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야! 이 toRl야!
넌 도대체 뭐 하는 toRl야!
이걸 지시한 지 며칠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이 모양이냐!”
“죄송합니다. 빠르게 처리해 보겠습니다.”
디자이너는 왼쪽 뺨에 손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그녀의 뺨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렇다.
그가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이다.
21세기에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인가 싶지만,
젤리의 제국에서 그는 황제였고, 독재자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화가 나면 누구에게나 욕을 했고,
들고 있던 것을 집어던지곤 했었다.
그래도 지금껏 누군가를 때린 적은 없었다.
정확히는 내가 입사 한 이후로 누군가를 때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그 설마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이건 선을 많이 넘은 것이고, 말이 안 되는 거다.
디자이너는 괜찮을까?
경찰서에 신고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그 순간부터 3시간 동안 그는 그의 분노를 말로 쏟아냈다.
점점 눈이 감기려 한다.
머리가 몽롱하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가 조금씩 올라왔다.
군대에서도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당해본 적은 없다.
그는 돌림노래를 하는 것처럼 했던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의 분노가 풀리기 전까지 그는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새벽 4시가 넘어가자,
좀비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나도 이젠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차라리 그와 맞짱을 뜨고 욕을 하고 퇴사를 해버릴까?’
별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이 와중에도 그는 멈추지 않고,
그녀와 우리를 번갈아가며 혼내며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다.
옛날 기억까지 끄집어와서 우리를 괴롭혔다.
새벽 5시가 다 되어서야 그의 화는 누그러졌다.
정말 미칠 것 같이 힘들었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버텼다.
군대를 다시 가서 밤새 보초 근무를 서더라도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내일 내가 다 정리해 줄 테니까 디자인은 더 이상 하지 마.
도대체 내가 해주지 않으면 니들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야!
언제쯤 니들 알아서 하고 나는 진짜 경영을 하게 만들어줄 거냐!
제발 부탁 좀 하자, 이 녀석들아!”
4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풀려났다.
술을 한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집에 어떻게 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었고, 출근시간 30분 전이었다.
허겁지겁 옷을 입고 겨우 출근을 했다.
결국 그가 리드해서 팸플릿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우리는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태어나서 처음 가보는 뉴욕,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났다.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새해 카운트다운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하는 거였다.
두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먹은 후 정신을 차려보니,
뉴욕 하늘을 날고 있었다.
잠시 후,
“쫘아악, 쿵쿵!”
우리가 탄 비행기가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꼭 이럴 때 한 놈씩 실수하던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도록 조심하자.
각자 짐 빠뜨리지 않도록 잘 챙겨라.”
“네, 알겠습니다.” X 9
입국심사 앞에 줄을 섰는데 혹시나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됐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들어서 대답을 잘못하면 어쩌나.
그래서 구금되면 어쩌나 싶었다.
참 쓸데없는 걱정이긴 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을 했다.
“내가 지정해 준 애들, 택시비 들고 있지?
그 애들이 도착하면 택시비 현금으로 내라.”
“네, 알겠습니다.” X 3
우리는 Sheraton New York Times Square Hotel에 묵었다.
4성급 호텔이었고, 룸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맨해튼 중심지에 있어서 여행 다니기엔 괜찮았다.
체크인을 마치고 그가 말했다.
“짐 풀고 나와라!
파오슈와츠 갔다가 코리아타운에 밥 먹으러 갈 거다.”
“네, 알겠습니다.” X 9
‘응? 뉴욕까지 와서 코리아타운에 밥 먹으러 간다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
전 세계에서 맛집들이 몰려있다는 뉴욕에서 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든 우리의 일정은 바뀌지 않는다.
그냥 단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났다.
짐을 풀고 모인 우리는 파오슈와츠로 향했다.
나 홀로 집에 2에서 케빈과 도둑들이 다시 만난 그곳이다.
영화에서만 보던 그 장소에 내가 와있다니 너무 신기했다.
나는 단순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함께 간 팀원들은 하나같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하나씩 고르기 시작했다.
나와는 다른 취향을 가진 그들을 나는 존중했다.
개취존.
그렇게 한차례 쇼핑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서 지하철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코리아타운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서 지하철을 타야 했다.
구글지도를 켜고 지하철로 걸어갔다.
지하철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가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짝!!!!
설마 이번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