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의 눈으로 본 멋진 관광개발과 콘텐츠 이야기
올해 초에 별세한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자가인 움베르트 에코의 대표적인 소설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은 "장미의 이름"을 들 것이다. "장미의 이름"은 이탈리아의 베넥딕트 수도원에서 시체가 발견되면서 여기에 들린 수도사 윌리엄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은 특히나 영화로 다시 만들어지면서 장 자크 아노 감독, 숀 코넬리 주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움베르트 에코는 이 소설을 쓰면서 모티브를 얻게 된 수도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곳이 멜크 수도원이다. 재미있게도 소설 속 이탈리아의 수도원과는 달리, 이 모티브를 얻은 멜크 수도원은 오 스티리아의 멜크 지역에 위치해 있다. 오스트리아 수도인 비엔나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인 멜크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고속도로 A1 도로로 접근이 가능하여 접근성도 좋다. 사실, 처음에는 이곳이 여정에 있지 않았으나, 찰쯔부르크에서 할슈타트를 가기 전 의미 있게 가볼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급하게 정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급하게 A1도로를 타고 가면서 멜크로 향했다. 사실, 처음에는 차막힘도 없고 괜찮았으나, 비엔나가 가까워지면서 꽤 도로 정체가 시작되었다. 멜크에 들어서서, 수도원에 다가가자 무언가 모를 설렘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인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마을인 멜크로 함께 떠나 보자!
고속도로에서 작은 도로로 이어지는 인터체인지를 지나고, 수도원이 차량의 창문 넘어 언제쯤 보일까 기대하면서 차량을 몰았다. 드디어 멜크 수도원의 관광안내표지가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멜크 수도원 주차장까지 갔을 때에만 해도 수도원이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하다. 사진에서는 매우 커 보였는데!"
어찌 되었든, 주차를 하고 보니 앞에 멜크 수도원을 설명하는 안내표지가 있었다. 역시, 생각한 것만큼 정원과 건물을 합치면 표지판 내에서의 도면으로 볼 때 매우 큰 규모를 자랑하는 듯했다.
그렇게 안내표지를 보고 드디어 계단을 내려가자, 저 멀리 수도원 건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수도원을 보기 위해 짤츠부르크에서 달려온 보람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움베르트 에코의 팬이거나, 건축 전공자, 또 순례자들에게는 그 감동이 훨씬 더했을 듯하다.
그렇게 들어간 멜크 수도원 앞에는 입구와 입장료 판매소가 있었다. 우선은 입장료를 빨리 사가지고 들어가기로 했다.
수도원에 들어선 순간 3면으로 둘러싸인 수도원의 건물은 상상 이상이었다. 다만, 수도원이라 하여 아주 금욕적으로 초라하게 개발되었을 수도 있다는 내 생각은 조금 빗나갔다. 수도자의 숫자가 많아서일지는 몰라도 그 규모도 엄청났으며, 수도원 내의 장식도 상당히 화려한 편이었다. 수도원 위에는 종교와 관련된 그림과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었다.
사실, 처음 수도원에 대해 기대했던 것은 정말 수도자들이 기거하는 곳이나, 영화에서 봤을 법한 그러한 수도원 내부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재는 긴 복도와 11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진 박물관이 주 이동코스이다. 성 베네딕토 조각상이나 다양한 종교적인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들을 보면 수도원과 다르게 화려함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멜크 수도원 자체가 오스트리아의 태수가 성을 기증하고, 다시 왕가가 베네디토회에 왕궁을 기증하며 보다 화려한 건물 모습이나 전시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11개의 전시실을 모두 돌고 나오면 수도원 뒤편으로 나올 수 있다. 수도원 뒤편에는 멜크 마을과 멜크 강을 볼 수가 있다. 수도원의 위치가 참으로 훌륭한 곳에 자리 잡은 듯하게 보였다.
사실 이 수도원을 올 때 가장 보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종교가 없는 내게는 가장 보고 싶었던 장소. 바로 "장미의 이름"의 모티브를 준 도서관이다. 현재도 약 10만 권의 책이 소장되어 있는 장소이다. 도서관은 수도원 뒤편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들어서는 순간 사실 그 10만 권의 장서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위층에 까지 장서들이 빼곡하게 소장되어 있으며, 수도원의 가장 큰 보물로 여겨질 만했다. 수도사들이 이 책들을 보면서 얼마나 학문에 정진했는지 알 수 있었다.
멜크 수도원에서 또 하나 유명한 장소가 나선형의 계단이다 천상으로 올라가는 듯한 계단의 모습은 밑에서 위를 보고 있노라면, 그 끝이 정말 천상에 닿을 듯하다.
