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생일 때마다 생각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제는 만날 수 없어서 더더욱 그리운 친구입니다.
그 친구를 알게 된 것은 24살 때쯤이었습니다.
제 고등학교 베프 중 한 명이 사회에서 알게 된 친구였습니다.
술 마시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우리는 금방 친해졌습니다.
근데 저는 ENTJ라서 그런지 친구를 깊게 사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그 친구랑 따로 보는 데까지 그로부터 8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정도였으니까요.
핸드폰 통신 판매 쪽에서 일했던 그 친구는 20살 때부터 일했다고 합니다.
오래전 이긴 하지만 첫 월급이 100만 원이었고 고생을 엄청 많이 했었다고 합니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 컸던 친구는 자신의 사업을 꿈꾸며 8년을 준비했습니다.
약간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느낌이 나기도 하는데…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어서 휴대폰 판매를 했었습니다.
12년 전 기준으로 월 순이익 3,000만 원 ~ 4,000만 원 정도를 벌었으니 성공했다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아서 좋은 차도 사고, 좋은 집도 샀습니다.
정말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서울로 올라온 다음엔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명절 때마다 고등학생 때 베프들과 항상 함께 보고 놀았습니다.
2015년 추석이었습니다.
그날따라 그 친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친구를 소개해준 내 고등학생 베프에게 물어봤습니다.
“무슨 일 있나?”
“금마 우울증이 와서 요즘 집에만 있다.”
“어쩌다가?”
“세세하게 설명하기는 그렇고 네가 가서 한번 만나봐라.”
“알았다.
바로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내가 오늘 술 거하게 살 테니까 나오라고 했습니다.
근데 괜찮다며 다음에 보자고 합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술을 사준다는데 마다하는 것도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 집 앞으로 갈 테니 바로 나오라고 했습니다.
몇 번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마지못해 나온 그 친구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두 달 전에 봤던 모습보다 15킬로 이상이 체중이 빠져 있었고,
얼굴은 삶의 어두움이 가득했습니다.
“무슨 일 있나?”
“아니 별일 없다.”
“근데 살이 와이래 많이 빠졌니?”
“약 때문에 빠졌다.”
“무슨 약?”
“우울증 때문에 먹는 약.”
“와 그러는데?”
“아이다. 그냥 사는 게 재미도 없고, 돈 버는 것도 별 의미가 없고 그렇네.”
“이마이 성공해 놓고 갑자기 와 그라노. 내 연말에 또 내리 올 거니까, 그때 재미나게 놀자. 내가 쏘게.”
“아이다 됐다. 이제 노는 것도 별 재미가 없다. 내 친한 형님도 돈 많이 벌었는데, 많이 버니까 사는 게 별 의미가 없다 하드라.”
“야 인마, 니 와 이라노. 내 12월에 꼭 내리 올 테니까 마음 좀 잘 추스르고 있어라. 알았지?”
“알았다. 조심히 올라가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아무 일이 아니기를 속으로 빌었습니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 고속터미널에서 전화를 했습니다.
3번이나 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별일 아닐 거라며 스스로를 달래며 버스에 올랐습니다.
밤 11시쯤 집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그 베프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온 머리털이 다 섰습니다.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구가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OO가 죽었단다.”
나랑 헤어지고 9시간 뒤쯤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다시 부산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자책하며 후회를 했습니다.
그게 그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가 될 줄 알았다면,
그 친구를 집에 들여보내지 않고 속이 풀릴 때까지 이야기를 들어줬을 텐데,
그리고 며칠이고 함께 있었을 텐데…
회사에 말하고 휴가를 냈습니다.
그리고 3일 동안 같이 있으면서 다른 친구들과 그 친구를 추억하며 잘 보내줬습니다.
그 친구의 생일이 11월 8일입니다.
내 생일은 11월 9일입니다.
매년 11월 8일이 되면 페이스북에서 OOO님의 생일입니다.라고 알림이 옵니다.
생일 때마다 생각나는 그 친구에게
행복해라고 하늘을 보며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