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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Nov 21. 2024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젤리의 제국]

그는 생일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다.


팀원의 생일이 되면 1인당 3만 원씩 모아서 선물해 주는 문화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왜 저렇게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내 생일이 되어서 내가 받고 싶은 선물을 정해진 한도 내에서 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일에 그는 3만 원씩 선물해 주는 것을 원치 않았다.


각자 그 이상의 선물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입사하기 일주일 전이 그의 생일이었다.


그때 부사장을 비롯한 iOS와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이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


개발팀장들이 조용히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저, 형님 생일 축하송을 만드려고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저희가 개사를 해서 할 건데 제가 불러드리는 소절을 율동과 함께 불러주시면 됩니다.”


“아…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힘드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알지 못했다.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연히 알게 되었다.


그의 생일 축하 영상은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원해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페이스북에 포스팅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날 위해서 이런 것을 준비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내가 찍었던 그의 생일 축하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 부사장은 꼬박 밤샜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를 몇 달이 지난 후 알게 되었다.



부사장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어느 날이었다.


그가 우리를 불러 모았다.


“이번에 부사장 생일에 제대로 잘 챙겨주자.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X 8 


그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는 부사장을 깜짝 놀라게 해줄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부사장은 외부 출장을 다녀왔다.


말이 출장이지 그가 심부름을 시켜서 다녀오도록 했다.


대략 2시간가량 시간을 벌었고, 그 사이 우리는 부사장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사무실을 꾸몄다.


2시간 뒤 부사장이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우리는 준비했던 축하파티를 해줬다.


부사장이 정말 기뻤는지 행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표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표정이 없는 것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그 뒤에 들려온 그의 말이었다.


“부사장, 생일은 이렇게 챙겨주는 거다. 알겠냐?


내년 내 생일에는 올해처럼 하지 말고 제대로 준비해라.”


“네, 그럴게요.”



그가 좀 무서웠다.


진심 어린 축하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랑하고 싶은 축하를 받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까지 축하를 받고 싶은가 싶었지만, 그는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그의 생일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에게 도대체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 하고 말이다.


팀원들끼리 서로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말을 해주었다.


선물이 겹치면 서로 소통이 안되냐고 잔소리를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항상 나이키 에어포스 로우 올검만 신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가 다른 신발을 신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가 스티브 잡스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항상 한 가지 신발만 신었다.


나는 팀원들에게 신발을 살 거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다행히 나는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큰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 나이키에서 2015년에는 에어포스 로우 올검을 생산하지 않아서 물량이 없다고 했다.


서울에 있는 번화가 백화점에 다 전화하고 온라인으로 찾아봤지만 모두 품절이었다.


정말 큰일이었다.


신발을 못 사면 나는 다시 고민의 늪에 빠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정말 너무 싫었다.



내 신발을 살 때보다 더 열심히 찾았다.


매일 찾고 또 찾았다.


내 노력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3일 뒤에 그의 사이즈의 에어포스 로우 올검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매장에 전화를 했다.


경남 김해에 있는 나이키 정식 매장이었다.


정품이 맞는지 확인했고, 내가 전화한 곳이 나이키 매장이 맞는지도 확인했다.


네이버지도에 해당 주소에 나이키 매장이 있었고, 그들은 100% 정품이라고 했다.


정말 어렵게 그의 생일 선물을 준비했고, 나는 무사히 넘길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의 내셨다.



그의 생일 당일이 되었다.


부사장의 리드하는 대로 우리는 그의 생일 파티를 준비했다.


그는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마치 몰랐다는 듯이 연기했다.


그런 모습을 우리는 촬영했다.


촬영한 영상을 그가 보고 마음에 들 때까지 촬영을 했다.


여러 번의 촬영이 끝난 후 그의 컨펌을 받고 생일 파티는 끝났다.


그렇게 모든 것이 다 잘되었다고 생각했다.



요기 베라는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내 생일 선물도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사준 에어포스 로우 올검을 그는 바로 신지 않고 몇 달이 지난 후 신었다.



하루는 그가 뭔가 화가 난 날이었다.


나에게 그 신발을 집어던지며 말했다.


“야이 X 끼야! 어디 짝퉁을 사가지고 와서 불량이 났냐!


저는 언제나 일처리가 거지 같다.


왜 그러고 사냐.”



나는 참 운이 없었다.


그렇게 알아보고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그 많고 많은 물건 중에 불량이 걸리다니 말이다.


모든 상황을 설명해 봐야 그에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핑계일 뿐이었다.


너무 속상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삼켰다.



근데 재미난 일이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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