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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Nov 14. 2024

내가 제일 중요하니까.

[젤리의 제국]

“왜 무슨 일 있으세요?”


“네, 아버지가 머리에 조그만 종양이 발견되셨어요.”


“헉… 이게 무슨 일이에요.”



PM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초점 없는 눈동자로 한참을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라도 그 순간에는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부사장이 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하며 사무실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통화하고 들어온 그는 나와 PM을 불러서 회의실로 들어갔다.



“대표님께 말씀드렸어요. 


이따가 오시면 말씀해 주실 테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면 될 것 같아요.”


평소에 말수가 적은 그가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대표에게 PM의 상황에 대해 말을 한 것 같았다.



오후가 되어서 그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야, PM! 회의실로 와봐.”


“네, 알겠습니다.”


그와 PM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눴다.


2시간 정도 흐른 후에야 들어왔다.



“자, 모여봐.”


“PM 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하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하실 예정인데 나도 걱정이 많이 된다.


수술하시고 이틀 동안은 병원에서 어머니와 교대로 간호를 해드려야 한다고 하니,


PM팀은 백업 잘해주고, 다들 마음으로 수술이 잘 되시길 기도하자.


추가로 회사차원에서 PM 아버지 수술비는 지원해 드리기로 했다.


내가 항상 말하듯이 우리 회사 식구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는 언제든지 케어할 거다.


그러니까 무슨 일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하렴.”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X 9



그가 사람같이 느껴지는 몇 안 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식구를 챙길 줄 아는 모습에 조금은 감동을 받았다.



‘맞아. 이렇게 하려고 우리가 함께 열심히 일하고 돈 버는 거지.


더 열심히 일해서 서로 도울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라고 생각했다.



이틀 후,


회사 메신저로 PM이 메시지를 보냈다.


“아버지 수술 정말 잘 되셨다고 합니다.


수술비며, 휴가며, 여러 가지로 배려해 주신 대표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의 빈자리를 채워주시고 아버지 쾌유를 기도해 주신 팀원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모레까지 아버지 잘 간병해 드리고 사무실로 출근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다행이었다.


특히 다른 수술보다 뇌 관련 수술은 훨씬 어렵다고 들었기에 걱정이 컸다.


팀원의 아버지면 나의 아버지이기도 하시기에 더욱 감정이입을 한 것 같다.



“정말 다행이어요. 빠른 쾌유를 빕니다.”


“수술받으시느라 정말 힘드셨을 텐데 잘 이겨내 주셨네요.”


“빠르게 회복하시고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지시길 바라요.”


“아버지 간병 잘해드리고 오세요.”


각자 한 마디씩 PM에게 남겨줬다.


그 당시 PM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듣기로 정말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며칠 후,


PM이 밝은 얼굴로 출근을 했다.


“앗! PM! 정말 고생 많았어요. 맘고생도 많았을 거고, 간병하느라고 힘드셨죠?”


“아닙니다. 자식 된 도리죠.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고 앞으로 금방 회복하신다고 하니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PM은 어머니가 챙겨주신 파리크라상 빵 선물 세트를 냉장고에 넣으며 말했다.


 “이따가 대표님 오시면 말씀드릴 테니, 그때 다 같이 드시죠.”


“아이고, 아버지 수술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텐데 이건 또 언제 사 오셨어요?”


“어머니가 회사, 대표, 팀원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성의 표시하고 싶으시다고 하셔서요.”


“잘 먹겠습니다. 어머님께 감사드린다고 말씀 전해주세요.” X 8



잠시 후, 그가 출근했다.


“오셨어요.” X 9


“응, 그래. PM은 아버지 잘 간병해 드리고 왔니?”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대표님, 팀원분들과 함께 먹으라고 조그만 선물세트를 주셨어요.”


“아 그래? 그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감사히 잘 먹겠다고 말씀드리렴.”


“네, 알겠습니다.”


 “자, 이리 와서 다 같이 먹자꾸나.”



그렇게 다 같이 모여서 하나씩 나눠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표가 하나를 발견했다.


“어? 이거 유통기한이 어제까지네?”


“어 정말요? 제 것은 안 그런데, 다른 분들 거는 어때요?”


“저는 내일까지요.”


“저는 모레까지요.” 



내 거도 어제까지였지만 말하지 않았다.


유통기한 하루 지났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괜히 말해서 문제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PM의 어머니가 챙겨주신 상황을 생각해 봤다.



30년 이상 함께 산 남편이 갑자기 뇌종양으로 아프다고 한다.


언제나 건강하고 내 곁에 있어줄 것 같았는데 하늘이 노랗다.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면 좋을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자식 하나의 회사에서 병원비를 지원해 주고 간병을 할 수 있게 휴가를 준다고 한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수술이 잘 끝난 후, 다시 회사로 가는 아이에게 조그만 선물이라도 쥐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 근처 파리크라상에 가서 빵 선물세트를 주문했다.


그리고 아이 손에 쥐어서 보냈다.



그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크게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지 않고 넘어갔다.


하지만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며칠 후, 그가 그 PM에게 화가 나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때 그는 하지 말았어야 하는 말을 했다.


“야! 누구 어머니는 명절 때마다 자기 자식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최고급 한우를 보내주시는데,


누구 어머니는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보내주셨네.


내가 살다 살다 이런 경우는 처음 겪었다.”



사이코 패스 같았다.


미친 X끼 같았다.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지 놀라웠다.


그 순간 그는 악마 같았다.



그는 그냥 자기가 제일 중요했고, 


남의 상황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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