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기 : 이른바 "헬조선"을 벗어던지기 위한 여행
재미있는 드라마는 많다. 하지만, 많은 드라마는 내가 왜 이 시간에 드라마를 보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다음 회가 방영될 시간이면, TV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본 뒤 여운이 남는 드라마가 얼마나 있나 싶으나, 최근 '미생'과 같이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그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한참 여운이 남게 된다. '송곳'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제 겨우 2회를 했지만, 드라마가 원작을 잘 표현하면서 쉽지 않은 노동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오늘은 드라마 '송곳'을 하는 날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부터, 조직과 업무에 대한 갈등,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파견업체에 대한 이야기까지 조금씩 다루고 있는 '송곳'은 국내 드라마에서는 최초로 노동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JTBC와 같은 종편에서 하필이면 왜 노동이야기를 다루어야 하냐는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라도, 지속적으로 원작을 충실히 표현할 수 있을지를 주목해야 한다. 원작을 보게 되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노동조합 결성과 사측과 싸움의 시작을 그릴 테니깐.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인 이수인 과장이 사관생도 시절, 선거 투표에 윗선이 개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나섰다가 위에서 자기를 육사에서 내보낼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무리 정직하고 정의롭다고 하더라도 그런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그는 자기가 계속 불의와 타협하게 될까 봐 그것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럴 때 군의관이 한 말은 우리 가슴을 송곳과 같이 후벼 판다. (제목 송곳은 이러한 의미는 아닐 거다)
"이 친구가 대한민국을 너무 우습게 본다. 당신 같은 청년이 그대로 나이 먹게 둘만큼 이 나라가 허술하지는 않아. 몇 년 만 잘 버텨봐.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꼰대가 되어 있을 거다"
아아.. 수긍이 가서 더 무서운 말이다!
너무 서두가 길어졌다.
오늘 여행을 갈 곳은 뉴질랜드이다.
수년 전, 뉴질랜드의 관광안내체계 브랜드인 i-site에 대해 벤치마킹을 위하여 뉴질랜드에 간 적이 있었다. 오늘은 뉴질랜드에 대해, 그리고 여행을 갈 때 우리를 편하게 안내해주는 관광안내에 대해, 또 관광안내를 하는 노동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벌써 몇 해전의 이야기라 지금과는 상황이 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양해해주기 바라며, 잘못된 정보는 댓글로 말씀해 주시면, 과감히 수정 보완하도록 하겠다 ^^)
뉴질랜드! 전원적인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있고, 여유로운 사람들의 행동, 그리고 영국풍의 멋진 건물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이 첫인상이었다면, 정치, 역사, 사회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보다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해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었다.
본 글에서는 뉴질랜드의 이러한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측면과 관광 여건 및 동향에 따라 어떻게 뉴질랜드의 ⅰ-site가 생겨났는지를 유추해보았다. 조금은 딱딱할 수 있겠으나, 그래도 혹시 뉴질랜드에 대해, 그리고 관광안내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함께 읽어보시고 생각해보셨음 하는 바람이다. 전반적인 글의 자료는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만난 찰스 리라는 교포 분과의 인터뷰와, 조화룡의 <뉴질랜드 지리 이야기>, 피터 오틀리의 <뉴질랜드: 큐리어스 시리즈>, KBS <특파원 현장보고 세계를 가다>의 뉴질랜드 농업 시리즈를 참조하였음을 미리 밝혀둔다.
오늘 이야기할 ⅰ-site는 뉴질랜드의 국가 관광안내체계 브랜드이다. 공식 관광안내소에 가도 i-site 브랜드가 표시되어 있으며, 국가 관광안내 홈페이지 브랜드 역시 i-site이다.
ⅰ-site는 뉴질랜드의 공식적인 국가 브랜드 관광안내소로 우리로 생각한다면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관광협회에서 출자한 독자적인 회사에서 관리 및 평가를 담당하고, 각 지역자치단체 또는 개인이 이 독자적인 회사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지자체의 재원 보조와 자체 수익을 통해 운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될 듯하다. 뉴질랜드에는 전국적으로 86개의 ⅰ-site가 운영되고 있으며 두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자체에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전국적으로 400여 개의 관광안내소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외국인들의 불편사항에는 관광안내정보가 불편․부족․부재하다는 내용이 끊이지를 않고 있다. 실제로 경복궁-인사동-청계천-명동-숭례문까지 가는 길에 관광안내소는 총 7곳이 있을 정도로 관광안내소의 수량은 넘쳐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 건가? 이에 대한 해결로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뉴질랜드 ⅰ-site의 도입 가능성을 없는 것인가?
