다.
"너희들이 그렇게 해서 나는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어떻게 우리를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했는데,
나한테 이렇게 할 수가 있냐.
나는 정말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성장을 위해서 매일 매 순간 고민했다.
정말 너무 기분이 더럽고 화가 난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만큼 배포가 큰 사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좋게 포장해서 마무리할 생각만 가지고 마음에 없는 소리만 했다.
"너희들이 나를 배려해 주고 신경 써준 거 너무 잘 알아.
그동안 나도 내가 너희들과 잘 안 맞는 부분 때문에 힘들었고,
너희들에게 피해 준다는 생각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운명이 여기까지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제 새로운 길을 가볼게.
너희는 너희 길을 계속 잘 가길 바란다.
우리가 지금 엮여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부분은 서로 고민해서 일주일 뒤에 다시 얘기를 나누자.”
“형… 그래도…”
그렇게 우리에게 생긴 틈은 너무 크게 벌어져서
각자의 길로 가게 만들었다.
18개월 동안 함께 했던 우리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기존 사업 중에서 미인 프로젝트와 정부 지원 사업은 내가 가져갈게.
나머지는 그대로 너네가 운영을 하는 걸로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지금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구해질 때까지만 신세 좀 질게.”
“네, 너무 급하게 알아보지 마시고, 형한테 잘 맞게 알아보세요.”
“그래 고맙다.”
며칠 뒤,
나는 집을 구해서 나갔다.
“다들 항상 건강하고, 건승하기 빌게.
나중에 꼭 성공해서 피프티 하우스를 키워줘라”
“네, 형도 꼭 잘 되시길 빌겠습니다.”
우리는 형식적인 인사를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셋이서 일할 때와 달리 혼자서 일하려고 하니 너무 어색했다.
인석이와 용찬이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내가 책임을 져야 했다.
피프티 하우스를 하면서 든 아쉬움이 있었다.
1. 우리의 기술로 상품을 만들어서 팔고 싶다.
유형의 상품이든, 무형의 상품이든 말이다.
2. 내가 IT업계 경험이 부족한 게 많다.
정부 지원 사업을 위해 개발자, 디자이너들과 소통하면서 배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IT 회사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3. 국내와 국외, B2C, B2B, B2G 등의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
세상에는 다양한 판매채널이 있지만 그동안 너무 좁은 판매채널에서만 경험을 했다.
내 시야를 더 넓히고 싶었다.
이제 홀로서기를 한 나는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다양한 회사에서 배우고 경험이 쌓인 후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성주 대표님께 연락이 왔다.
“야, 너 애들하고 헤어졌다며?
요즘 뭐 하냐?”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데,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로 한번 와라. 밥 한번 먹자.”
“네, 모레 찾아뵙겠습니다.”
똑똑똑.
사무실로 들어가며 직원분들께 가볍게 인사를 드렸다.
“어! 왔네. 카페테리아로 가자.
대충 얘기는 들었다.
너희들끼리 잘하기를 바랐는데, 일이 또 그렇게 됐네.
뭐 살다 보면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거니까.
너무 상처받지는 말아라.”
“네, 이제는 괜찮아졌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뭐 하려고?”
“새롭게 사업을 시작할지,
아님 다양한 회사에서 배우고 경험을 쌓은 후에 사업을 할지 고민입니다.”
“만약에 시작한다면 뭐 하려고?"
“요즘 아프리카 TV BJ들이 많아지고 있더라고요.
특히 여성 BJ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여성 쇼핑몰에서 상품 촬영을 할 때 일주일 정도 도매상에서 대여를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블라 블라 블라.”
“그럼 BM은 뭔데?”
“크게 두 가지인데, BJ가 방송 중에 노출한 링크로 구매가 이루어졌을 때 수수료를 받는 것.
옷을 입고 촬영한 결과물을 유튜브에 노출하는 것에 대한 권리는 제가 갖는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조회 수당 수익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2014년에는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지도 않았고,
조회 수당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이 없었다.
“어? 그래? 나도 유튜브 채널 운영 관련해서 고민한 것이 있었는데.”
“정말요? 앞으로는 유튜브가 아프리카 TV보다 훨씬 더 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잘 됐다.
내가 너를 보자고 한건 말이지…”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