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한테 배울 게 없는 거 알아요?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무슨 사실?”


“형 퇴사하기로 했다면서요?”


“어… 어 그래… 어떻게 알았어?”


저는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후회했습니다.


‘매번 그에게 당했으면서 또 그를 믿었구나…’



“왜 무슨 일 있어요?”


“너도 알다시피 무슨 일은 얼마 전에 있었지.”


“친구분이 돌아가신 것과 형이 퇴사하는 게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되어서 여쭤봐요.”


“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모든 걸 다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정리해서 이야기해 줄게.”


“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내가 서울에 올라온 이유는 나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서야. 내 꿈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알거라 생각해.”


“네, 잘 알고 있어요.”


“근데 지금 우리 회사에서는 내 꿈을 이루기가 너무 힘든 것 같아.”


“그건 그렇지만, 형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형이 우리 회사에서 배우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나도 네 생각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그 배움과 성장을 우리 회사에서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와 내 얼굴이 다른 것처럼 생각도 다르고, 살고 싶은 인생도 다를 거라 생각해.


현재 내가 우리 회사에서 겪는 것들 중에서 내 삶의 가치관가 다른 부분 꽤 있는데,


그 부분을 더 이상 내가 포기하거나 극복하고 싶지가 않아.”


“형, 어떻게 형 생각대로 인생이 흘러가요. 적당히 타협을 할 줄 알아야죠.”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우리 회사가 내게 요구하는 타협의 수준이 내 기준에서는 과한 것 같아.


나는 인생에 정답이 없다고 생각해. 각자에게 맞는 해답만 존재할 뿐.


그 해답을 찾으려면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부딪히고 깨져야 하는데, 현재 우리 회사에선 그렇게 하기가 너무 힘들잖아.”


“형,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어줘요.”


“너는 오늘 내 안부가 궁금하고, 내 미래를 걱정해서 나와 대화를 나누려고 한 것이 아니구나.


대표님이 너한테 나를 회유해 보라고 지시해서 나랑 대화하자고 한 거구나.”


“그건 맞지만… 그래도 형이랑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내가 보기엔 네가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면, 내가 어떤 마음과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봤어야 한다고 봐.


내 얘기를 찬찬히 들어보고 회사와의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말해주는 게 좋았다고 생각해.


너나 대표님과 대화할 때마다 비슷하게 느끼는 점이 하나 있어.


상대의 마음과 생각을 깊이 있게 들어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주입하려고 대화를 한다는 거야.


입장 바꿔서 내가 너와 그렇게 대화를 한다면 넌 어떨 거 같아?”


“아니… 저는 형을 생각해서 말해주려는 거죠.”


“네가 내게 말해주려는 그 마음을 충분히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너와 대화를 하려고 나온 것이고,


너한테 큰소리치지 않고 찬찬히 너한테 설명을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의도가 순수했다고 해서 그것을 푸는 방식과 방법이 모두 순수하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면 해.”



iOS 개발 팀장은 내 얘기를 듣고 가만히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30분 가까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주 깊은 적막을 깬 것은 나였다.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대표님께 혼날 수 있으니 그만 들어가는 게 어때?


이 얘기를 오늘 하루 만에 결정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네, 그렇게 해요.”


iOS 개발 팀장은 내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아주 표독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도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나도 입을 굳게 다문채 걸어갔다.


평상시 같았으면 내가 먼저 말을 건넸겠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각자 생각을 하면서 가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서 그가 내게 한마디를 던졌다.


“저는 정말 형한테 배울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랬구나. 앞으로 더 성장해서 나중에는 배울 것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할게.”


“……..”


iOS 개발 팀장은 내가 긁히길 바라며 말했지만, 나는 긁히지 않았다.


그에게 그보다 더 심한 말을 많이 들었기에 웬만한 말에는 흔들리지 않았다.



2시간 후, 회사 메신저로 그가 말했다.

“오늘 중요하게 할 말이 있으니 이따 보자.”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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