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제 전공은 화학이었습니다. 제가 입학할 당시에는 앞으로 유망할 산업이 생명공학이었습니다.
부모님께서 제가 가려는 학교에 있는 화학 생명과학부를 추천하셨고, 특별히 선호하는 학과가 없었기에 지원했습니다.
제가 입학한 학부는 화학, 생명공학, 미생물학으로 나뉘는데, 1학년 때 수업을 들어보니 제
게는 화학이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특별히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제가 조금 더 재밌어하는 과목을 선택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재입학하여 늦깎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다시 학교를 갈 때 저는 사업가가 꿈꾸고 있었기에 경영학부로 전과를 생각했습니다. 정확히 사유는 생각나지 않지만 전과가 안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복수전공을 선택했습니다.
경영학부에 가서 사업가가 되기 위한 다양한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제가 배우고 싶은 것은 MBA에서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경영학부에 가면 사례 위주로 다양한 경영 실무 관련 지식을 습득할 줄 알았으나, 다른 학과랑 비슷하게 학점을 받고 시험을 치기 위한 수업뿐이었습니다. 너무 무지했던 저를 탓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화학보다는 더 재밌었습니다.
경영학 관련 여러 과목 중에서 재무관리, 회계원리, 조직행동론이 제일 재밌었습니다. 열심히 했고 학점도 잘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영학부 건물 한편에 포스터를 봤습니다. [!! YES 리더스 기업가정신 캠프 1기 모집!!]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포스터를 읽어 내려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이거다. 무조건 참가하자!’
근데 모집 기한이 하루 지났습니다.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서울벤처인큐베이터로 전화를 했습니다. 저를 소개하고 제가 왜 여기에 참가해야 하는지 설명했습니다. 한참을 들어주던 담당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정말 꼭 뽑아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 참가 일정이 지났고, 신청 인원이 모집 인원보다 많아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네, 죄송합니다.”
“혹시 2기는 진행 안 하나요?”
“아 11월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럼 2기에는 꼭 뽑아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제가 메모해 두었다가 최대한 참가하실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그 뒤로 저는 9월부터 격주로 연락해서 2기 개최 시기를 확인했습니다. 10월 초에 담당자분을 통해 2기 참가 신청이 곧 있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열심히 정성스럽게 참가신청서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며칠 뒤 참가 확정 연락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기뻤습니다.
YES 리더스 기업가정신 캠프란, 벤처기업협회 산하에 서울벤처인큐베이터라는 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2박 3일간 포천 아도니스 호텔에서 개최합니다. 대학생들이 아이디어 사업화 대회, 기업가정신 특강, 현장 멘토링등을 진행합니다. 특히 45시간 안에 각 팀별 아이디어를 사업화시키는 미션은 엄청 뜨겁습니다. 다들 밤새 잠도 줄여가며 아이디어를 사업화시켜서 발표하고, 그중에서 순위를 매겨서 시상합니다.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YES 리더스 기업가정신 캠프를 참가하기 위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올라가는 내내 너무 설레어서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강변역에서 다 같이 만나서 다시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의실로 간 참가자들. 그 회의실에서 이후 제 서울 생활의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서울벤처인큐베이터의 한실장님과 여러 벤처회사 대표님들을 말입니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열기였습니다. 다들 저처럼 눈이 초롱초롱했고, 하나라도 더 얻어가고 해내겠다는 의지가 보였습니다. 데일카네기 코스 이후로 그런 느낌을 오랜만에 받아서 너무 좋았습니다.
사전에 정해진 팀별로 앉았고, 각자 소개를 하는 것도 잠시, 각 팀별로 사업화를 위한 팀명 작명부터 시작했습니다.
13년도 더 된 이야기라 정확히 어떤 팀명이었는지, 어떤 사업 아이디어였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말 뜨겁게 논의하고 논쟁했습니다. 우리 팀뿐 아니라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였습니다.
중간중간 유명한 사업가분들의 강연들이 있어서, 사업에 대한 살아있는 생각, 지식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 책이 아니라 실제로 사업을 하며 겪은 따끈따끈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지금 사업을 하고 계신 분들의 살아있는 이야기. 쉬는 시간마다 연사분들에게 찾아가서 인사드리며, 그분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바쁘실 텐데도 귀찮아하지 않고 성심성의껏 말씀해 주셨습니다.
강연 일정이 끝나면, 우리는 본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우리의 본업은 아이디어 사업화였습니다. 다들 너무 열심히 하고 에너지가 넘치니까, 저 또한 열심히 했고, 에너지가 넘쳐졌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 및 논쟁하여 우리의 아이디어를 정리했습니다. 중간중간 멘토 사업가분들께 조언도 구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쉬웠지만,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진 시간이기에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다들 2박 3일 동안 합쳐서 6시간도 채 못 잤습니다. 마지막 발표날에는 다들 눈이 빨갛게 변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거울을 보고 놀랬습니다. 힘들었지만 너무 재밌었습니다.
‘이 맛에 사업을 하는 것인가?’
라는 모자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업은 그보다 훨씬 힘들거든요.
모두의 발표가 끝났습니다. 다들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수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팀도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카네기 리더십 과정을 수료한 저는 발표에 대해서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있었고, 수상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운 것 같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처맞기 전까진.”
타이슨의 말처럼 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총 12개 팀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속한 팀은 결국 3위를 수상했습니다. 3위도 못한 것은 아니지만 뭔가 아쉬웠습니다. 최선은 다했지만 더 잘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장이자 리더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한 것 같아서 팀원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첫 창업 캠프에서 제가 배운 것은
1. 사업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2. 세상에 필요한 가치 있는 상품을 만들어도 고객이 마음에 들게 만드는 일은 어렵다.
3. 고객은 최선을 다했다고 알아주는 것이 아니고, 잘해야 알아준다.
였습니다.
제가 3등을 한 것은 속이 쓰렸지만, 저 3가지 교훈은 제 삶에 값진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3등 했다고 좌절하지 않고, 제가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제가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다른 창업 대회에서 저는 1등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