뉴질랜드는 영국의 정치범, 사상범들이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넘어와 정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로 따지면 양심수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뉴질랜드에는 평등주의를 상당히 중요하고, 원주민 문화와 공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그들도 역시 이주과정에서 원주민과 전쟁도 일으켰고, 박해 또한 있었다고는 한다. 그러나 인본주의를 외쳤던 이주민들은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원주민과의 공생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 인디언 문제, 호주 원주민 문제와 비교해보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이러한 모습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데, 미국의 인디언과는 다르게 뉴질랜드의 마우리는 장관, 정치인, 스포츠 스타 등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또 뉴질랜드 축구선수들은 언제나 시합에 나가기 전 마우리족이 사냥을 떠나기 전에 추었던 전통 춤과 율동을 통해, 원주민들 문화에 대한 존중을 간접적으로 표하기도 한다. 또 국어로 영어를 사용하지만, 마지막에는 마우리 언어로 인사말을 하는 것을 잊지 않기도 한다.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정치적 이념 자체가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소농보다는 대농을 키우는 정책을 실시하면서 농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농업 용지를 포기하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등 2차, 3차 산업으로 전환하여 당장 눈에 보이는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데, 왜 뉴질랜드에서는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관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참으로 뜻밖에도 뉴질랜드의 대부분 정치인이나 일반 국민들은 정치적 성향이 보수적이고, 그동안 가장 지지율이 높은 정당도 보수 정당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보수적이기 때문에 무슨 개발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의 모습을 잘 가꾸고, 농업을 계승하고자 한다고 한다. 당연히 우리와 보수 개념이 다르고, 우리 사회에 진정한 보수정당이 없다는 것이야 익히 알고 있었으나, 이 말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보수의 의미가 우리랑은 너무 다르잖아?
뉴질랜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당한 수출기반형 경제를 지니고 있긴 하다. 수출산업이 낙농업이 주류인 것만 다르며, 뉴질랜드 역시 영국에 종속된 형태를 띠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다만, EU 이후, 유럽 수출 기반이 줄어들어 그 무역 상대를 아시아권이나 대양주 쪽으로 많이 옮겨가고 있는 추세이다. 농업의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바 있듯이, 산업사회의 수출가능품목에 맞게 농업 기반을 옮기지 않고, 농업 여건을 개선하고, 가공 기술을 발전시켜 국민소득 4만 불을 실현시켰다.
농업으로도 4만 불 실현이 가능하다고???? 와우!
경제적인 여유로움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것은 정규직, 비정규직 등 노동력의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뉴질랜드에도 우리와 같이 정규직, 계약직, 파트타임이 존재한다고 한다. ⅰ-site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궁금하여 매니저에게 질문을 하였더니, 그들의 철학에서는 우선, 사람을 면대면 하는 노동이 상당히 어려운 노동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는 월급여 수준이 높다고 답변하였다. 시급으로 따지면 일반 회사에서 약 20 뉴질랜드 달러 정도라면, 이 i-site는 약 28 뉴질랜드 달러 정도라고 한다. 원화로 하면 일반 회사는 약 14,000원, i-site는 약 20,000원 정도 수준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또한 정규직과 파트타임의 시급 차이는 약 1~2달러 정도라고 한다. 다시 말해 동종업에 대해서는 동일임금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다. 파트타임의 선택은 사용자의 임금 차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노동자가 아이 양육이나, 다른 여가 활동 등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시간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왜 비정규직인 내가 정규직인 사람들보다 일은 2배를 하는데, 급여는 1/2이냐고!
뉴질랜드에서는 도심을 제외한 지역의 회사, 상점, 시내․외 버스 등 교통체계는 오후 5시만 되면 영업을 끝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이 저녁시간을 함께 보내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특성이 가족 여가문화를 발달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오히려 국내의 경우가 night-life가 발달하였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저녁 7~8시만 되면 광장이나 몇몇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도시 자체가 상당히 조용해지기 때문에 관광객 입장에서는 약간 재미없을지 몰라도, 이러한 문화 자체는 가족 여가를 발전시키고 건전여가를 육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가족 여가가 발달하였다면, 그리고 직장인 남성들이 술 문화가 아닌 다른 가족과의 여가활동이 증대한다면 150만 명이 넘는 여성을 성매매 관련업으로 내몰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그럼에도, 관광객 입장에선 밤에 할게 없다고!!
