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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Dec 05. 2024

니가 감히 나한테 덤벼?!

[젤리의 제국]

처음이었다.


iOS 개발팀장이 그에게 언성을 높이는 것도,


그가 iOS 개발팀장에게 언성을 높이는 것도 말이다.


둘은 한쌍의 원앙처럼 쿵작이 잘 맞았다.



그가 어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아이디어를 던지더라도 iOS 개발팀장은 한결같았다.


“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데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거죠?


확인을 한 번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해볼게요.”


iOS 개발팀장은 그의 말에 공감해 줬고,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말을 했다.



그랬던 iOS 개발팀장이 그에게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형! 이건 그렇게 안 되는 거예요. 말이 안 되는 거라고요.”


“야! 말이 안 되는 게 어딨어? 네가 못하는 거겠지!”


“아니요. 제가 못한다는 게 아니고, 이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요.”


둘은 옥신각신하며 싸웠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무실 내에서 그가 큰소리를 쳐서인지 이제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냥 빨리 이 순간이 지나가길 바라며 눈 뜨고 허공을 바라보며 명상을 하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안 좋은 생각이 들면서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가 화를 내는 중간에는 업무를 볼 수도 없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는 것을 그가 너무 싫어했기 때문이다.



‘아, 이제 저녁시간이고, 배고픈데 언제 끝나려나…’


배가 고프니까 평상시처럼 명상에 집중할 수가 없고 계속 이 생각이 떠올랐다.


둘은 1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싸움을 멈췄다.


정확히는 초반 20분 정도는 서로 싸웠지만, 그 뒤부터는 그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그가 이기고 끝맺어야 끝나는 싸움이었다.



아직 분이 풀리지는 않았지만 그도 배가 고팠는지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언제나 그렇듯 그가 먹고 싶은 메뉴로 정했다.


가성비 좋은 한정식집이었다.


다들 조용히 그의 눈치를 보며 밥을 먹었다.


iOS 개발팀장은 그와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항상 그랬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가장 멀리 배치했다.


마치 유배를 보내듯이 말이다.


너무 초등학생스러운 행동이지만, 그게 그였다.



“다들 다 먹었니?”


“네, 잘 먹었습니다.” X 9


밥 먹은 후 감사 인사는 빼놓지 않고 해야 했다.


유치원에서 밥을 먹고 나서 했고, 군대 있을 때 했던 거 같은데…


그걸 사회 나와서 할 줄은 몰랐지만 해야만 했다.



사무실로 가는 길에 iOS 개발팀장이 갑자기 그에게 다가갔다.


“제가 아까는 죄송했어요. 그러면 안 되는데 제가 너무 과했습니다.


앞으로는 안 그럴게요. 화 푸세요.


제가 죄송하니까 형님이랑 팀원들 맛있는 음료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은 그의 굳은 표정이 살짝 풀렸다.


“니가 인마, 그러면 안 되지. 그래도 우리 회사에서 너를 제일 신뢰하는데 말이야.


내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싶어도 니 눈치 봐가면서 해야 하겠냐?”


“당연히 아니죠. 앞으로는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구현해 볼게요.”


“그래 알겠다. 앞으로는 그러지 마.”


“네, 알겠습니다. 화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그와 iOS 개발팀장의 싸움은 완전히 끝이 났다.


둘 사이에 먹구름이 걷히고 밝은 해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 나는 몰랐다. 
나에게 먹구름이 찾아올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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