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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Oct 31. 2024

뉴욕에서의 저녁식사는 한식이었다.

[젤리의 제국]

“야! 이 toRl야!


네가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내가 잘못한 것 같이 보이잖아!


내가 그거 너무 싫고 기분 더럽다고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의 자세는 마치 투수가 공을 던진 후 모습 같았다.


그의 손은 디자인팀장의 뺨을 후려친 후 그의 왼손 쪽으로 가있었다.


맞으면서 고개를 돌렸던 디자인팀장은 


뺨에 손을 댄 채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 넵… 죄송합니다.


제가 대표님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저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느라 그런 건데…


진짜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닙니다.”


“도대체 내가 몇 번을 그러냐. 너 그러는 게 나를 더 자극한다고.


내가 얼마나 기분 나쁜지를 몇 번이나 말했잖냐.”



도대체 얼마나 잘못했길래,


여자 직원의 뺨을 또 때리나 싶었는데,


그냥 자신의 기분이 나쁘다고 그랬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나머지 직원들은 


다른 곳을 쳐다보며 서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거기에 끼었다가 불똥이 튀기 싫었는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것인지,


우리 모두는 이번에도 방관자가 되었다.



나는 그 순간 속에서 끓어오르는 것이 있었으나 나서지 못했다.


위험에 처한 약자를 구하지 못한 나도 결국 


어떤 변명도 필요 없는 방관자였다.



뉴욕의 지하철 역에서 30분가량 그의 푸념을 듣고 나서야 


우리는 코리아타운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 첫날이라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힘들었는데,


그의 푸념까지 들으니 기운이 빠져서 배가 엄청 고팠다.


무쇠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점이 모여있는 도시 중 하나다.


2024년 기준으로 뉴욕에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식당이 68곳이 있다.


우리가 9박 10일 동안 여행 중 매일 점심 저녁을 다 방문해도 남을만한 숫자다.


매일 저녁에 방문해도 겨우 9곳밖에 방문하지 못한다.


저 멀리 뉴욕에 가서 하루하루 경험하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지만 그는 단호했다.


첫날부터 코리아타운에 갔다.


가게 이름은 그리운 miss KOREA였다.


어제 한국에서 뉴욕으로 왔는데, 첫 방문한 저녁 식당이 그리운 한국이라니…


나는 아직 한국이 그립지 않았는데 말이다.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이런 식당이 어떤지 제안을 한번 해볼 수는 있지만,


그를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왜 이렇게 오리지널 한국 입맛이냐고!!!’


라며 속으로 외쳤지만,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미스코리아의 후기에는 대부분 신선한 재료와 품질로 승부하는 고깃집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들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는 돼지고기, 소고기를 못 먹었기 때문이다.


양고기를 제외한 다른 고기를 먹으면 두드러기가 나고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냥 김밥천국에 가서 메뉴를 시키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나는 닭볶음탕을 먹었다.


이 먼 곳에 와서 닭볶음탕이라니…



놀라운 것은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한국식당을 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식당이었다.


다음날에는 BCD, 북창동 순두부집.


그다음 날은 더 큰집이었다.


순간 이태원에 온듯했다.



그래도 내가 언제 뉴욕에 와보겠냐는 위안으로 즐기기로 했다.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빌딩, 록펠러센터, 더 하이 라인, 첼시 마켓,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뉴욕 현대 미술관, 브라이언트 공원 등등.


영화 속에서 봤던 곳들, 사진으로만 봤던 곳들을 내 눈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렇게 9박 10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아침이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iOS 개발자와 그가 한참을 대화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개발팀장, 무슨 일이야?”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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