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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Nov 07. 2024

그의 주특기, 마녀사냥.

[젤리의 제국]

“사실은 iOS 개발자가 형님(그)한테 누나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했다네.”


“뭘 그렇게 하지 말라고?”


“누나들한테 말 함부로 하지 말고, 손도 대지 말라고 말이야.”



그 개발자는 나보다 한참 어렸지만 멋있어 보였다.


나는 하지 못한 것을 해내는 그 친구가 대단하다 싶었다.


그에 비해 나는 뭘 했었는지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한겨울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랭했다.


빨리 체크아웃을 하고 공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1시간째 우리는 가만히 서서 그와 iOS 개발자를 기다려야 했다.


그는 누가 자신의 대화를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항상 둘만의 장소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 둘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서 얘기를 나눴다.



로비에서 모이기로 한 시간에서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그가 돌아왔다.


“iOS 개발자가 나한테 너무 심하게 말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내가 잘못하지 않은 부분을 부풀려서 말한 것도 함께 말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으니 다른 애들도 이 문제로 더 이상 얘기하지 말아라.”


“네, 알겠습니다.” X 9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뭘 갑자기 iOS 개발자가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한 거지?


걔가 맞는 말을 했고, 그는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결국 그는 잘못한 것이 없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iOS 개발자가 이야기를 부풀렸고, 그에 대한 피해자로 둔갑했다.


그는 사업보다는 정치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JFK 공항으로 이동했다.


수속을 밟고 면세점에서 간단하게 쇼핑한 후 비행기에 탑승했다.


너무 긴장을 했어서 그런지 비행기에 앉자마자 기절했다.


얼마나 잤는지 모를 정도로 꿀잠을 자고 있는데,


기내 승무원이 기내식을 줬다.


기내식은 꼭 먹어줘야 하기에 맛있게 먹었다.


사육당하는 것 마냥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이제는 도착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할 때쯤 도착 안내 방송이 나왔다.


우리 팀원들은 그의 지시에 따라 탑승과 동시에 입국 신고서를 작성했다.


짐을 챙기고 도착할 때만을 기다렸다.


퍽! 스르르르륵~ 끼익~ 웅~


9박 10일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에 도착했다.


뭐든지 마무리가 좋아야 하는데, 마지막날 호텔 로비 사건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오늘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은 13시까지 출근해라.”


“넵! 알겠습니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X 9



‘아니… 뭐가 배려해 주셔서 감사해야…


오늘은 토요일이고, 내일은 일요일인데…’


하지만 나는 어떤 힘도 없었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했는데 사무실 공기가 이상하다.


어딘가 무겁고 스산했다.


iOS 개발팀장에서 메신저로 물어봤다.



“회사 분위기가 왜 이래? 무슨 일 있어?”


“iOS 개발자가 부사장 형한테 말하고, 형님한테 다시 한번 그러지 말라고 말했다네.”


“아… 그랬구나… 오늘 회사에 엄청난 먹구름이 끼겠구나.”



정말 그럴 것 같았다.


아니 그럴 것이라고 100% 확신했다.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았지만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온통 신경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쏠렸기 때문이다.



오후 5시쯤 그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가 기분이 나쁘고 한소리를 할 때의 그 표정.


오늘 니들은 두고 보자라는 눈빛과 일그러진 얼굴.



“다들 테이블로 모여봐!”


“네, 알겠습니다.” X 9


“오늘 iOS 개발자가 나한테 다시 한번 이상한 소리를 했다.


“그래서 내가 사실 확인을 위해서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얘기하려고 한다.”


“디자인팀장! 내가 너한테 신체적 접촉을 하거나 불합리한 대우를 하거나 부당한 폭행을 한적 있니?”


“아.. 아뇨. 없습니다.”


“디자이너! 너는 내가 그런 적 있니?”


“없습니다.”


“PM! 너는?”


“저도 없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싱가포르에 가서 애들 수영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여자 직원들 몸에 터치했고,


조금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폭언과 욕을 일삼았다.


머리를 쥐어 박거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잘했다면 엉덩이를 터치하기도 했다.


그런 변태 사이코 같은 행동들을 해놓고 부끄럽지도 않나 싶었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저렇게 뻔뻔할 수가 있나 놀라웠다.


무엇보다 이렇게 마녀사냥을 통해서 한 사람을 바보 만들고 자신은 살겠다는 그의 졸렬한 행동이 역겨웠다.



“자 봤지? 


네가 지금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벌인 줄 이제 알겠니?”


“…”


“너는 더 이상 우리 식구가 아니다.


너는 우리 회사에 필요가 없다.


네가 살 길을 어서 찾아서 나가주길 바란다.”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나가라고 말해도 되나 싶었다.


법적으로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확실하지 않았다.


그 당시 노동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그도 몰랐던 것 같다.


알았다면 그 수많은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안 했겠지.



“자 다들 가서 일해라.”


“네, 알겠습니다.” X 9



그날 밤,


나는 iOS 개발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퇴근하고 둘이서 술 한잔 할래?”


“네, 좋습니다.”



새벽 1시에 퇴근한 우리가 갈 수 있는 술집은 그리 많지 않았다.


24시간 영업 감자탕집에 갔다.



“미안하고 고맙다. 그리고 면목없다.”


“형이 왜요?”


“형으로서 너를 지켜주지 못한 게 너무 미안해서.”


“그 상황에서 나설 수 있는 사람이 몇 안됩니다.”


“너는 나섰잖아.”


“다음에는 내가 꼭 나서서 뭐라 할게.”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나간 후 그런 상황이 생기면 형이 챙겨주세요.”


“그래, 그 약속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게. 한잔 먹고 잊어버리자.”


“네, 형. 그래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며칠 후, 

금방 출근한 PM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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