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러닝을 다시 시작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습니다.
처음엔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아주 천천히 뛰었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코로만 숨 쉴 수 있는 속도로요.
그러다가 거리를 조금씩 늘리면
목표도 달성하고 실력도 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매주 100m씩 거리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처음 달린 거리는 1km였습니다.
그렇게 40주가 지난 후 저는 5km를 매일 달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거리를 더 늘리는 것보다는 시간을 단축시키는 목표를 시도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당시 1km당 6분 정도로 뛰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100m처럼 매주 2초씩 단축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22주 동안 매주 2초씩 줄여서 1km당 5분 6초까지 단축시켰습니다.
기록을 단축시키는 것은 좋았지만,
예전처럼 러닝이 끝난 후 즐겁거나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항상 숨이 찼고, 입을 말랐고, 힘들었습니다.
이건 내가 원하는 러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멈췄습니다.
그때부터 몇 달을 매일 5km씩 달렸습니다.
다시 행복해졌고 좋았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도전을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다시 거리를 늘리기로 했습니다.
매주 100m씩 늘려서 매일 10km씩 달려보자고요.
5km부터 시작해서 매주 100m씩 꾸준히 늘려갔습니다.
중간에 하프도 한번 뛰었고, 풀코스도 한번 뛰었습니다.
대회가 아닌 혼자 석촌호수에서요.
그것도 비가 오는 날에 뛰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하게 용감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뭘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35주가 지났을 무렵,
매일 8.5km씩 뛰고 있을 때입니다.
기록을 단축할 때처럼 러닝을 하고 나면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다음날 왼쪽 날개뼈 부분이 아팠고,
매일 아침마다 온몸에 통증이 생겼습니다.
이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습니다.
100m 거리를 늘린 지 41주가 지난 시점,
매일 9.1km를 뛸 때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날개뼈는 너무 아파서 그쪽으로는 누워서 잘 수도 없었습니다.
27살 때 맹장이 터졌을 때처럼 온몸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수면 시간도 조절하고,
식단 관리도 하면서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하루에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서 뛰어서가 아닐까 하고요.
우리 몸은 매일 음식을 소화하거나 뇌에 영양을 공급하거나
몸을 활동하거나 면역력 등 몸을 회복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매일 제가 러닝 하면서 에너지가 골고루 사용되도록 하지 못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평소 자주 가던 내과에 갔고,
의사 선생님께 제 상황과 생각들을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도 제 생각에 동의한다고 하셨고,
그런 환자들을 여러 명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당분간은 쉬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러닝을 쉴 수는 없었습니다.
제 코어 습관이고, 멈추는 순간 제 인생도 멈출 것 같았거든요.
대신 거리를 5km로 확 줄였습니다.
처음 2주 동안은 여전히 몸이 좋지 않았지만,
3주 차부터는 조금씩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많이 회복되었고,
예전처럼 다시 러닝이 끝나면 즐겁고 행복합니다.
러닝에서 겪은 실패를 통해서 내 몸에 맞게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실패를 하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면 그에 대한 깨달음이 있는 점을 배웠습니다.
그 소중한 경험들이 다른 것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