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그는 유명한 게임 회사 N사 출신이라고 했다.
종종 밥 먹을 때마다 그는 그때의 일화들을 말하며 자랑을 했다.
그 회사를 대기업이라고 칭하면서 우리를 혼낼 때마다 말했다.
“너네가 대기업을 안 다녀봐서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내가 대기업을 다녀봐서 아는데 말이야...”
‘그렇게 대기업을 찾을 거라면 그냥 회사를 접고 대기업으로 가시는 게 낫지 않아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따로 말하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말했다가 무슨 일 생길지는 불 보듯 뻔했으니까 말이다.
그와 친한 게임 회사가 있었다.
예전부터 알고 지냈는지 알 수 없으나 그 회사의 대표님과 그는 나이가 같았다.
같은 N사 출신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친구처럼 지냈다.
어느 날 둘은 게임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그렇게 두 회사는 함께 일을 하기로 했다.
양사는 함께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우리 쪽에서 그는 디렉터를 맡았고, 우리 쪽 PM 3명은 출시와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맡았다.
그쪽은 게임 개발을 맡았다.
우리는 매주 1회씩 만나서 회의를 했다.
매일 아침마다 게임 회사에서 우리 사무실 쪽으로 와주셨다.
회의실에서 1~2시간가량 회의를 했다.
그는 게임을 참 좋아했다.
우리 모두가 일할 때에도 그는 사무실에서 피파를 즐겼다.
그러다가 우리가 물으러 가면 자기 게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우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니까 얼마나 신났겠는가.
매일 그는 우리가 만들 게임을 벤치마킹할 게임을 했다.
우리 PM 3명에게도 게임을 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했다.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의를 할 때마다 그는 게임 회사 팀원분들께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애플입니다. 제가 하자는 대로 하시면 피처가 무조건 됩니다.
피처만 되면 무조건 돈 벌고 좋은 성과가 날 겁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그 분들께 그런 말을 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우리 회사 앱이 왜 피처가 되는지 모르고,
매주 금요일 오전마다 좋은 운이 와서 피처 되기를 바라는 우리였다.
누군가 사업가와 사기꾼은 한 끗 차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가 왜 이렇게 잘못된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막을 수 없다.
괜한 소리를 했다가 나뿐 아니라 우리 회사 모든 팀원들이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간 우리는 게임을 만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의 모양새가 잡혀갔다.
우리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말 많이 노력했다.
게임이 출시하고 해킹 프로그램이 생기기 전까지 전 세계 랭킹 1등은 내가 했었다.
그 정도로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게임이 출시하고 처음엔 꽤 괜찮은 반응이 있었다.
100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180일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다운로드에 비해 수익이 별로 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100만 원 수익도 겨우 났다.
그는 게임을 만들고 나면 피처가 바로 될 것이고 바로 엄청난 수익이 날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의 말은 3개월 만에 거짓말이 되었다.
상대 게임회사는 자신들이 1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 좋지 않자 많이 실망했다.
그는 중간에 상대 회사에게 5천만 원이라는 자금을 투자했다.
나중에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의 많은 부분을 우리가 가져간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일이 하나 터졌다.
상대 게임회사에서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의제기를 한 것이다.
6개월 동안 운영했으나 성과가 좋지 않아서 더 이상 지속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조금 더 믿어달라고 했으나 그분들은 더 이상 기다려줄 수가 없다고 했다.
마지막 담판을 지으러 나갔다가 온 그는 우리에게 말했다.
“이래서 패배주의가 만연한 회사와 일하는 것은 어렵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자기가 무조건 된다고, 자기만 믿으라고 그렇게 말해놓고 갑자기 말을 바꾸는 건 뭘까?
다시 한번 나는 그에게 실망을 했다.
이 프로젝트의 리더는 자신인데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과하는 게 말이다.
내 상식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상대 게임회사와의 협업을 종료하기 위해서 정리해야 할 부분이 있었는데,
본인이 나서는 것이 아니라 부사장 보고 정리하라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분명 자신이 하고 싶어서 추진해 놓고, 왜 마무리는 부사장한테 시키는 거지?
그는 그냥 겁쟁이 었다.
남들과 불편한 상화에서 나서지 못하는 겁쟁이.
그런 사람을 리더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상대 게임회사와의 동행이 끝이 났다.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너무 안 좋게 끝나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말했다.
“다음 주에 새로운 분이 입사하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