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그게 사실이에요?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다음 날 출근해서 그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친구 잘 보내주고 왔니?"


"네, 배려해 주신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근데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말해봐. 뭔데?"


“대표님 덕분에 좋은 팀에 들어와서 원 없이 일했습니다.


일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고,


덕분에 짧은 시간에 정말 많이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거울에 비친 제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매일매일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이번에 친구 일을 겪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이제는 독립해서 제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갑자기 이렇게 말하니까 너무 당황스럽네.


무슨 생각을 가지고 하는 말인지는 알겠지만,


이번 친구 일로 인해서 네가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일단 너도 나도 조금 더 생각을 해보고 말해보자."



내 마음은 확고했지만,


그에게도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이 도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 다시 얘기를 하면 될까요?"


“일주일 뒤에 다시 얘기하자."


“음… 네, 알겠습니다.”



내가 퇴사하겠다고 결정한 것에 친구가 영향을 주긴 했다.


남부러울 것 없을 것 같던 친구가 한순간에 먼 길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소중한 친구를 먼저 보내고 나니, 삶에 대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번뿐인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지금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얼마나 희생해야 하나?'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이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나는 지금 행복하지 않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자.


나만의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기 위해 새로운 곳으로 떠나자.


무엇을 하면 좋을지는 차차 생각해 보자.'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무모함의 끝판왕이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니고, 커리어가 탄탄한 것도 아닌데,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지.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선택은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있었다면 내 삶의 가장 큰 번아웃이 훨씬 더 당겨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만큼 나는 많이 지쳐 있었고, 새로운 출발을 하고 싶었다.


"너 생각 좀 해봤니?"


"네, 일주일 동안 진지하게 생각해 봤지만, 제 결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럼 네가 말한 대로 하자.


다만, 나도 너무 갑작스럽게 들은 것이니 후임자를 구할 시간을 줘야 할 것 같다."


"당연히 그렇게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2월 말까지 근무하는 걸로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고 업무 진행하겠습니다."



이 대화를 나눈 시점은 10월 초였다.


후임자를 구하고 인수인계까지 하는데 3개월의 시간을 요구하신 셈이다.


보통은 1개월가량의 시간 텀을 두고 후임자 및 인수인계 기간을 갖지만,


그에 대한 논쟁을 더 이상 벌이고 싶지 않았기에 흔쾌히 수락을 했다.



“그리고 애들한테는 11월쯤에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누군가 나간다는 소리를 하는 게 팀원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11월에 팀원들에게 얘기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전까지 제가 별도로 얘기하지 않을게요.”


“그래, 고맙다. 내가 적절한 타이밍에 애들한테 얘기할게.”


“네, 알겠습니다.”


“너 후임이 들어오면 네 공백이 안 느껴지게 인수인계 잘해주고,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으로 서로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인수인계 문서도 잘 만들고, 후임자분께 잘 설명해서 문제가 안 생기도록 하겠습니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됐어, 인마! 너는 내 밑에서 더 배워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


너 아직 많이 부족한데 나간다고 하니 걱정이 많이 된다.”


“부족한 것이 많지만, 여기서 부딪히며 많이 배우며 성장한 것처럼,


나가서도 많이 부딪히고 깨지고 배우면서 잘 성장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뭐 사업도 했던 녀석이라 잘하겠지만, 형 마음이 그렇다는 걸 말하는 거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든지 마음 바뀌면 말해. 11월 전까지는 애들한테 말 안 할 테니까.”


“네, 혹시 마음이 바뀌면 말씀드릴게요.”



이틀 후,


iOS 개발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내게 와서 말했다.



“형 그게 사실이에요?”

“응? 설마...”

목요일 연재
이전 10화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