지역공동체 정신의 발달도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공동체 정신이란 코뮌 형태의 평등주의로 보면 될 듯한데, 뉴질랜드의 평등주의는 앞서 말한 인종뿐만 아니라 여성, 장애인에 대한 평등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사회 곳곳에서 여성들의 사회 참여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운송업 및 관광업,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절반 넘는 노동자들이 여성이었다. 이렇게 여성 노동력을 중시하는 이유는 뉴질랜드는 인구가 400만 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노동력을 상당히 중시하여 여성의 노동 참여에 대단히 호의적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공동체 정신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우리의 경우에도 고급 노동력을 갖춘 여성이 많음에도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장애인의 경우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각 관광지나 시내 도로를 전동 휠체어로 혼자 움직일 수 있도록 잘 배려를 해놓았다. 국내에서는 장애인이 혼자 50m를 이동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관광지의 경우 산악지형이 많은 뉴질랜드 특성상 이동에 제한이 있기도 하는데 이러한 부분은 미리 홍보물을 나누어주어 이동할 수 없다는 배려를 해주기도 한다.
뉴질랜드는 관광지라고 이야기할만한 뚜렷한 관광시설이 개발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광활한 자연경관 자원과 아기자기한 영국풍의 건물들, 그리고 자연경관을 이용한 스카이라인 등의 자원 등이 전부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관광자원은 지역의 자연자원과 문화자원을 이용한 것이 많고, 관광자원이라는 것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여가자원과 구분이 안 되는 형태가 많았다.
뉴질랜드의 외래관광객은 최근 아시아인이 증가하긴 하였어도,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에서 많이 오는 사람이 아직 더 많다. 그런데, 이들의 관광형태 역시 뉴질랜드의 관광시설 개발보다는 수용태세를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유럽인들은 관광을 와서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는 하루에 한 곳 정도를 보고 푹 쉬는 휴양 체류형 관광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러 관광지를 개발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뉴질랜드 내국인들도 마찬가지라서, 자기가 원하는 자국 지역의 관광지를 한두 곳 둘러보고 쉬고 싶어 하지, 패키지 투어 같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전문 여행사가 많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뉴질랜드 국가는 미국 등의 법치국가와 같이 법률로 사회가 움직인다기 보다는, 오히려 지역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틀 안에서 사회가 움직여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오랜 기간 뉴질랜드는 불문법의 사회로 운영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각종 법률 등이 제정되면서 점차 법제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뉴질랜드 사회의 모태가 영국인만큼, 영국 자체가 헌법의 일부를 불문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은 사회 기반에 자리 잡은 듯하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불문법은 관습과 문화에서 발달한 것으로, 가령 보행자가 차도를 무단횡단을 해도 당연히 차량이 멈춰 서야 한다는 “보행자 우선주의”가 관습화 되어 있었다. 따라서, 횡단보도 역시 보행자가 버튼을 누르면 바로 보행자 신호등이 바뀌어 걸어갈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있기도 하고, 횡단보도 없는 곳 역시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여도 크게 차량에서 뭐라 하는 것을 볼 수 없었다.
i-site의 운영에 있어서도 이 점은 상당히 중요하다. 오히려 관습적으로 지역에 경쟁이 될만한 상점들이 연달아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남이 그 영업을 하고 있으면, 나는 다른 업종의 영업을 하도록 하는 자체 필터링이 되기도 하고, 누가 그러라고 하진 않았으나, 관광시설에 대한 홍보도 으레 불법 사인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i-site에다가 홍보물을 비치하는 것이 습관처럼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렇다면, ⅰ-site는 어떠할까?
우리의 관광안내소와 가장 큰 차이는 도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도시나 지역 중소도시나 마찬가지이다. ⅰ-site 건물은 가장 도시에서 사람들의 동선이 발달한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ⅰ-site는 시외버스 터미널 역할과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역할을 병행하고 있었다. 또 각 ⅰ-site는 그저 간이 안내소 수준의 작은 건물 하나만 달랑 있는 것이 아니라, 휴게시설, 기념품 판매, 환전 및 교통 기능이 함께 수행되면서 ⅰ-site 자체가 출발지 겸 목적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광객들이 당연히 거쳐야 할 곳으로 인식이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방문객은 증가할 수밖에 없고 ⅰ-site의 영향력은 지역 사회에서 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관광지 홍보물을 비치하는 데 수수료를 주고, 예약을 하는데도 수수료를 주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 관광시설들은 ⅰ-site를 통해 예약, 홍보를 요청하고 있었다. 이러한 특성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ⅰ-site는 자체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유명 관광지역인 크라이스트처치나 로토루아의 ⅰ-site의 경우에는 흑자를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엔, 시내에 이렇게 크게 건물을 내면 임대료 때문에 버텨내지 못하겠지만~
국내 관광안내 관련 기관, 관광공사 등은 i-site를 우리도 만들어보자고 많이 이야기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뉴질랜드의 지역적 특성은 확연하게 우리와는 차이가 나기 때문에, 뉴질랜드의 ⅰ-site의 형태를 들여오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사례분석을 통해 통째로 시설을 들여올 때는, 그 시설의 운영, 외관을 가져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뉴질랜드와 우리의 차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평등주의가 정치적, 문화적, 관습적으로 상당히 강하게 인식이 되어 있다. 자본주의는 자본주의이나 사회주의적 특성이 많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역에서 하나의 업종을 운영하면, 반경 5km 이내에는 동종 업종을 설립하지 못한다는지 하는 부분은 자본주의적 성질과는 차이가 있다.
