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몇 달 뒤 내 생일을 맞이해서 그가 선물을 하나 해줬다.
“야! 이거 고르느냐고 정말 많이 고민했다.
네가 정말 좋아할 것 같아서 골랐다.
그것도 싱가포르 출장 간 김에 샀다.
여자 친구보다 니 생일 선물을 먼저 샀다.
알겠냐? 고맙지?”
“아, 네. 정말 감사해요.
안 그래도 집에 너무 뭐가 없어서 장식할 것이 필요했는데요.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았는데 너무 좋네요.”
사실 나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인형이었기 때문이다.
나 닮았다면서 건네주는 그에게 다시 집어던지고 싶을 만큼 싫었지만,
그렇게 하면 또 회사 분위기는 나빠질 테고, 3시간 동안 그의 한풀이를 듣는 게 더 싫었다.
나를 닮았다며, 너무 좋지 않냐며 말하는 그에게 정말 억지 미소를 지으며 선물을 받았다.
그래도 싱가포르에서 사 왔으니까, 그 마음이라도 받아주자라는 생각으로 받았다.
만약 내가 그런 선물을 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봤는데,
아마도 내가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그대로였을 것이다.
“야 인마! 너는 어떻게 이렇게 센스가 없고 개념이 없냐.
이걸 내가 좋아할 거라고 어떻게 생각을 하냐.
내 취향 몰라?
나는 매번 니들한테 딱 어울리고 알맞게 센스 있게 선물을 하는데,
니들은 번번이 이렇게 하냐.
내가 또 니들 생일 때마다 내가 어떻게 센스를 발휘하는지 모여줘야 하냐?”
지금 생각해도 너무 끔찍하다.
언제나처럼 새벽 2시에 퇴근해서 집에 인형을 들고 가는데,
갑자기 인형의 다리 한쪽이 분리되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어서 쳐다보니, 봉제 부분이 아주 허술했다.
실밥이 터지면서 한쪽 다리가 분리된 것이다.
순간 화가 다시 치밀어 올랐지만, 몇 달 전 나와 같은 상황을 생각하며 넘겼다.
‘그래, 그도 나처럼 정말 진심으로 좋은 선물을 해주려고 했을 텐데,
운이 정말 나빠서 이런 일이 생긴 걸 거야.
화낸다고 달라질 것도, 그가 알아줘서 다시 바꿔줄 것도 아니니까,
너무 화내지 말고 좋게 좋게 생각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상황을 마주했지만, 어떻게 받아 드는 것이 좋은지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역지사지로 그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도 알게 되는 상황이었다.
집에 가서 인형을 꿰매서 다시 다리를 붙여줬다.
그 녀석을 수술(?)하며 약간의 애정이 생겼다.
뭔가 내가 하나의 생명을 살린듯한 기분이 들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 피곤했지만, 뭔가 뿌듯했다.
며칠 후,
언제나처럼 야근을 하고 있는데 그와 iOS 개발팀장이 서로 언성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