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그가 원하는 워크숍을 다녀온 후 그는 기분이 좋아졌다.
“다들 좋은 오후다. 별일 없지?”
“네, 별일 없습니다.”
“오늘은 이따가 영화 보고 양갈비나 먹으러 가자.”
“네, 좋아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X 9
그는 양갈비를 너무 좋아했다.
돼지고기, 소고기를 못 먹는 체질이라서 양고기를 선택했지만, 양갈비를 정말 좋아했다.
특히 영등포에 있는 양갈비집만 갔다.
우리 회사 회식은 항상 거기서 했고, 지인들도 항상 거기를 데리고 갔다.
외부에서 손님을 만나는 날이 있으면 항상 그곳에서 만났다.
나는 고기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양고기를 자주 먹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는 삼겹살, 목살의 돼지고기파인 것 같다.
공짜로 먹는 고기니까 그 정도는 감내하고 매번 맛있게 먹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는 양이 많지 않아서 1인분만 먹었다.
나는 양이 많아서 2~3인분은 먹어야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지만, 따로 말하지 않았다.
말하면 또 식탐 부린다고, 아직도 욕심을 못 버렸냐고 말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공짜로 먹는 것은 좋지만 굳이 그런 소리까지 들으며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날도 항상 가는 양갈비집에 갔다.
목소리가 아주 좋은 양갈비집 사장님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어서 오세요. 다들 배 많이 고프시죠? 2층에 세팅해 뒀으니까 올라가세요.”
“사장님, 오늘도 좋은 부위로 부탁드립니다.”
“그럼요. 좋은 부위로 미리 준비해 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사장님과 인사를 나눈 그가 우리를 이끌고 2층으로 갔다.
“너는 저기 앉고, 지미는 요기 앉아라.
그리고 새로 온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지미 맞은편에 앉아라.”
“네, 알겠습니다.” X 9
군사 독재시절도 아니고, 우리는 어딜 가나 그가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아야 했다.
그는 뭐든지 자신의 통제하에 있기를 바랐다.
뭔가 변수가 생기는 것을 싫어했고, 자기 외 팀원이 예상하지 못한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저는 여기 앉으면 안 될까요?”
새로 들어온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말을 했다.
그가 말한 것을 거스르려고 했다.
귓가에서 ‘띠로리’라는 멜로디가 들렸다.
‘이거 큰일 났다. 이러다가 다 죽어!!!!’
그러나 그는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 너 앉고 싶은데 앉아.”
더 불안했다.
폭풍전야…
사장님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가게여서 큰 소리를 안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의 표정을 살피느라 음식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랐다.
“자 다들 먹었니? 그럼 사무실 들어가서 업무 마무리하고 퇴근하자.”
“네, 알겠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감사해요.” X 9
보통은 영등포까지 나갔다면 바로 퇴근한다.
하지만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는 것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그가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데리고 회의실로 갔다.
그리고는 2시간 뒤에 그와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둘이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아직 퇴근할 시간이 아닌데 말이다.
물론 다른 회사 기준으로 23:30은 퇴근하고도 남은 시간이지만, 우리에게 아직 한창 일할 시간이었다.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사무실을 나가자, 그가 우리를 불러 모았다.
“2시간 동안 안드로이드 개발자랑 얘기했는데, 우리랑 다른 세상의 사람인 것 같다.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고,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구나.
근데 지금 내치면 병특인 저 친구의 앞날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6개월 때까지는 보살펴주려고 한다.
대신 칼퇴하더라도 별 말하지 말고 내버려두어라.”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그가 아무 소리 못할 무기를 가진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그가 그 짧은 순간에 저지른 배임 횡령이나 폭언등을 고발하겠다고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 뒤로 5개월 동안 그는 매일 칼퇴를 했다.
아무도 그에게 뭐라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 위에 군림한 사람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