멜크 수도원 내 예배당은 수도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화려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마침 이 예배당에서는 정기적으로 열리는지 모르겠지만, 천상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넋을 놓고 감상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멜크 수도원을 다 보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수도원 입구에 위치한 식당에 갈까 하다가, 마침 수도원 밑으로 길이 하나 있길래, 마을에 내려가서 식사를 할까 하는 생각을 가져보았다. 그렇게 내려간 멜크 마을은 그냥 지나쳐 갔으면 너무 아쉬웠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이쁜 마을이었다.
멜크 마을은 화려하고 크지는 않다. 하지만,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자기만의 특색도 있고, 꼭 머물러서 차나 커피를 하고 싶게끔 만드는 마을이었다. 저절로 동네를 둘러보며 기념품을 보게 되고, 또 식사를 하게 만드는 그런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수도원으로 인해 마을은 활성화되고 있었고, 수도원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 있어, 마을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바로 수도원을 가볼 수 있다.
다음 여정지인 할슈타트로 향하기 전 마을에서 마지막으로 수도원을 올려다보았다. 멜크 마을과 멜크 수도원은 안 들렸으면 후회할 만큼 아름답고 벅찬 곳으로 기억되었다.
이른바, 랜드마크라는 시설이 개발되고 그곳이 활성화되면서 해당 지역이 함께 활성화되는 것은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언제나 큰 과제이다. 잘못 개발되면 랜드마크 시설이 모든 주변지역을 빨아들여서 오히려 주변 경제가 악화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멜크 수도원은 물론, 상업시설이 아니긴 하지만 멜크 마을과 경관적으로, 기능적으로, 그리고 공간적으로도 상호 보완을 주는 관계가 된다. 특히, 멜크 수도원이라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는 이 은 마을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상업시설이 아닌 수도원을 개방하고 사람들을 이끄는 것은 더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10만 권의 장서와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려주는 예배당은 이곳만의 독특함을 지니고 있다. 아마, 보다 사람들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에 멜크 사람들은 고마워하고 함께 동참하려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네 종교시설들은 어떠한가 생각해본다. 잘은 모르겠지만, 주변 지역과 함께 상생을 꾀하고 노력하는 종교단체나 시설이 많았던가? 종교가 결국 사람들을 행복하게 이끌기 위해서라면 종교시설이라는 장소도 보다 지역과 함께 하는 장소가 되었으면 어떠할까? 그렇게 손을 내밀 때, 주변 마을들은 과하게 자신들을 포장하지 않고 멜크처럼 그저 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을 보전하고 정체성을 유지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장미의 이름" 모티브의 장소를 직접 와보게 되다니!
10만 권의 장서가 있는 수도원 도서관은 정말 압도적이야!
천상의 소리를 듣고나니,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아!
멜크 수도원과 연계된 마을을 거닐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
비엔나에서 짤츠부르크까지의 A1 고속도로 변에 위치해 접근성 확보가 전제된 장점이 있다!
멜크 수도원만의 도서관과 보관품의 장점을 살려서 순례 및 관광코스화를 만들자!
사람들에게 천상의 소리를 들려주자! 정적이고 조용할 수 있는 수도원에 활기를 불러 일으키자!
멜크 마을과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하여, 마을도 활성화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자!
이번에 제가 쓴 신간 <여행을 가다, 희망을 보다>도 절찬리에 판매 중에 있습니다. 멜크 수도원과 같은 아름다운 지역을 보게 된 것도 여행자 입장에서 여행을 보다 즐기기 위해 다니다가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관광개발을 하는 사람들도 여행하며 즐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여행을 즐기는 길! 그렇게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희망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여행을 좋아하시고, 또 이 연재 글을 통해 정보를 얻어 유익하셨다면 이번 신간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
YES24의 연결 사이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감사합니다아~
다음에 살펴볼 벤치마킹 여행지는?
이 연재 처음으로 국내의 여행지를 벤치마킹해보고자 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 바로 광주송정역 옆에 위치한 1913 송정역시장이다. 시장의 현대적인 개선 사례는 많이 있다. 이곳은 현대카드 디자인팀이 함께 참여하고, 청년과 기존 상인이 융합을 이루어 새로운 볼거리를 창조해냈다. 물론 모든 것이 좋아 보일 수는 없으나, 이러한 시도 자체는 참으로 의미 있어 보였다. 다음 이야기하고 싶은 곳은 2016년 한 번은 가보아야 할 장소! 바로 송정역시장이 되겠다.
송정역시장으로 다음 여정을 함께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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