우리가 ⅰ-site와 같이 운영을 한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을 할까? 지역 사회에서 기념품 판매를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케팅 홍보 채널이 너무나 많아서 ⅰ-site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요인은 또 어떤가?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 현실에 다른 업종보다 더 많은 임금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일반기업들도 정규직과 계약직의 임금이 2배 수준인데, 이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도심에 간이 안내소가 아닌 종합 안내소를 설립할 수나 있겠는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토지임대료를 누가 감당을 할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벤치마킹하면서, 왜 남들은 하는데 우리는 못하는가라고 하지 말란 말이야!!
그렇다면 시사점은?
우리에게 맞는 관광안내소란 그러면 어떠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생각해 봤다.
첫째, 관광안내소는 양적 증대가 아닌, 질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고, 질적 전환의 핵심은 방문객의 동선이 가장 많은 곳에 안내소를 배치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경복궁부터 숭례문까지 그 짧은 동선에 안내소가 7개나 입지해 있다는 것 자체가 중복, 과다 투자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제대로 된 관광안내소 하나를 만들어야 하고, 예산 문제로 동선과 떨어진 곳에 내몰린다면 그 역시도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서울시의 경우 시청 앞 광장을 조성할 때, 조금만 생각을 더 했더라면 광장 한 부분을 종합관광안내소 형태의 건물을 조성하여 그 자체가 볼 거리를 제공하면서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게 했으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출발지 겸 목적지로 방문하였을 것이다. 관광안내소에 대한 난립에 대해 종합적인 개편 정책이 시급하다.
둘째, 관광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수용태세 개선이 보다 시급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도 여러 지역에서 관광지를 신규 개발한다고 엄청난 금액을 쏟아 붓고 있다. 단지 돈이 없어서 제대로 된 관광안내소를 설립하지 못하고, 안내원들에게 줄 임금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듯하다. 오히려, 패러다임 자체가 아직도 관광을 부동산 개발과 같이 인식하고 있는 것에 머무르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관광정보만 있으면, 지금 있는 교통체계를 가지고 외래관광객도 지방에 관광을 다니며, 지역의 중저가 숙박시설을 찾아 머무를 것이다. 여러분이 해외에 관광을 갈 때 생각해보라. 여러분이 갔던 곳이 유명한 관광시설과 리조트가 있던 곳이 많은지, 아니면 지역의 독창성과 정체성이 있는 지역이 더 많은지 말이다. 지역 사람들이 사는 모습. 그리고 그들의 문화가 관광자원일 수밖에 없고, 이러한 자원에 대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도와주는 것이 관광안내정보라 생각이 든다.
개발이 중요할까? 개선이 중요할까? 생각해 볼 문제이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해주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운영도 기대하면 안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ⅰ-site의 성공요인 중 가장 중요하게 우리의 현실과 다른 것이 뭐냐고 묻는다면, 앞서 말한 여러 가지 영향력과 수익적 측면도 포함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의 권익과 안정성 보장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은 어차피 사람이 해나가는 일이다. 사람들에게 자원봉사를 강요하고, 이익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다면 그 조직의 발전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을까?
당장 영향력과 수익을 발생시키지 못하더라도,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관광안내소 전반을 다스릴 수 있는 조직과 관리체계가 설립이 되어야 가능할 문제라 차치한다 할지라도, 당장 안내원들에게 자원봉사가 아닌 제대로 된 일자리로 자리매김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 공무원 인정은 못되더라도 별정직 공무원으로서의 제대로 된 임금과 복지를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조직은 돌아갈 수 없다. 로토루아 ⅰ-site 매니저의 철학인,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쉴 수도 없고 사람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그 상식적인 생각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여행을 가다 보면, 이렇게 우리를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그 되돌아봄은 표면적인 반성이 아니라, 그 사회와 우리 사회를 함께 고민해볼 때 더 좋은 시사점이 나올 것이란 생각도 가져본다.
※ 본 글은 작년 필자가 네이버 포스트에 쓴 글을 브런치에 맞게 각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